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역사와 문화의 숨결…전남 고흥군 팔영산(22)
전남 고흥반도. 소백산맥 끝자락에 위치한 고흥반도 동쪽으로는 여덟개의 봉우리가 솟아 있다. 멀리서 보면 산마루에 공룡알을 올려놓은 듯한 모습이다. 이 봉우리들의 그림자가 전국에 드리울 정도로 넓다고 해서 팔영산(八影山)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고흥읍에서 25㎞ 거리. 높이 608.6m. 앞바다에 펼쳐진 다도해 국립공원 섬들과의 어울림이 장관이다.맑은 날이면 일본 대마도, 제주도까지 한 눈에 들어온다. 여덟개 봉우리를 북쪽부터 아래쪽으로 1봉·2봉 순으로 불렀다. 그러나 1998년 전남도립공원으로 지정되면서 고흥군은 문헌을 뒤져 유영봉·성주봉·생황봉·사자봉·오로봉·두류봉·칠성봉·적취봉이란 옛 이름을 되찾았다. 최정상은 적취봉에서 30분가량 오르면 도착하는 ‘깃대봉’이란 곳이다.팔영산은 오랜 역사와 문화의 숨결을 간직하고 있다. 주 등산로에 있는 사찰 능가사. 원래 이 절은 신라 눌지왕 때(419년) 아도화상이 세웠다고 전해진다. 송광사·화엄사 등과 어깨를 나란히한 전라도 대사찰 중 한 곳이다. 보현사로 불려오다 임시왜란 때 모두 불에 타, 인조 때(1644년) 다시 지은 후 '능가사'로 불리기 시작했다. 문화재인 능가사 범종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 헌병이 탐을 내어 고흥읍내 헌병대로 가져갔다가 되돌려놨다는 기록이 있다.사하촌 아래 내려오는 전설은 팔영산의 유명세를 뒷받침한다. 초나라 위왕이 어느 날 세숫대야에 비친 여덟 봉우리 그림자를 보고 감탄해 그 산을 찾으라고 어명을 내렸고, 신하들이 수 십년 걸려 찾았다는 산이 바로 팔영산이다.정상으로 가는 길이 대부분 숲터널로 이뤄져 햇빛이 따가운 여름에도 등산에 별 어려움이 없다. 대나무·측백나무·굴참나무·갈참나무·고로쇠나무 등이 천연림 상태로 서식하고 있다. 고라니·노루·멧돼지·오소리·다람쥐·청설모·꿩 등 여러 동물도 서식하고 있다.북동쪽 곡강마을에 있는 '강산 폭포'는 일품이다. 곧이어 바윗돌이 벽돌처럼 포개진 신선대가 중턱에 자리하고 있다. 자연이 빚어낸 조화가 새삼 신비롭게 느껴지는 구간이다.이어 그림같은 동쪽 여수바다가 발길을 잡는다. 두류·칠성봉으로 가는 길에 버티고 있는 '통천문'은 압권이다. 등산객들은 누구나 여기서 잠시 산행을 멈춘다.
말 그대로 하늘로 통하는 문이다. 양쪽에 거대한 암반 버팀목이 있고 그 위에 바윗돌 하나가 엇비슷하게 얹어져 있다. 딱딱한 바위만 타다 흙과 낙엽이 쌓인 마지막 코스인 깃대봉으로 가는 길은 양탄자 위를 걷는 느낌을 준다. 동쪽 산기슭엔 안양동 계곡을 끼고 187ha의 자연휴양림이 조성돼 있다. 주로 참나무 숲이다.모두 50명을 수용할 수 있는 '숲속의 집' 4동과 60여개 텐트를 칠 수 있는 야영장, 물놀이터, 체육시설 등이 마련돼 있다. 또 서쪽 등산로 초입에 팔영산장이 있어 밤을 보낼 수 있다.
※ "100대 명산 탐방"은 경향신문과 산림청 공동기획 시리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