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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노부부의 슬픈이야기

대한인 2013. 4. 22. 22:41

우리 부부는 조그만 만두가게를 하고 있습니다.
손님 중에 매주 수요일이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있었습니다.

대게는 할아버지가 먼저 와서 기다리지만
비가 오거나 눈이오는 궂은 날씨에는
가끔씩 할머니가 먼저와서 구석자리에 앉아
출입문을 바라보며 할아버지를 기다리기도 했습니다.

두 노인은 별말없이 얼굴만 쳐다 보다가
상대방에게 만두를 권하거나 눈이 마주치면
슬픈 영화를 보고 있는것 처럼 눈물이 고이기도 했습니다.

대체 저분들은 무슨 사이일까?
나는 만두를 빚고 있는 아내에게 속삭였습니다.
"글쎄요... 부부가 아닐까요?"

부부가 무었때문에 변두리 만두가게에서 몰래 만나요?
하긴 부부라면 저렇게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 보지는 않지...
부부같지는 않아... 그럼 혹시 첫사랑이 아닐까요?

왜 그런거 있잖아요... 서로 열열히 사랑했는데
주위에 반대로 본의 아니게 헤어졌다...
그런데 몇십년만에 우연히 만났다.
서로의 마음은 옛날과 마찬가지인데...
서로에게는 가정이 있다... 그러니 어찌하겠는가...

그래서 이런식으로 재회를 한단 말이지... 아주 소설을 써라...
말은 그렇게 했지만 나는 아내의 상상이 맞는지도 모른다고
생각 했습니다.

그런데 저 할머니 어딘가 편찮으신것 아닌가요?
안색이 지난주 보다 아주 못하신것 같은데...
아내 역시 두 노인에게 쏠리는 관심이 어쩔 수 없는지
걱정스런 얼굴로 말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늘따라 할머니는 눈물을 자주 닦으시며
어깨를 들석이셨습니다.
두 노인은 만두를 그대로 남긴체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할아버지는 돈을 지불하고 할머니 어깨를 감싸안고
나갔습니다.

나는 두 노인이 길 모퉁이를 돌아 갈때까지 시선을
땔 수가 없었습니다.
곧 쓰러질듯 휘청거리며 걷는 할머니를 부축하여
걸어가는 할아버지...

두 노인의 모습이 내 가슴을 아프게 하였습니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대체 어떤 관계일까?
아내 말대로 첫 사랑 일까?

사람은 늙어도 사랑은 늙지 않으니까 그럴수도 있겠지...
"어머 비가 오네... 어서 솥뚜껑 닫으세요!"
그러나 나는 솥뚜껑을 닫는 것 보다 두 노인이
걱정되었습니다. 우산도 없을텐데...
다음주 수요일에 내가 먼저 말을 붙여서 물어볼
생각이였습니다.

그런데 다음주에도 그 다음주에도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처음에는 몹씨 궁금하였는데 시간이 지날 수록
잊혀져가고 있었습니다.

그럳네 두달이 지난 어느 수요일
정확히 3시에 할아버지가 나타났습니다.
좀 마르고 초췌해 보였지만 그 할아버지가 틀림 없었습니다.
"오랫만에 오셨네요?"
할아버지는 아무 말 없이 조금 웃어 보였습니다.

할머니도 곧 오시겠지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저으시며
"못와... 하늘나라에 갔어..."
하시는 것이였습니다.
나와 아내는 접시를 떨어뜨릴 만큼 놀랐습니다.

할아버지 말씀을 듣고 우리 부부는
벌린 입을 다물수가 없었습니다.
너무 기가 막히고, 너무 안타까워서...

두 분은 부부인데 할아버지는 수원의 큰 아들 집에
할머니는 목동의 작은 아들 집에 사셨답니다.
"두분이 싸우셨나요?"
할아버지께 물었습니다.

그게 아니라 며느리들 끼리 싸웠답니다.
큰 며느리가 "다 같은 며느리인데 나만 부모를 모실 수 없다"고
강경하게 나오는 바람에 공평하게 양쪽집에서
할머니, 할아버지를 한분씩 모시기로 했답니다.

그래서 두 분은 일 주일에 한번씩
견우와 직녀처럼 만나셨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할머니가 먼저 돌아가신 것입니다.

"이제 나만 죽으면 돼... 우리는 천국에선 같이 살 수 있겠지..."
할아버지는 중얼 거리며 창밖으로 시선을 돌리셨습니다.
할아버지 뺨에는 눈물이 주르륵 흐르고 있었습니다.

[출처] [슬픈이야기] 어느 노부부의 슬픈이야기|작성자 날으는고양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