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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면 위에 나타내는 것이다. 물체를 사실대로만 담아내는 사진과는 구별된다. 우리의 옛 그림은 ‘기(氣) 그림’이라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동양화는 단순히 자연과 사람 등 사실을 기록하거나 풍경을 그린 것에 그치지 않았다. 우리 선조들은 그림이나 문자를 통해 집안에 운기를 북돋고 사악한 기운을 몰아내며, 왜곡된 기를 교정하려 했다.
그러나 요즘은 기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는 듯하다. 아파트엔 가족사진과 함께 그림 한두 점이 걸려 있는 게 보통이다. 어떤 집에는 몇 백호는 됨직한 큰 그림이 거실의 한쪽 벽면을 모두 차지한 경우도 있다. 대개는 뜻을 가진 전통 화풍의 그림이 아니다. 산천 혹은 정물을 실경으로 그린 작품이거나 화가의 표현이 자유로운 비구상이나 추상 계열의 그림이 대부분이다.
풍수적 기가 뿜어져 나와 재물 운을 높이려면 해석이 모호한 그림보다는 상징성 있는 동식물로 뜻을 확실히 전달해 주는 게 효과 면에서 우수하다. 주제와 소재에서 상징성을 갖추지 못했다면 풍수적 기도 발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연꽃이 활짝 핀 연못에서 원앙 한 쌍이 놀고 있는 그림이 있다. 연꽃은 여름에 피고 원앙은 겨울 철새라서 상황 설정이 맞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런 그림은 시집간 딸이 자손 많이 낳고, 금실 좋게 살도록 해달라는 기원을 담고 있다. 연꽃이 활짝 피었으니 연이 생기롭다 하여 연생(蓮生)이라 부른다. 원앙새의 경우 우리나라에선 부부 금실을 뜻하지만 중국에선 귀한 자식을 상징한다. 따라서 ‘연이어 귀한 자식을 낳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혼인을 앞둔 딸이나 신혼부부에게 주기 좋은 그림이다. 석류는 주머니 속에 씨앗이 가득 들어 있는 까닭에 다자(多子)를 뜻한다. 포도와 박 역시 다자를 뜻하는데 반드시 덩굴에 매달린 채로 그려야 한다. 포도와 박은 자식이 되고 덩굴은 한자로 만대(蔓帶)가 되기에 ‘자손이 영원히 끊어지지 않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런 이유 때문에 종가댁의 거실에 많이 걸려 있다.
모란꽃은 부귀화(富貴花)로 곧 부귀를 뜻한다. 모란꽃을 목련꽃, 해당화와 함께 그리면 부귀옥당(富貴玉堂)의 뜻이 된다. 모란꽃 그림은 집안에 부귀 운이 찾아오도록 기원하는 그림이다. 나온다. 향나무를 꾸불꾸불하게 그린 것은 그 형체를 수(壽)자를 닮게 하기 위해서다. 향나무는 백(栢)이나 일백 백(百)으로 해석하고, 나무 형태가 수자를 닮았으니 곧 백수(百壽)를 뜻한다. 현대에는 수(壽)자를 쓴 그림을 회갑을 맞이한 분께 장수하라는 뜻을 담아 전한다. 이 그림은 의도적으로 백수의 기를 뿜어내기 위한 기 그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