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얘들아, 내가 무슨 병이 있노,
내 걱정 말그라”하시며 퇴원하자고 하시는 통에
조마조마하면서 퇴원을 시켜 드렸는데 웬걸,
의사의 말과는 달리 점점 건강을 되찾아 가시는 어머니를 보며,
‘정말 의사들이 없는 병 만들어서,
아니면 부풀려서 생고생을 시키는 것 아니냐?’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어머니의 건강은 어느 정도 회복되는 것 같다.
경동시장에 닿자,
차에서 내리시더니 언제 저런 근력이 있으셨던가
싶게 활기찬 몸짓으로 인삼가게를 향해 가신다.
아홉 뿌리인가를 사시더니 다음에는 닭 집으로 가자 신다.
닭을 또 세 마리 사신다.
그리고는 마늘 한 접을 사시더니
“이것은 큰애, 이건 작은애, 이건 종훈이네.”
그렇게 용돈이 필요하시다고
안산까지 부리나케 내려오셔서는 겨우 이십만 원을 타셨는데
반 이상을 자식들 건강에 투자를 하신다.
“아니, 어머니 기껏 어렵게 용돈을 타셔서는 뭣하시려
그쪽에 돈을 다 쓰셔요?” 하자,
“아니다 나야 늙었으니 죽을 때가 되었지만,
젊은 자식들이나 잘 먹고 살아야 되지 않겠느냐.”
갑자기 눈물이 핑 돈다.
당신의 병치레에 스스로 힘든 것은 생각지도 않으시고
그저 자나 깨나 자식들 건강 걱정···.
아버님이 25년 전에 돌아가셔서
힘들게 5남매를 시집장가 다 보내시고 살아오신 어머니,
그 손의 주름이 애처로워 바라다보지도 못하는 이 자식을,
그저 당신은 돌보지 않으시고
오로지 자식들만의 안위를 애태워 하시는 어머니,
세상 모든 어머니들이 다 그렇지만 생각만 하면 가슴이 미어져 온다.
어떻게 편히 해 드릴 수 없을까.
어떠하면 어머니를 행복하게 해 드릴 수 있을까.
그저 마음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