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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자리를 비워둔채

대한인 2012. 2. 2. 10:52

 

 

 

 

당신의 자리를 비워둔채

 


혼탁하게 일그러진 침묵 속에서

나는 당신의 허기를 느꼈다.

태양이 끌어당긴 푸른빛 꽃 그림도

소쇄하게 흐느끼는 하늘빛 봄 바람도

 

긴 침묵을 예감하는 짧은 한숨

그날 당신은 말이 없었다.

부서진 유리 조각처럼

맹렬히 날 세운 바늘 끝처럼

 

 

 

 

정직한 슬픔이 애처로워서

사연 많은 그 모습이 나와 닮아서

돌아서는 당신의 손을 잡고 싶었다.

 

한잎, 한올, 내 몸의 숱한 조각들

비록 기억하지 못하는

찰나의 한 결에라도 닿을 수 있다면

 

 

 

 

무심히 쓸어버릴 세월의 뒤꿈치

굳은살 언저리에라도

스쳐 지나 갈 수 있다면

 

그리하여 당신에게 위로가 된다면

그 아픔의 무게를 덜어낼 수 있다면

하늘 끝에 나를 쏘아 가고 싶었다.

 

 

 

 

볼품없이 뒤틀어진 어깨위라도

축축하고 후미진 주머니 속이라도

모르는 척 숨어 들어가고 싶었다.

 

살벌한 추위와 지나간 시간마저

낱낱이 추억하고 정직하게

슬퍼하며 기다릴거다.

그리하여도 기꺼이 내 마음은

미안하다 턱없다 느낄거다.

 

 

 

 

알아주지 않아도 기억하지 못해도

간절한 그리움과 두근거림 앞에

번번히 외면으로 답변하여도

기다릴거다.

당신의 자리를 비워둔채...


-- 모셔온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