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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편지

대한인 2016. 10. 24. 06:10

 

 

즐거운 편지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 일 때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을 바꾸어 버린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 황동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