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끈뜨끈 짜릿짜릿한 맛
어느 마을에 두 과부가 살았다.
하나는 오십 줄에 든 시어머니요, 하나는 갓 스물을 넘긴 며느리다.
시어머니는 나이 불과 열여덟에 남편을 잃고 평생 사내를 멀리 하고
곧게 살아와 열녀라는 칭찬이 인근에 자자했다.
이러한 시어머니 밑에서 지내는 어린 과부 며느리는 자기도
시어머니의 본을 받아 정절 있는 여자의 일생을 보낼 결심을
해보지만, 밤마다 독수공방이 서러워 눈물지었다.
어느 무덥게 찌는 삼복더위에 과부 며느리는 냇가에 나가 빨래를 했다.
불덩이 같은 해는 바로 머리 위에 있는데다가 이불 호청 같은 큰
빨래를 하노라니 며느리의 온몸은 땀으로 흥건했다.
“무슨 날씨가 이렇게 덥담.” 생각 같아서는 적삼도 속바지도 훌훌
벗어 던지고 싶지만, 대낮에 차마 그같이 할 수가 없었다.
어린 과부는 찰싹 들어붙은 옷 위로 잠시 물을 끼얹고 다시
방망이질을 시작했다.
“아이구! 더워라, 땀은 왜 이리 쏟아지누...” 참을 수 없다고 느낀
과부는 빨래를 멈추고 일어나 사방을 둘러보았다. 산으로 둘러싸인
으슥한 이곳엔 사람의 그림자란 비치지도 않았다.
“에라, 한 겹 벗고 보자.” 이렇게 하여 겉옷을 벗고 나니 한결 서늘했다.
“진작 이럴 것을 괜시리....”
마침 이때 나무꾼이 산언덕을 넘어 내려와 찬 냇물에 세수를 하려다 보니,
웬 속옷 바람의 아낙이 빨래를 하는데 움직일 때마다
열려진 속옷 밑으로 무성한 음모가 보이는 것이 아닌가!
속옷으로 비치는 아낙의 살갗 하며 인물 또한 아담하니,
당장 도리깨 같은 침이 나무꾼의 목구멍을 메웠다.
나무꾼은 타오르는 음욕에 가쁜 숨을 몰아쉬며 과부에게 다가갔으나,
빨래에 열중한 과부는 미쳐 그 기척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젊은 나무꾼이 과부를 뒤로 껴안고
“한 번 봐 주시오.” 하고 달려드니 과부는 깜짝 놀라
“어느 놈이 이렇듯 무례하단 말이요? 당장 물러가지 못하겠소?
내 소리칠 것이요.”
“소리를 지르려면 질러요.
그렇지만 옥문을 드러낸 당신의 죄는 당신이 알 것이요!!”
과부는 이미 밑이 터진 속옷 밖에 입은 것이 없었으므로
나무꾼이 일하는 데는 아무 장애도 있을 수 없었다.
젊은 나무꾼이 황소가 밭을 갈 듯 한차례 난리를 치르는데,
과부는 남자 힘을 당하지 못하는 데다가 점차 사지가 노곤해져
저항을 못하고 몸을 맡긴 채 내버려 두었다.
일을 마친 나무꾼은 후환이 두려웠는지 바지춤을 잔뜩 움켜쥐고
달아나기 시작했다. 과부는 노곤한 단꿈에서 비로소 깨어나
'내가 이게 어찌된 일인고?' 하며 벌떡 일어났으나 나무꾼은
이미 저만큼 '꽁지야 빠져라' 하고 달아나고 있었다.
그러자 과부의 머리에 먼저 떠오른 것은 눈을 하얗게 흘기는
무서운 시어머니의 모습과 동네 사람들의 무서운 입이었다.
후환이 두려워진 과부는 벌떡 일어나 옆에 있던 빨래 방망이를
꼬나 쥐고 좇아가며
“이 짐승 같은 놈아, 개만도 못한 놈아, 네가 그래도 인간이라면
그 자리에 냉큼 서지 못 하겠느냐?...”
이 말을 들은 나무꾼이
“아주머니 너무 노하지 마시오. 그 짓을 한 게 어디 제 물건입니까?
사실은 이 손가락으로 한 번 그래 본 것 뿐입니다. 손가락이 무슨
죄가 되며, 한 번 장난해 본 것이니 그만 용서하시오...”
말을 마친 나무꾼은 다시 달려가 길 모퉁이로 꼴깍 사라져 버렸다.
여인은 더욱 방망이를 흔들어 대며
“요, 앙큼한 놈아. 내가 네 말에 속을 성싶으냐? 이놈아 그 짓을
치른 게 네 손가락이라면, 아직까지 '뜨끈뜨끈하고 짜릿한 이 맛'은
대체 무엇 때문이란 말이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