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정 지역의 검은 열매, 복분자와 오디
열매 속 붉은 색소가 가득 차오르면 검붉은 색을
띤다. 수확 시기가 매우 짧아 부지런한 사람만 맛볼 수 있는 귀하신 블랙 푸드로 꼽히는 복분자와 오디가 제철을
맞이했다.
붉은빛을 띠다가 익을수록 검붉게 변하는 복분자.
비타민 A 및 C 등과 각종 미네랄이 풍부하여 한의학에서는 약재류로 분류하기도 한다.
복분자와
오디는 지금이 제철
요즘은 마트에 가면 사시사철 먹을 수 있는 식재료와
과일이 많다. 겨울에도 복숭아와 수박이 마트 냉장고에 진열되어 있는 것이 이제는 입 벌어질 만큼 신기한 일도 아니다.
"오디와 복분자 촬영을
위해서 농가에 갔더니 완두콩 수확을 이미 끝내고 완두콩 대를 다 뽑아놨더라고요. 그 땅에 이제 다른 작물을 재배하겠죠? 이 모습이 정상이잖아요.
수확 시기의 작물을 먹는 거요. 딸기가 언제 제철인지 아세요? 5월 말에서 6월 초로 초여름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이미
겨울부터 초봄까지 실컷 먹고 정작 제철일 때는 그나마 하우스 딸기조차 구입할 수 없어요. 노지 딸기는 키우기 힘들어서 거의 모든 농가가 하우스
재배를 하는데 그마저도 제철인 5월에 수확하면 그다음 수확물을 심을 시기를 놓쳐버리는 거예요.
그래서 우리는 정작 제철인 6월에는 딸기를 구경도
못하고 하우스에서 곱게 자란 딸기만 먹을 수 있어요. 딸기의 제철을 봄으로 아는 사람도 많아요. 아이들은 겨울에 나는 걸로 알기도
하죠.
이맘때 먹을 수 있는 것들을 나열해볼까요? 머위대와 하지 감자, 복숭아, 옥수수, 수박, 참외, 도라지 등 먹거리가 풍성한
계절이에요. 그중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한 것은 복분자와 오디예요.
복분자와 오디는 수확 기간이 2주 정도로 매우
짧아서 이때 부지런히 움직이지 않으면 냉동 상태의 것만 구할 수 있어요." 정화씨는 양파도 제철인 이맘때 먹어야 맛은 물론이고 영양이 높다고
생각해서 사소한 것이라도 꼭 제철의 것을 먹으려 노력하고 지인들에게도 적극 권한다.
자연의 이치를 따르는 것이 건강의 기본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달 제철 식재료 취재는 복분자와 오디로 정했다. 영양이 높아 건강에 좋은 것은 지만 다루기 까다롭다는 선입견에 선뜻 구입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고, 활용 방법을 잘 몰라 그저 술을 담그기 위한 재료로만 생각하거나, '복분자를 먹고 요강을 엎었다'는 속설 때문인지 남자를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건강에 이만큼 좋은 열매도 없기 때문이다.
블랙 푸드는 항산화, 항암, 항궤양 효과가
탁월하다. 은색의 성분인 안토시아닌은 우리 몸에 항산화 능력을 길러주과 면역력을 향상
시키며 활성산소를 억제,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심혈관 질환과 암을 예방한다. 비타민 B군, 다양한 무기염류, 불포화지방산인 리놀산 등을 많이 함유하고 있어 탈모 환자에게
좋다고.
한방에서도 신장 기능을 강화하고 허약 체질을 개선하는 것은 검은색 식품이라고 말하다. 이렇게 다양한 효과를 열거하지 않아도
제철 음식이라는 점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영양을 골고루 갖추고 있으니 마다할 이유가 없다.
당일
수확한 복분자를 다음 날 집에서 맛보다
제철 맞은 복분자를 구입하려고 인터넷 온라인 숍을
찾다 보면 다양한 재배 방식으로 길러진 수많은 종류의 복분자를 보게 된다. 그중 대부분이 무농약 인증 마크를 내세우는 곳이 많다. 가격만
비교해서 가장 저렴한 곳에서 주문하면 되겠다 싶지만 여러 가지 트릭이 있으니 잘 살펴보아야 한다.
마치 농가에서 직접 보내는
듯한 인터넷 홈페이지가 대부분이지만, 중간 상인이 운영하는 곳도 있고 친환경 농법으로 재배했다고는 하지만 온전히 믿을 수 없으며, 쉽게 무르는
특성 탓에 냉동 상태로 배송되는 것이 많은 것도 사실 의심이 간다.
제철이라고, 건강에 좋다고 해서 구입하려고 해도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참 당황스럽다. 쌍치단비네는 복분자와 오디를 유기농으로 재배하며 직거래로 운영하는 전국에 몇 안 되는 곳이다. 산기슭에
자연 상태 그대로 복분자와 오디 나무를 관리하고 때가 되면 수확을 한다.
이곳의 안주인 이양순씨는 드물게 복분자와 오디
유기농업기능사 가격증을 받았고,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유기농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풀, 벌레를 잘 관리해야 하며 잔류 농약 검사, 친환경 일지도 써야 하는 등 그 과정이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라 스스로도
자부심이 높다.
무농약과 가격 차이가 거의 없어 기왕이면 유기농으로 재배한 것을 구입하면 좋겠다. 다만 유기농으로 재배한 것들은 양이 많지
않으므로 서둘러 구매해야 한다. 구입 시기를 놓쳤다면 내년을 기약하고 친환경 무농약 복분자와 오디를 구입하자.
쌍치단비네 농장은 무농약
복분자 농장을 갖추었다. 쌍치단비네농장이 있는 전북 순창군 쌍치면은 순창군 내에서도 해발고도 250~600m인 대표적인 산악 지역이며, 대부분이
고지대로써 토양 또한 물빠짐이 좋아 복분자 생산 단지로는 최적인 환경 조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밤낮의 일교차가 15℃ 이상되는 내륙성
기후이며 겨울철에는 눈이 많이 내리고 여름철에는 강수량이 풍부해 복분자 재배를 위한 최상의 기후 조건이 형성되는 만큼 맛 또한 좋다. 이곳은
유기농 비료를 쓰는 것도 귀가 솔깃하게 한다.
"같은 환경이라도 열매 맛이 좋게 하려면 땅 관리를
잘해야 하는데, 그래서 유기농 퇴비를 사용해요. 잡초도 수시로 뽑아주고요. 순창군에서 발효 미생물 EM을 공급받아 유기농 사료와 함께 땅에
뿌리니 복분자 맛이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복분자는 쉽게 무르는 성질 때문에 다른 농작물에
비해 배송시 매우 까다롭게 관리해야 한다. "주문받을 때 용도를 꼭 확인해요. 술로 담가 먹는다면 생과로 발송하고, 그 외에 과일처럼 먹거나
잼을 만들어 먹을 계획이라면 아이스 팩을 넣어서 배송하죠.
저장해놓고 오랫동안 먹을 용도라면 아예 급속 냉동해
발송하고요." 이양순씨는 당일 수확한 복분자 열매의 신선함과 영양을 그대로 고객에게 전달하고 싶은 욕심에 번거롭지만 이 과정을 절대 빠뜨리지
않는다.
갓 딴 복분자와 오디는 뜨거운 태양을 받아서 열매에 열기가 남아 있다. 이것들을 그냥 발송하면 열매 상태가 급속도로 안
좋아지므로 한두 시간 냉동고에 넣었다가 보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이 모든 것은 당일 수확하지 않으면 불가능하다.
"아무리 정성 들여 포장을
해도 택배로 운반되는 과정에서 열매가 상할 수 있죠. 집에서 편하게 받을 수 있는 만큼 그 정도는 감안해야 해요." 정말 갓 딴 상태의 복분자를
맛보고 싶다면 쌍치단비네농장을 직접 방문해도 좋다.
주말에 아이들과 함께 방문해서 직접 열매를 따볼
것. 이양순씨는 조금이라도 신선한 상태의 것을 판매하고 싶은 마음에 방문 고객도 언제나 환영한다.
청정 지역에서 자연과 함께 자란 오디
예로부터 오디는 보건, 강장의 효과가 있다고 널리
알려져 왔으며 우리나라와 중국에서는 술을 만들어 먹는 귀한 식품으로 취급되었다.
오디에는 항산화 색소와 고혈압 억제 물질인 루틴,
혈당 저하 물질이 다량 함유되어 혈액 순환과 신진대사를 돕고 귀와 눈을 맑게 해주며 노화를 방지해준다. 오디를 착즙하면 약 80%의 액이
만들어지는데 그 안에는 당분이 10% 이상 들어 있어 단맛이 강하다.
대기업에 다니던 김철수씨는 퇴직 후 이곳에 귀농해서
뽕나무를 키우기 시작했다. 잎부터 열매까지 버릴 것이 없고 건강에도 좋아 귀농하면 키우고 싶었던 일순위 나무였다.
이곳 땅에 뽕나무 씨를
뿌려 자식 키우듯이 정성 들여 돌보기 시작한 지 이제 5년. 친환경 무농약 농법으로 잘 자라 탱글탱글하게 익어가는 뽕나무 열매 오디를 보는
감회가 남다르다.
천왕봉이 한눈에 들어오는 지리산 자락 청정 지역에 위치한 함양오디마루 농원은 게르마늄 성분이 풍부한 토질로 유명하고 지대가
높아 뽕나무를 키우기에 최고의 입지 조건을 갖추고 있다.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농부의 정성으로 키워 이제
제철을 맞이한 오디는 영양이 뛰어나지만 쉽게 무르고 상하는 성질 때문에 수확한 이후 관리가 매우 중요하다. 나뭇가지마다 빼곡히 열린 오디는 양이
워낙 많기 때문에 가지를 털어서 땅에 떨어진 것을 줍는 것이 일반적이다.
김철수씨는 손이 많이 가지만 열매 하나하나를 손으로
따서 수확하는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마찰에 매우 약한 오디가 땅에 떨어지고 그것을 사람이 손으로 줍는 과정에서 열매가 상하기
때문이다.
손으로 일일이 딴 다음에는 최대한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 핀셋을 이용해 배송 패키지에 담는다. 함양오디마루농원에서는 오디
생과가 물러지는 것을 최소화하기 위해 위생 팩에 1kg씩 담아서 수확 즉시 영하 30도의 급량 시설에서 얼린 상태로 배송하고
있다.
배송은 6kg이 기본으로, 1kg씩 담겨 있어 필요할 때마다 꺼내 먹기 편리하다. 에디터는 오디 취재를 위해 방문한
이곳에서 오디를 직접 손으로 따는 체험을 했다.
톡 건드리면 손안으로 떨어지는 오디 열매를
김철수씨가 가르쳐준 대로 5~6알을 한 번에 입안으로 털어넣고 먹어 보았는데, 그 맛을 잊을 수가 없다. 지름 2cm로 작은 그 열매에 과즙이
어찌나 많고 달콤한지 손이 새카맣게 되는 것도 모르고 한동안 오디 맛 삼매경에 빠져 있었다.
함양오디마루농원에서는 일일이 손으로 수확한 오디를
바로 1kg씩 용기에 담아 급속 냉동고에 넣는다.
쉽게 무르는 오디의 성질 때문에 이물질을 솎아내는
과정에서도 핀셋을 이용해 마찰을 최소화하고 있다.
과일처럼
먹는 복분자와 오디
오디와 복분자의 특징을 비교하는 사람들이 많다.
외형이나 맛에서 닮은 듯 보이지만 오디는 뽕나무 열매이고 복분자는 산딸기 개량 품종이다. 이 두 가지 과일은 태생이 분명
다르다.
오디는 특유의 단맛으로 아이들에게도 사랑받는 과일로 여름철 곱게 간 얼음과 함께 크러시를 만들어 먹어도 좋다. 오디와
비슷한 듯하지만 조금 더 새콤한 맛을 지닌 복분자는 선명한 붉은 색감 덕에 머핀이나 베이글, 케이크 등을 만들 때 자주
쓰인다.
이정화씨는 새콤달콤한 맛이 나는 복분자는 잼으로,
단 맛이 강한 오디는 주스를 만들어 먹는 것을 권한다. 복분자와 오디는 산딸기를 이용하는 음식과 동일하게 활용하면 좋은데 샐러드 드레싱을 만들어
먹어도 좋다.
"이렇게 영양과 맛이 좋은데 많은 사람들이 술의 재료로만 이용하는 것이 늘 안타까웠어요. 보관이 어렵고 배송이 용이하지
않아서라고 하지만, 요즘에는 배송이 워낙 잘되니 꼭 한번 먹어보세요.
영양이 많고 먹은 후 효과가 좋은 이 둘을 개인의
취향에 따라 선택을 달리하라고 권하고 싶어요. 복분자는 달달하면서 시큼한 맛이 특징으로 잼을 만들어 먹으면 좋아요.
씨가 많아서 갈아 먹으면
입안에 부스러기가 남으므로 이물감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추천하기 힘들죠. 오디는 씨가 전혀 없어 갈아 먹기에 아주 좋아요. 당도가 다른 과일만큼
높지 않고 신맛이 전혀 없어 우유를 넣거나 요구르트를 조금 섞어 갈아내면 아이들도 좋아하는 오디 주스가 돼요."
많은 사람들이 블랙 푸드의
최고로 블루베리를 꼽는다. 그러나 복분자나 오디에 비해 약 2배 이상 가격이 높다. 복분자와 오디는 블루베리보다 가격이 훨씬 저렴하면서 영양은
높으니 제철 수확한 것을 구입해 냉동해두고 먹으라 권한다.
복분자와 오디를 오랫동안 두고 먹으려면 각각 설탕과
1:1의 비율로 섞어 실온에서 보관하면 매실액처럼 필요할 때마다 사용할 수 있다.
복분자는
7월에 강원도에서 구입
가격이 가장 저렴하다는 홈쇼핑을 살펴보니 오디는
5kg 기준으로 4만원부터이고, 무농약의 경우 6만원대까지 다양하다. 복분자는 오디에 비해 가격이 높은데 5kg 11만원대부터 시작한다. 그런데
한 가지 안타까운 점은 6월 말이면 복분자와 오디가 끝물이라는 점.
취재 당시에는 제철이었지만 독자들이 기사를 읽고
구입을 시도했을 때는 사실 조금 늦은 감이 있어 에디터의 마음이 살짝 무거웠다. 한 가지 희소식. 지대가 높은 강원도는 7월 초가 복분자의
제철이다.
강원도에 위치한 하늘가리농장은 7월 초부터 수확 예정이니 서둘러 전화해보자. 심지어 이곳은 순수 자연 상태 그대로, 자연
농법으로 재배하고 있다.
문의_
070-4119-1027
cafe.naver.com/hanulgari
이정화
스타일, 와인 넣은 복분자 잼 만들기
1_
복분자를 물에 살짝 씻는다(먼지를 털어내는
정도).
2_
채반에 올려 물기를 뺀 후 복분자 씨를
제거한다.
3_
과즙과 과육만을 냄비에 넣어 약한 불로
끓인다.
4_
내용물이 끓기 시작하면 설탕을 넣는다. 달지 않게
먹으려면 복분자와 설탕의 비율을 2:1로 맞춘다. 수시로 저어주면서 설탕을 세 번으로 나누어 넣는다.
5_
복분자는 과즙이 많지 않아 되직해지기 쉬운데 이때
적당량의 와인을 넣어주면 풍미가 살아나면서 걸쭉한 잼을 만들 수 있다.
6_
끓기 시작한 지 한 시간 정도가 지나면 걸쭉해지는데
이때 가스불을 끄고 열탕 소독한 병에 넣은 후 뚜껑을 닫는다.(너무 묽은 듯해도 식으면 딱 먹기 좋을 정도로 굳기 때문에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정화씨는…
탁월한 감각의 라이프스타일리스트다. 그녀의 작업이
늘 사람들에게 회자될 만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까다로운 안목과 타고난 미적 감각 때문이다. 까다로운 안목은 식재료를 고를 때도
적용된다.
요리를 전문으로 하지 않더라도 건강한 밥상을 차리기 위해 제철 재료를 선택하는 것은 물론이고, 요리 재료의 패키지까지
꼼꼼하게 따진다. 다방면에 미적 심미안을 가진 그녀가 진정한 로컬 푸드를 찾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