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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바랜 사진 한 장. 꼭 시간을 멈추게 하는 '흡착포' 같다. 세월은 가도 사진 속 세월은 고정돼 있다. 훌쩍 늙어버린 한 노인의 동공에 비친, 고추를 내놓고 천진난만하게 놀고 있는 어린시절 자신의 모습. 현실은 팍팍하지만 사진 속에서의 시간만은 한없이 평화롭고 푸들푸들거린다. 그 시절 시골 토방 벽 한 켠에 걸려있던 한 집안의 일대기가 오롯하게 새겨진 파리똥 앉은 가족 사진 액자. 한 가문의 '블랙홀'임에 분명하다. 어느 날 부모 가슴에 대못을 박고 요절해버린 자식의 '부재'(不在)도 사진 한 장이면 '현존'(現存)의 실상으로 엄존한다. 부모는 손바닥으로 종일 몇십번씩 그 사진을 문지르고 또 문지른다. 이제는 떠나가버린 연인과 황홀했던 밀애의 시간, 비록 지금 내 손에 그 추억을 잡을 순 없지만 무심코 책 갈피에서 발견한 수 십 년 전 연인의 사진 앞에서 빙그레 웃음을 피우는 게 '먼 사진'의 위력이 아닌가. 현존과 그 사진의 틈이 멀먼 멀수록 그 감동과 애틋함은 더해진다. 한 도시의 과거 표정은 늘 무참히 지워진다. 그 누구도 '실물지수'로 복원시킬 수 없지만 빛바랜 사진 한 장만은 능히 그 일을 할 수 있다. 한 세기, 아니 반세기 전 사진도 이젠 '문화재급'. 그 흔한 고교시절 사진 한 장도 찾아보면 보이지 않는다. 이번주부터 원로 향토사진가 앙산 장원식의 제4사진집(징심유관)에서 사금처럼 골라낸 50~60년전 추억의 대구 사진들을 지상중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