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수(風水)에는 '집은 큰데 식구가 적게 살면 음기(陰氣)가 성해 점점 가난해지고 작은 집에 식구가 많으면 양기가 성해 가세가 번성한다'는 말이 있다. 풍수의 '1장 1절'이라 불릴 정도로 유명한 믿음이다.
요즘이야 중소형 아파트가 인기라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가족이 많든 적든 가급적 넓은 면적을 선호했다. 집의 쓸모보다는 집값 상승으로 얻게 되는 시세차익 때문에 작은 주택보다 큰 주택을 원했다.
'흥부전'에서 흥부네 가족은 흥부 부부와 자식 12명이 초가삼간에서 살았다. 안방에선 부부가 어린 애들을 데리고 자고 머리가 커져 눈치가 뻔한 자식들은 모두 건넌방으로 쫓겨났다. 건넌방에는 여러 자식이 엉킨 채 새우잠을 잤다. 아침이면 다리에 쥐가 나 저리고 아팠을 것이다. 옛날부터 '두 다리 쭉 뻗고 잔다'는 말은 아무 걱정 없이 마음 편히 잘 사는 것을 가리킨다. 형제끼리 티격태격 싸우는 소리가 끊이질 않았을 터다.
하지만 잘 살고자 하는 양기(陽氣)만은 성해 가족마다 활기가 넘쳐났을 것이다. 예전에는 식구가 많으면 창피하고 가난의 상징으로까지 여겨졌으나 요즘은 출산율이 급감하면서 자식을 많이 둔 집이 오히려 매스컴에 소개되는 등 자랑거리가 되고 있다.
집은 큰데 식구가 적을 경우,지나치게 넓은 집이 사람 마음을 불안하게 한다. 자식이 성장할 때면 방이 몇 개가 있어도 늘 부족하다. 하지만 자녀들이 성장해 유학을 가거나 군입대 또는 출가하면 빈 방이 생겨나고 집안 공기는 갑자기 썰렁해진다. 오랫동안 살아 정이 든 집이 분명한데 어느 날 한기(寒氣)가 느껴지거나 무섭다는 생각마저 든다. 이미 집의 기와 사람의 기가 서로 조화를 잃고 충돌이 일어난 것이다.
이 경우 기 싸움에서 사람이 진 것으로 간주하고 작은 집으로 이사를 서두를 필요가 있다. 이것은 몸집 작은 사람이 큰 옷을 입고 있는 것처럼 누가 봐도 부자연스럽고 스스로도 불편하다. 방이 비면 반드시 빈 방의 방문을 열어두고 생활해야 한다. 방 주인이 없다고 방문을 닫아두면 빈 방에는 햇볕이 들 기회가 적고 환기와 통풍이 안된다.
어쩔 수 없이 빈방이 생겼다면 그 방에 옷걸이를 걸어 두는 게 좋다. 옷을 갈아입으려고 자주 드나들 테니 말이다. 운동기구를 두고 땀이 흠뻑 나도록 뜀박질을 하는 것도 권할 만하다. 그러면 사람의 온기가 방안에 가득 차 음기가 침투할 여지가 없어진다.
고제희 대동풍수지리학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