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 예절·호칭 배우기…
남편 누나의 남편 호칭은? ‘아주버님’
국민일보 입력2012.01.17 18:03기사 내용
'아주버님, 당숙어르신….'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 온 레 흐엉(26·경기도 고양 원당동)씨. 결혼한 지 3년째지만 명절날 큰집 가는 길은 늘 머리가 묵직해진다. 한국 주부들은 주방에서 음식 만들고, 설거지하는 일이 힘들다고 하지만 흐엉씨에겐 친척들을 만나는 일이 더 버겁다. "큰집에 모이는 친척들이 30명이 넘어요. 젖먹이부터 일흔 살이 넘은 어른까지 있어요. 뭐라고 불러야 할지 잘 모르겠어요. 발음도 너무 어렵고요."
호칭은 우리나라 새댁들에게도 쉽지 않다. 특히 대소가가 한자리에 모이는 설 명절에는 처음 보는 친척들이 더 많으니 뭐라고 불러야 할지 난감하기 일쑤다. 하지만 주부 커뮤티니 미즈 천선아 대표는 "친척들이 많이 모이는 자리에서 갓 결혼한 신부들이 호칭과 관련돼 가장 많이 하는 실수는 남편을 부를 때 생긴다"고 말했다. 친척들의 호칭은 미리 주의를 기울이지만 남편을 부를 때는 연애할 때처럼 '오빠' 또는 '○○씨' 등으로 부르기 때문. 결혼한 지 꽤 된 이들은 남편을 '아빠'라고 부르는 경우도 종종 있다. 평소 시아버지 시어머니는 이해를 한다 해도 연세 많으신 분들은 불호령을 내리기 마련.
천 대표는 "시집 식구들 앞에선 남편을 '그이' 또는 '저이'라고 불러야 하며, 아이를 낳은 뒤에는 '아비' '아범'이라고 불러야 한다"고 말했다. 친정 식구들 앞에선 성을 붙여서 '○서방', 또는 '그 사람'이라고 부르면 된다. 새신랑도 아내를 친가에선 '그 사람' '어멈' '어미'로 낮춰 부르고, 처가에선 '집사람' '안사람' '그 사람'으로 불러야 한다. 입에 맞지 않겠지만 이 기회에 습관이 되도록 노력해보자.
가까운 친척인데도 헷갈리는 호칭이 남편 누나의 남편. 천 대표는 "남편의 형님과 같은 항렬로 봐 아주버님, 아내 오빠의 아내는 아주머니, 아내 남동생의 아내는 처남댁으로 부른다"고 알려 준다.
설날 빠지지 않는 것이 세배. 예지원 순남숙 본부장은 "세배 드릴 때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라고 인사를 드리거나 절할 때 엎드렸다 그대로 앉는 것은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세배를 하고 아랫사람이 먼저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건강하세요' 등의 인사말을 하지 않는 것이 원칙. 덕담은 어른이 하는 것이므로, 아랫사람은 세배를 올리고 일어났다 자리에 앉아 어른 덕담을 기다리는 게 예의다. 우리의 앉은절은 절을 올리고 일어나는 것까지이므로, 반드시 일어났다 다시 앉아야 한다.
순 본부장은 "세배는 우리의 미풍양속이지만 세뱃돈은 전통 풍속은 아니다. 따라서 세뱃돈은 정을 나눈다는 데 의미를 두어 나이에 따라 1000원, 5000원, 1만원 정도 주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이상의 돈을 주고 싶다면 별도 용돈으로 주어 우리의 미풍양속인 세배가 돈과 결부되지 않도록 어른들이 신경을 써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세배는 조부모, 부모, 자녀가 있을 때는 부모가 먼저 조부모에게 세배한 다음 자녀가 조부모에게 세배하는 것이 맞는 순서. 순 본부장은 "조부모 앞에서 부모가 자녀에게 세배를 받는 것은 예가 아니다. 나보다 더 어른이 있을 경우에는 그 예를 생략하는 것이 우리의 예법"이라고 강조했다. 따라서 부모에게는 조부모가 안 계신 곳에서 세배를 드리도록 해야 한다.
김혜림 선임기자 m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