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마른 부부관계, 다시 살리는 방법!
얼마 전 SBS스페셜에서는 ‘나는 한국인이다’라는 제목 아래 ‘짝’을 주제로 한 3부작을 방영하였다. 그 중 마지막 3부작은 부부 생활 유형에 대한 내용이었다.
방송 내용에 따르면 한국인이 부부가 되는 유형은 집안에서 짝을 정해준 패밀리형, 조건을 보고 짝을 찾는 맞춤형, 사랑을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으로 여기며 감정적인 교감을 중시하는 감성형 부부가 있다고 한다. 하지만 충격적인 것은 사랑이 전부라는 감성형 부부가 결혼생활이 진행이 될수록 형식적인 결혼생활을 하게 되면서 대화가 단절되고 서로에게 관심이 사라지는 좀비형 부부가 된다는 것. 방송이 끝난 후 시청자들은 부부관계를 극단적으로 몰아간다, 불쾌하다는 반응도 하였지만, 일부에서는 방송 내용에 공감이 간다는 반응도 볼 수 있었다.
방송에서 나온 극단적인 예까지는 아니더라도, 분명 사랑해서 만났고 함께 있고 싶어 가정을 꾸렸지만 시간이 지나면 부부간의 열정이 조금씩 사라지면서 ‘아이 때문에 산다’는 사람들도 여럿 볼 수 있다. 이러기 위하여 사랑하고 결혼한 것은 아닐 텐데, 대체 왜 변하는 것일까?
불꽃 같은 사랑의 유효기간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게 되면 나오는 페닐에틸아민이라는 뇌 호르몬은 흥분과 행복감을 지속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호르몬이 지속적으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 사랑에 빠졌을 때 나오는 호르몬들은 사실 스트레스 호르몬이기에 시간이 지나면 우리의 몸은 스트레스를 이겨내기 위하여 내성을 기르기 시작한다. 이때쯤 되면 처음에는 보이지 않던 상대에 대한 단점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과학자들은 이런 페닐에틸아민의 유효기간은 길어야 3년이라는 연구결과를 내놓기도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용기간이 끝나면 가슴을 뛰게 하는 새로운 상대를 찾아 떠나는 사람들도 있다는 것이다.
불꽃 같은 사랑 뒤에 오는 편안함
그러나 이 결과를 전적으로 신뢰하고 그럴 것이라 믿고 행동하는 것이야 말로 어리석은 짓이다. 페닐에틸아민의 작용이 끝나갈 때쯤 분비가 활발해지는 호르몬이 바로 옥시토신. 옥시토신은 서로에게 정서적 안정감과 신뢰감을 안겨줄 수 있도록 작용을 한다. 안정감과 신뢰감을 바탕으로 사랑이 무르익게 하는 것이 옥시토신 인 것이다. 그렇다면 부부의 애정이 식어가는 것을 전적으로 소위, 유효기간이 세팅이 되어있는 호르몬의 탓이라고 보긴 어렵다. 그렇다면 부부간의 애정, 어떻게 유지하여야 할까?
남녀간의 차이에 대한 이해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 제목도 있듯이 남녀간의 행동이나 생각, 인지력등에는 많은 차이가 있다. 남녀간의 이 차이가 생물학적 차이에서 오는지, 사회적 차이에서 오는지에 대해서 논란이 있으나 과학자들은 남녀의 뇌의 차이에 좀 더 무게를 둔다.
정자와 난자가 수정 후 처음 8주간에는 모든 태아의 뇌가 여자아이의 뇌처럼 보인다. 그러나 8주가 지나면서 x,y염색체가 결합된 남자아이는 테스토스테론이 분비되면서 남자아이의 뇌가 된다. 여자들은 사소한 부분까지 기억을 잘 하는 것에 비해 남자들은 그런 일이 있었는지 조차 잘 모른다거나, 남자의 뇌와 여자의 뇌는 외부자극에 대하여 똑 같은 인지기능을 수행하지만 때에 따라 사용하는 신경회로가 다른 것은 남녀의 뇌구조가 동일하지 않다는 것을 말해준다. 이런 남녀의 뇌구조의 불일치는 같은 상황임에도 서로 다르게 인식하고 생각하는 점이 왜 그런 것인지를 설명해준다.
“그걸 말 해야 알아?”, 말 해야 안다
이런 남녀의 뇌가 다르다는 것은 부부 생활에서도 확연하게 드러난다. 서로 사랑하여 결혼하였지만, 남자와 여자의 다른 점에 대하여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적극적인 의사표현을 하여야 한다. 대부분의 부부들은 일일이 말을 하지 않아도 상대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아야 한다 또는 알 수 있다는 위험한 생각을 한다. 아내는 자신이 화가 난 이유에 대하여 꼭 말을 해줘야 아는 남편에게 서운하고, 남편은 하나부터 열까지 잔소리를 하는 아내가 진절머리가 나서 집에 들어가기 싫은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부부간의 대화가 단절되게 된다. 부부간의 대화가 사라지면 서로에 대한 이해가 줄어 들고, 결혼에 대한 회의감으로 이어진다.
대화를 잘 하기 위한 노력
대화를 하려고 부부가 마주보고 앉았다가 오히려 언성이 높아지면서 크게 싸우고 다시는 대화를 안 한다는 김모씨 부부. 아내 김씨는 남편과의 소원해진 사이를 되돌려보고자 대화를 시도했지만 남편이 자신의 말을 제대로 듣지 않은 채, 자꾸 그런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듯이 치부해버려 화가 났다고 하소연을 하였다. 가까운 사이 일수록 대화를 나누기 위한 서로의 노력이 필요한데, 하물며 사이가 멀어진 경우는 오죽하랴. 부부간의 대화를 잘 하기 위한 방법이 따로 있을까?
대화하기 전에 먼저 점검 해야 할 것이 있다. 상대가 내 말을 잘 들어줄 수 있는 상황인지 대화를 하기 편안한 장소인지를 보아야 한다. 만약 상대가 피곤하거나 불편한 상태라면 그만큼 잘 들을 수 없기 때문이다. 시간과 장소, 상황이 맞는다면, 이제 ‘잘 들어줄 준비’를 하여야 한다. 옛말에 귀가 두 개이고 입이 하나인 이유는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줄이고 잘 듣기 위함이라지 않는가. 이야기를 잘 들어준다는 것은 그 만큼 상대에 대한 배려를 한다는 것이다. 상대의 말이 끝나기 전에 말을 가로채면서 내 이야기를 하기 보다는 끝까지 잘 들어주자.
마지막으로 칭찬과 사랑의 말을 자주 하자. 처음에는 쑥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연애시절, 하루가 멀다 하고, 아니 한 시간 마다 속삭이던 ‘사랑해’가 아니던가. 실제로 ‘사랑해’라는 말을 자주 할 수록 혈중 스트레스지수가 낮아지고 면역력이 좋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듯이, ‘사랑해’는 건강도 챙기고 사랑도 받을 수 있는 마법의 언어이다. 입 밖으로 내어서 말을 하기 어색하다면 혼자 있을 때 “여보, 사랑해”를 50번 정도 중얼거려 본다. 그러면 어느 순간 자연스럽게 이야기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공동의 비전을 설정하라
또한, 처음부터 부부간에 함께 이룰 수 있는 공동의 비전을 설정하거나 함께 즐길 수 있는 취미를 가지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두 사람이 함께 공동의 비전을 달성하거나 취미활동은 두 사람의 결속력을 강화시키고 신뢰감을 형성해준다. 부부간의 정이 돈독해지면서 가정의 화목과 평화를 이룰 수 있다. 불가의 속설에 따르면 부부의 연을 맺기 위해서는 전생에 3000번의 인연이 닿아야 한다고 한다. 이 말이 맞던 안 맞던, 내가 사랑하여 새로운 가정을 꾸린 대상이 아니던가. 그런 나의 상대에게 한 번 더 배려 하고, 한 번 더 마음을 열어보자.
글. 조채영 객원기자 chaengi@brainworld.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