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위는 우뚝 골은 깊어 그 품이 좋구나…서울 관악산(32)
관악산은 바위봉우리가 많고 계곡이 깊어 언제 찾아도 산행의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산으로 꼽힌다. 도심에서 가깝고 교통이 편리해 연평균 500여만명의 등산객이 찾는다. 행정구역상으로는 서울 남부(관악구·금천구)와 경기도(과천시·안양시)에 걸쳐 있다.
정상인 연주대(戀主臺)의 높이는 629m로 고려가 망하자 충신들이 숨어 살면서 송도(개성)를 바라보며 통곡을 했다는 사연이 깃들어 있다. 넓은 의미로는 관악 서남쪽의 삼성산과 장군봉을 포함시키기도 하지만 보통 관악산이라 하면 연주대와 연주암이 있는 관악산을 말한다.
관악산은 능선마다 암봉이 줄을 이어 나타나고 계곡이 깊어 변화가 다양한 산이다. 언제 찾아도 산행의 재미를 맛볼 수 있다. 산세는 험난하지만 그리 높지 않고 누구나 하루 일정으로 정상에 오를 수 있어 수도권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바위 능선에서 시원한 조망을 맛볼 수 있어 산을 사랑하는 사람 누구에게나 보상을 안겨 주는 마음이 넓은 산이다.
관악산의 유래는 꼭대기가 큰 바위기둥을 세워 놓은 듯한 모습으로 보여 ‘갓 모양의 산’이란 뜻의 ‘갓뫼(간뫼)’ 또는 관악이라 불리기도 했다. 이 산을 '관악'이라 표기한 옛 지도도 많다.
조선 태조가 한양을 수도로 정할 때 관악산에 화산(火山)의 기가 있다고 해 무학대사가 궁궐의 방위에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광화문 옆 양쪽에 해태(화재나 재앙을 물리친다는 상상의 동물)상을 세우고 광화문과 관악산을 잇는 일직선상에 숭례문(남대문)을 세운 것이 모두 관악산의 화기를 막기 위한 풍수적 의미로 해석되기도 한다.
관악산은 예부터 개성 송악산, 가평 화악산, 파주 감악산, 포천 운악산과 함께 경기도 오악으로 불렸고 철따라 변하는 모습이 금강산과 비슷하다 하여 ‘소금강(小金剛)’ ‘서금강(西金剛)’으로 불리기도 했다. 별명처럼 봄에는 입구 쪽에 벚꽃이 만발하고 철쭉제가 열린다. 여름의 녹음과 가을 단풍, 겨울의 설경이 제각각의 풍광을 느끼게 해준다.
골짜기가 깊고 숲이 무성한 관악산에는 많은 새들이 서식하고 있다. 지금까지 솔개·말똥가리·청딱따구리·어치·휘파람새·때까치 등 41종이 관찰됐다. 족제비와 두더지 등 중·소형의 포유류도 서식하고 있다. 안양천과 양재천의 발원지가 있으며 버들치·피라미·붕어·미꾸라지 등 11종의 어류가 확인됐다. 정상부의 바위산에는 소나무, 철쭉이 자생하고 있고 중·하부에는 신갈나무·상수리나무·물푸레나무 등이 자라고 있다.
1968년에 도시자연공원으로 지정됐고 행락철에는 하루에만도 10만~15만명의 등산객이 찾는다. 많은 등산객으로 인한 쓰레기와 간이음식점들로 몸살을 앓아 관악구가 90년대 중반부터 정비사업을 실시했다. 입구에 휴게소를 세워 상인들을 입주시키고 등산로에 목재데크와 로프펜스를 설치했다. 입구쪽에 만들어진 맨발공원에서는 등산으로 지친 발을 마사지할 수 있다.
관악산의 많은 등산로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은 등산로는 서울대 정문 오른쪽의 관악산 입구에서 시작하는 코스와 안양유원지를 기점으로 하는 코스다. 이밖에 낙성대역·사당역·과천역·관악역 등 관악산을 끼고 지나가는 지하철 1·2·4호선의 여러 역을 기점으로 산행이 이루어지고 있다.
※ "100대 명산 탐방"은 경향신문과 산림청 공동기획 시리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