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두뇌상식 - 27
▲ 바지 한벌을 사는데 소요한 시간과 비용에 대한 남녀의 차이.
빨간색이 여성이고, 파란색이 남성이다.
(이미지 출처 : 인터넷 커뮤니티)
얼마 전 쇼핑할 때 남녀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한 장의 사진이 유행하였다. 백화점의 특정 매장에서 바지 한 벌을 사오라는 미션을 받은 남녀가 미션을 완료할 때까지의 동선을 그린 이 그림은 남녀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받았다.
실제로 많은 남성들은 여자친구나 부인과 쇼핑을 할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말한다. 물건을 사러 왔으면서 몇 시간씩 돌아다니기만 하고 이 것은 어떠냐, 저 것은 어떠냐는 등 의견을 물었을 때 시큰둥하게 대답을 하면 바로 핀잔이 날라온다. 남성들에게 쇼핑은 큰 고역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이 스트레스가 근거가 없는 것이 아니라는 실험 결과가 있어 눈길을 끈다. 실험은 런던에서, 크리스마스 이브에 이루어졌다. 연구팀은 실험에 참가한 다수의 남녀에게 동일한 품목의 물건을 사오도록 하고 이 미션을 수행하는 동안 혈압과 맥박, 스트레스 수치 등을 조사하였다.
그 결과, 미션을 수행하는 동안 남성의 여러 수치들은 경찰이나 전투기 조종사가 사건현장에 투입될 때 느끼는 정도와 비슷하였다. 또한 넘쳐나는 사람들에게 밀려다니면서 좋은 물건을 골라야 한다는 압박을 받았고, 쇼핑을 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드레날린 분비량과 스트레스 수치는 점점 더 높아졌다. 남성들의 상태는 시간이 지날 수록 공격성이 강해졌으며 점점 기분이 안 좋아지기 시작하였다. 이에 비해 여성의 수치에는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이 재미있는 결과는 원시시대부터 내려오는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원시시대에 여성들은 주로 먹을 수 있는 과일이나 풀 등을 찾고 채집하는 일을 하였고, 그랬기 때문에 이리저리 찾아보고 탐색하는 능력이 발달하였다. 그러나 수렵이나 사냥을 하였던 남성들은 포획물을 바로 가지고 오면 되었기 때문에 탐색 등의 과정은 필요가 없었다. 즉, 현대사회에서 보이고 있는 남녀의 쇼핑 스타일의 차이는 진화의 과정에서 배인 자연스러운 일이다.
글. 조채영 chaengi@brainworld.com
도움. 『호르몬은 왜?』 마르코 라을란트 지음, 프로네시스 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