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abortion)에는 자연유산(spontaneous abortion)과 인위적으로 시행하는 인공유산(induced abortion)이 있는데, 인공유산에 대해서는 제 8 장에서 다루기로 한다. 자연유산(spontaneous abortion)이란 태아가 성장을 계속하다가 생존이 가능한 발육시기 이전에 임신이 끝나버리는 것을 말하며, 보통 임신 24주 미만에 태아가 더 이상 살지 못하고, 자연적으로 자궁 밖으로 배출되어 버리는 현상을 말한다. 자연유산의 초기 증상은 질 출혈, 허리 통증, 하복부 통증 등이 나타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증상이 없는 경우도 있다. 자연유산이 일어나는 빈도는 대략 10∼20%로 임신 5명당 1명의 비율로 유산이 일어나는 셈이므로 매우 높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실제로 산모가 느끼지 못하고 그대로 유산되는 경우까지 합하면 자연유산은 훨씬 더 많이 일어난다. 초기 자연유산의 50%이상은 염색체 이상이 원인이고, 부모의 나이가 많아 질수록 자연유산의 발생빈도는 상대적으로 증가한다. 또한 아기를 낳은 후 충분한 휴식기간을 거치지 않고 3개월 이내에 바로 임신한 경우에도 자연유산의 발생이 늘어난다. 임신기간 중에서 자연유산이 가장 되기 쉬운 기간은 임신 12주까지의 초기 임신기간이다. 자연유산의 80%이상이 임신 12주 이전에 일어나고 그 후에는 감소하는데, 임신 8주 째에는 태아의 심장박동을 완전히 확인할 수 있는 시기이므로, 이 때 태아의 심장박동 소리를 확인한다면 자연유산이 될 확률은 작게 된다. 자연 유산의 원인은 부계나 모계쪽에서 정상이 아닌 염색체를 태아에게 제공하거나, 부모의 성염색체의 분리시 비분리현상이 일어남으로써 태아 염색체 수에 이상이 생긴 태아측에 원인이 있는 것인데, 이렇게 비정상적인 염색체를 가진 태아는 더 이상 정상적으로 발육하지 못하고 만다. 또한 산모측 원인의 대부분은 태아를 지탱해 주는 자궁경부가 정상적인 수축을 하지 못하여 자궁입구가 열리는 이른바 '자궁경관 무력증'이다. 이러한 자궁경관 무력증의 원인은 특이한 체질, 이전의 출산시 자궁경관에 입은 상처, 낙태 휴우증 등에 기인한다. 그 밖에, 자궁근종, 내분비이상(황체호르몬 부족, 갑상선기능 저하증), 영양실조, 방사능에 노출, 면역요인(Rh 음성인 산모), 심한 운동, 스트레스, 자궁충격, 과격한 성교, 지나친 음주와 흡연 등이 그 원인이 된다. 자연유산의 종류는 유산의 진행정도에 따라서 다음과 같이 구분된다. 절박유산(threaten abortion)이란 유산이 막 시작되려는 상태인데, 임신 전반기에 피가 섞인 분비물이나 질 출혈이 있다. 출혈은 수 일간에서 수 주간동안 지속될 수 있으며, 가벼운 월경통과 같은 하복부 통증이 있을 수 있다. 이러한 절박유산은 자연유산의 대부분을 차지하여 4∼5명의 산모 중에서 1명 꼴로 생기고, 이중 절반 정도에서 자연유산이 일어난다. 절박유산의 주된 증상은 출혈로 시작되는데 통증이 동반되는 경우에는 임신을 지속할 가능성이 없다. 그러나 자궁구는 아직 닫혀 있고 태아의 심장 박동도 확인할 수 있으므로 치료를 잘 하면 유산을 막을 수 있다. 한편 임신초기의 월경예정일에 약간 가벼운 출혈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수정란의 착상에 따르는 생리적 현상으로 볼 수 있다. 불가피유산(inevitable abortion)이란 유산이 막 시작되어 출혈이 많고 복통도 심한 경우이다. 자궁문이 열리고 난막이 파열되어 양수가 흘러 나오며, 태아와 태반이 배출되거나 염증이 생기기 때문에 더 이상 임신이 계속될 수 없다. 불완전유산(incomplete abortion) 이란 대체로 임신 10주 이후에 발생하는 자연유산인데, 태아와 태반의 일부 또는 전부가 배출되지 않고, 자궁 내에 남아 있어서 출혈이 지속되는 경우이다. 임신 10주 이전에 유산되는 경우는 대부분 태아와 태반이 동시에 배출되지만 그 이후에는 각각 배출된다. 임신을 유지시킬 수 없으므로 태아와 내용물을 제거하는 소파수술을 받아야 한다. 계류유산(missed abortion)은 뱃속의 태아가 이미 죽었는데도 자궁 밖으로 나오지 않고 몇 주간 자궁 내에 그대로 남아 있는 경우이다. 임신 초기에는 정상임신과 같은 증상을 보이지만, 태아 사망 후에는 질 출혈이 나타날 수 있고, 자궁이 작아지며 태아가 더 이상 자라지 않으므로 약간의 체중감소가 있을 수 있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입덧증상이 없어지고, 유방과 자궁의 크기가 줄어든다. 또 절박유산과 마찬가지로 질출혈과 복통이 동반된다. 이것을 너무 오랫동안 방치하면 혈액응고 장애가 생기므로 수술을 받아야 한다. 습관성 유산(recurrent spontaneous abortion)이란 계속해서 3회 이상 자연유산이 되는 것을 말한다. 반복되는 유산으로 인하여 대부분의 산모들은 정신적 좌절감에 빠지기 쉬우나,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으면 70∼80%는 건강한 아이를 분만할 수 있다. 습관성 유산의 원인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모체에 원인이 있는 경우의 대부분은 '자궁경관 무력증'이다. 이것은 자궁 입구에 있는 자궁경관이 정상적인 수축을 하지 못하는 현상인데, 태아가 커지면 자궁구가 열려 유산하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에 임신 12주쯤에 경관봉축수술을 하면 유산을 막을 수 있다. 세균이나 질병의 감염, 영양 결핍, 유독성 환경에 노출된 경우 등이 습관성 유산의 원인이 될 수 있다.
(1) 자연 유산은 예방이 가능한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