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굽어보는 '화합의 산'…충북·경북·전북 3道경계 민주지산(20)
[SET_IMAGE]1,middle,left[/SET_IMAGE]해발 1242m의 민주지산은 충북 영동군, 경북 김천시, 전북 무주군 등 3도에 걸쳐 있다. 삼국시대 때에는 신라와 백제가 접경을 이뤘던 산이다. 충북 영동군 상촌면 물한리가 주산으로 각호산, 석기봉, 삼도봉으로 이어지는 능선 길이만도 8㎞가 넘는 산세가 큰 산이다.
이 산이 왜 민주지산으로 불리는지에 대해선 정확한 내력이 없다. 다만 충청도쪽에서 바라봤을 때 산세가 민두름(밋밋)하다고 해서 민두름산이라 불렸고 이를 한자로 옮기는 과정에서 유사 한자인 민주지산(岷周之山)으로 굳어졌을 것이라는 설이 유력하다. 사실 정상에 오르면 각호산(1176m), 석기봉(1200m), 삼도봉(1176m)을 비롯해 주변의 연봉들을 두루 굽어 볼 수 있다.
민주지산은 한반도 등줄기인 태백산맥에서 분기하여 남서로 뻗어 내린 소백산맥이 추풍령에서 내려섰다가 다시 기세를 일으키면서 추풍령 남서쪽 약 25㎞ 지점에 형성됐다. 영동지방의 명소인 ‘물한계곡’을 끼고 있어 그 위세가 더하다. 물한계곡은 네 봉우리에서 흘러내린 계곡이 합쳐져 수량이 풍부하고 경관이 수려하다. 원시림이 잘 보존돼 있고 야생 동식물이 살고 있는 손꼽히는 생태관광지다. 황룡사에서부터 용소(일명 무지개소)에 이르는 구간이 가장 아름답다.
물한리에서 삼도봉으로 오르는 길은 옥소폭포, 의용골폭포, 음주암폭포, 장군바위 등 폭포와 소(沼), 숲이 어우러져 있어 등산객과 피서객이 사계절 붐비는 곳이다. 민주지산은 또 진달래 명산이다. 진달래가 북으론 각호산, 남동쪽으론 석기봉과 삼도봉으로 이어지며 주능선을 그리고 있다.
삼도봉과 석기봉을 잇는 능선은 산죽과 진달래 길이다. 다른 산엔 진달래가 무리지어 군락을 이루지만 이곳의 진달래는 능선을 따라 도열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삼도봉은 남한의 작은 백두산으로 불릴 만큼 사계절 변화무쌍한 절경을 자랑한다. 특히 가을 단풍이 절경이며 산을 오를 때 바닥에 밟히는 오래된 낙엽과 썩은 나무 둥치는 이 산이 아직 때묻지 않았음을 말해준다. 그리 높지 않은 산이면서도 희귀한 고산 식물이 많이 자생하고 있어 생태학자들의 연구 현장이기도 하다. 한 줄기는 대덕산으로, 다른 한 줄기는 덕유산과 지리산으로 맥을 이어준다.
[SET_IMAGE]2,middle,left[/SET_IMAGE]삼도봉에는 충북, 경북, 전북 등 3도민의 화합을 기원하는 탑이 있다. 이곳에서는 매년 10월10일 3도민이 모여 화합을 다짐하는 행사를 갖는다. 삼도봉에서 북서쪽으로 40분 거리에 우뚝 솟은 석기봉은 민주지산의 주능중에서 가장 빼어난 산이다. 쌀겨처럼 생겼다 하여 쌀개봉이라 부른데서 석기봉이란 이름이 붙여졌다. 기묘한 모습의 이 바위산은 주위 전망도 일품이다. 황학산이 북동으로 보이고 동남으로는 가야산이 손에 잡힐 듯 가까이 보인다.
서서남으로는 마이산의 뾰족한 두 귀가 선명하다. 각호산은 충북의 최남단인 영동군 상촌면과 용화면의 경계지점에 위치해 있다. 산간오지에 있어 그만큼 찾는 사람이 드물다. 각호산 정상은 두개의 암봉으로 이루어져 있어 멀리서 보면 M자형을 이루고 있다. 이중 서쪽 암봉이 각호산 정상이다. 정상에서의 조망은 남쪽 약 3㎞ 지점에 민주지산이 보이고 그 너머로 충북과 전북의 도계를 이루면서 석기봉, 삼도봉으로 이어 나간다. 성벽같이 이어진 산맥을 보노라면 종주하고 싶은 충동이 절로 난다.
※ "100대 명산 탐방"은 경향신문과 산림청 공동기획 시리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