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짝에 들면 禪界 능선 오르면 仙界…전북 고창 선운산(60)
전북 고창군에 자리잡은 선운산은 높이 336m이다. 1979년 12월27일에 도립공원으로 지정됐다.
이 산은 도솔산이라고도 불리는데 선운은 구름 속에서 참선한다는 뜻이고 도솔은 미륵불이 있는 도솔천궁임을 의미한다. 선운산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다양한 비경은 수많은 산행인들을 불러 모은다. 한쪽으로는 선운계곡과 도솔계곡 등 골짜기의 신비를 탐닉하면서 고개를 돌리면 서해안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 도솔산의 정상부가 펑퍼짐한 테라스 형태를 뽐내고 있다. 산 위엔 송림이 울창하고 전망대에서 보는 정취가 일품이다.
선운산에 가려면 입구에서 선운사를 만나기 때문에 고찰을 둘러보고 산행을 즐기는 일석이조를 누릴 수 있다. 도립공원으로 지정돼서 관광단지내에 주차장이 넓고 유스호스텔 등 숙박시설도 많다. 산이 높지 않고 볼거리가 많아 가족단위 나들이 장소로 적당하다.
산에 오르면 진흥굴·도솔암·내원궁·용문굴·마애불·낙조대 등 명소들이 즐비하다. 특히 산 아래 고찰 선운사는 봄의 동백과 벚꽃, 등산로에 피는 늦여름의 상사화가 일품이다. 늦가을 단풍도 절색이다. 천연기념물 제367호인 송악과 354호인 장사동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선운산은 대표적으로 도솔산을 가리키지만 선운산 도립공원 안의 모든 봉우리와 능선을 지칭한다고 봐야 한다. 이 산은 높이에 관계없이 굴곡이 무척 심하다. 군데군데 위험한 암릉도 적지 않다. 산기슭에는 우리의 정겨운 문화유산이 널려 있다. 등산을 하며 문화적 향취에 흠뻑 빠져 들 수 있는 산이다.
선운산 산행의 특징은 능선을 따라 양편에 전개되는 다양한 조망을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선운산 일대에서 경수산만이 444m일 뿐 도솔산(336m), 개이빨산(345m), 청룡산(314m), 비학산 (307m) 등 300m를 조금 넘는 산들이 키재기를 하며 봉우리를 이룬다. 이름은 모두 산이지만 각각의 산과 봉우리를 하나의 산으로 보기에는 규모가 작아 염주 꿰듯 한꺼번에 올라야 진정한 선운산 산행을 했다고 할 수 있다.
경수산에서 시작해 삼인초등학교로 내려오는 종주산행은 U자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내려오는 원점회귀형으로 산과 봉우리만 15개 정도에 이른다. 이 코스는 하루 꼬박 걸리는 10시간 이상 계획을 잡아야 구경도 하면서 종주할 수 있는 긴 거리이다.
선운사는 봄에는 동백과 벚꽃, 늦여름에는 등산로에 피는 상사화가 빼어난 풍광을 자랑한다. 도솔계곡의 산자락과 골짜기에는 유서깊은 불교의 도량인 선운사, 참당암, 사자암, 동윤암 등이 골골마다 자리잡고 있다. 선운사는 도솔산에서 동남쪽으로 보인다. 도솔산은 봉우리라기보다 정상부분이 펑퍼짐한 테라스를 이룬 산이다. 산 위엔 송림이 울창하지만 동과 서 양쪽으로 전망대가 나 있는 단애위는 전망을 방해할 만한 장애물이 없다. 선운산이라면 이 도솔산을 지칭한다.
능선을 따라 남서쪽으로 가면서 눈에 들어오는 봉우리들 중 그 기묘함으로 깊은 인상을 주는 것은 마치 거대한 버섯이 하늘을 향해 솟아난 듯 보이는 배맨바위와 수직으로 곤두선 거대한 모루 모양의 천마봉이다.
도솔산에서 조망이 좋은 계곡을 내려다 보며 능선을 따라 내려가면 참당암길이 된다. 이곳을 빠져나오면 곧 산죽이 거대하게 자란 산죽밭이 나타난다. 산죽림속으로 난 길을 따라 대숲을 지나가는 맛 또한 각별하다. 여기서부터 선운산 산행의 백미라 할 수 있는 경관지대가 나타난다. 이곳의 암릉과 암곡은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중국화적인 경관이라 할 수 있는 아름다운 곳이다. 거대한 바위가 각각의 능선에서 마지막으로 서서 마주보고 있는 사이로 협곡이 전개되는 곳이기도 하다.
동백·벚꽃·단풍 그리고 눈꽃…선운사 진입로 사시사철 운치선운산 가는 길은 서해안고속도로를 타는 게 가장 용이하다. 선운산 인터체인지를 빠져 나오면 이정표가 길 안내를 편히 해 준다. 호남고속도로는 정읍 인터체인지에서 내려 22번 도로를 타고 가다가 공원이 나오면 좌회전해서 들어가면 된다.
등산 코스는 2개로 나뉜다. 제1코스는 주차장-경수산-마이재-도솔산(선운산)-국사봉-천마봉-낙조대-배맨바위-청룡산-사자바위암릉-투구봉-도솔계곡 코스다. 7~8시간 소요된다.
제2코스는 선운사 직전 우측계곡-마이재-도솔산-국사봉-낙조대-마애불-도솔암-도솔계곡-선운사 코스로 4~5시간가량 걸린다.
선운산 아래에 있는 선운사는 반드시 들러야 한다. 이 사찰은 동백꽃으로 유명하다. 선운사의 대웅보전 뒤에 큰 동백군락이 있다. 매년 초봄이면 빨간 동백꽃들이 피어났다가 툭툭 떨어져 땅을 붉게 물들인다.
동백 외에도 볼거리는 많다. 상가단지서 선운사까지 이어지는 진입로는 가로수가 정갈하다. 동백이 질 때면 벚꽃이 피어나고 단풍나무도 곱다. 사찰 입구에는 계곡과 고목들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진입로 중간에 있는 선운사 부도밭은 전나무숲속에 아늑하게 들어앉아 있어 우리나라 최고 부도밭이라는 평을 얻었다.
경내로 들어서면 만세루와 대웅보전, 그 옆으로 영산전과 명부전 등의 건물이 보인다. 일주문 부근에서 갈라지는 산길을 따라 도솔암까지 올라가 보는 일도 흥미롭다. 이 산길에는 늦여름 꽃무릇이라는 예쁜 꽃이 피고 가을단풍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선운사에는 대웅보전이 보물 290호로, 금동보살좌상이 279호로 지정돼 있다.
※ "100대 명산 탐방"은 경향신문과 산림청 공동기획 시리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