맹호의 웅장한 자태 '천의 얼굴' 가진 영산…충북·경북 경계 '월악산'(88)
예로부터 영산으로 불린 월악산은 충북과 경북도의 4개 시·군(제천·충주·단양·문경)에 걸쳐 있다. 총 면적 284.5㎢의 월악산은 1094m의 월악 영봉을 비롯, 150여m의 기암단애가 치솟아 있다. 맹호처럼 우뚝 선 준험한 산세와 그 웅장함이 자랑이다.
여기에 깎아지른 듯한 산줄기는 끝을 모르고 내리뻗어 그 사이사이로 청송이 운치있게 자란다. 청송과 기묘한 암반 길을 지나 주봉에 오르면 잔잔한 충주호, 산야 풍치가 한눈에 들어온다.월악산은 산형 지세가 천혜의 요새를 이뤄 많은 애환을 품고 있다. 송계계곡에는 한때 명성황후의 별궁이 있기도 했다. 문화유산도 상당수를 품고 있다. 마의태자와 덕주공주가 마주 보며 망국의 한을 달래고 있다는 미륵사지의 석불입상과 덕주사 마애불상(보물 제406호)이 대표적이다. 사자빈신사지 석탑(보물 제94호)과 덕주산성(지방기념물 제35호), 석등 등도 천년 명산유곡임을 보여준다. 월악산은 문화유산 외에도 산을 바라보는 방향에 따라 정상 모습이 각각 다른 형태를 보여 등산인들의 발길을 잡는다. 우선 멀리 북서쪽 20㎞ 거리인 충주시 달천 부근에서 계명산과 남산 사이로 보이는 월악산 정상은 마치 쫑긋한 토끼 귀를 보는 것 같다. 동쪽인 덕산 일원에서 올려다 보이는 정상은 쇠뿔과 같고, 남쪽인 미륵리 방면에서는 수직절벽의 햇빛을 받아 마치 히말라야의 거봉을 연상케 한다. 또 서쪽 산행 시발점인 송계리에서는 정상이 풍만한 여인의 젖가슴인 양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영봉을 중심으로 동서로 8㎞의 송계계곡과 16㎞의 용하계곡이 쌍벽을 이루면서 맑은 물과 넓은 암반, 그리고 천연수림이 잘 어우러져 천하절경을 자랑한다. 좀더 가까이 산속에서 보는 월악산도 역시 네 개의 얼굴을 갖고 있다. 송계 쪽에서 보면 영봉, 중봉, 하봉으로 이어지는 그 행진이 장엄하다. 맨 오른쪽 영봉은 100여m는 족히 될듯한 깎아지른 벼랑을 그대로 드러내면서 중봉과 하봉 두 형제를 아우른다. 특히 4월에 제천시 한수면 민박마을에서 바라보는 영봉은 활짝 핀 벚꽃 가로수 위로 떠 있는 한 척의 거대한 범선과도 같다.덕주골~덕주사~마애불을 거쳐 올라 만나는 영봉은 또 다른 모습이다. 가까이 다가갈수록 압도되고 헬기장을 지나 능선 안부에 이를 때면 영봉을 우러러볼 수밖에 없다. 하늘을 향해 수직으로 솟은 듯한 봉우리 영봉을 제대로 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신륵사 길을 벗어나 덕산 쪽에서 만나는 영봉은 전혀 색다른 모습이다. 거대한 바위기둥으로 솟은 검은 실루엣을 일부 등반객들은 발기한 젖꼭지에 비유하기도 한다. 영봉으로 오르는 길은 90도로 치솟은 암벽을 한바퀴 돌아서 오르는 급경사 계단의 연속이다. 영봉 일대의 암벽은 낙석이 잦은 편이므로 주의해야 한다. 철망을 쳐 놓기는 했지만 암벽 아래를 지나는 길은 가급적 빨리 통과하는 게 좋다.마애불 아래쪽으로는 한국전쟁 당시 불타 버린 상덕주사 대신 허름한 요사채 하나가 있다. 때로는 문이 굳게 닫혀 있기도 하지만 사람이 거주하는 이곳에서 물을 담으면 좋다. 상덕주사터는 화강암 초석과 숯덩이가 군데군데 밟힌다. 상덕주사는 한국 전쟁 때 국군이 불태워버렸는데 숯덩이들이 50여년 전의 옛일을 말없이 증거하고 있다.영봉 북사면의 그늘진 암벽에는 꽃피는 봄까지도 눈과 얼음이 남아 있어 조심해야 한다. 계단을 한참 오르다 뒤돌아보아 중봉과 하봉이 눈높이에 있을 즈음이면 마침내 해발 영봉 정상에 이른다. 맑은 날 영봉에 서면 발 아래 펼쳐지는 청풍호며 먼 산들의 일망무제가 통쾌하기 그지없다. 서쪽 능선 등반로 가장 편안…주변에 문경새재 등 관광지월악산을 오르는 길은 동서남북 네 방향에서 가능하지만 주로 동·서·남쪽 등반로가 이용된다. 동쪽으로는 충북 제천시 덕산면 월악리 덕산탐방지원센터에서 신륵사를 거쳐 오르는 길과 서쪽으로는 제천시 한수면 소재지 부근 동창교 탐방지원센터에서 오르는 길, 남쪽은 덕주골 덕주사와 마애불을 거쳐 오르는 길이다. 이 세 곳은 산불예방 기간에도 개방된다.월악산 탐방로는 대체로 정비가 잘 돼 있다. 정상까지 나무와 철계단이 쫙 깔려 있다. 하지만 만수휴게소에서 만수봉에 올랐다가 암릉을 거쳐 월악산 960봉(덕주봉)까지 이어지는 길은 대단히 험하다. 그러면서도 흡사 설악산 공룡능선의 축소판 같아 등반 묘미가 있다. 그러나 장장 7시간 이상 걸리는 힘든 코스여서 로프 등 안전장비를 갖추고 암릉 등반 경험자와 꼭 함께 가는 것이 좋다.월악산 등반로 가운데 가장 쉬운 길은 동창교 탐방지원센터에서 능선 안부까지(2시간40분) 올랐다가 영봉에 오른 후 신륵사로 하산하는 코스다.접근 방법은 대중교통을 이용할 경우 제천에서 월악산 송계(덕주사), 월악리(덕산 경유)까지 하루 3회 시내버스가 다닌다. 소요시간은 1시간30분. 충주에서도 월악리행 버스가 하루 3회 운행한다.월악산 주변엔 관광지가 많다. 충주호반을 비롯해 문경새재, 제천 의림지, 단양 선사유적지와 석회암지대로 형성된 많은 동굴들, 청풍문화재단지 등이다. 명소로는 월광폭포, 수경대, 학소대, 덕주산성, 덕주사, 덕주사마애불 등이 있다. 숙박시설도 유스호스텔, 민박, 산장 등 여러 개 있다. 등반 후 수안보나 문경, 문강온천에서 목욕으로 피로를 푸는 것도 건강을 챙기는 한 방법이다.
※ "100대 명산 탐방"은 경향신문과 산림청 공동기획 시리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