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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이 알고 있는 은밀한 호수였으면

대한인 2013. 10. 9. 19:17

 

▲ 단풍나무 서어나무 물참나무 오순도순 숲을 이뤄 고요한 그 곳에 은밀한 호수 하나가 있다.

 

길이 있었다. 단풍나무 서어나무 물참나무 오순도순 숲을 이뤄 고요하고, 가녀린 산새들의 노래가 바람결에 아련한 선율로 귓바퀴에 스미던 길. 늦은 가을 우수수 떨어진 낙엽 밟으며 낮은 언덕에 올라서면 그곳엔 놀라운 광경이 펼쳐졌다. 산 속 깊은 곳에 어찌 이런 호수가 숨겨져 있었을까, 싶게 사면이 완만한 능선으로 에둘러져 포근함이 밀려오는 곳. 첫 대면의 순간은 홀연히 맞닥뜨린 황홀한 평화 바로 그것이었다. 접시에 부어 놓은 물처럼 잔잔한 수면은 실바람에도 수줍게 찰랑대며 쏟아지는 햇살에 물비늘이 보석처럼 빛났다.

 

▲ 사라오름의 산정호수.

 

문패도 어쩜 그리 어울리게 잘 달아놓았을까. 사라오름. 한라산정의 장엄한 백록담이나 밑창이 터질 만큼 깊어서 전설 속의 설문대할망이 빠져 죽었다는 물장올의 비장미와는 유다른 사라오름의 산정호수는 살가운 어미의 따스한 품에 안긴 것처럼 아늑했다.

공중에서 내려다본 사라오름의 호수면은 어릴 적 콤파스로 동심원을 그려놓은 듯 동그란 것이 꼭 한가위 보름날 떠오른 달덩이 같다. 호수의 둘레는 어림잡아 250여 미터, 호수를 빙 두른 오름 정상의 능선 둘레는 1km 남짓하다. 가장 높은 곳의 해발고도가 1325m. 울울한 한라산 원시림 꼭 한가운데 솟아 있는 셈이다.

 

▲ 전망대에서는 한라산 정상을 바라볼 수 있다.

 

 

▲ 전망대에서 바라본 성널오름

 

호수 남쪽에 있는 전망대에 서면 한라산 정상이 구상나무 주단을 깔고 부드러운 능선을 이루며 솟아있고 맞은편으로는 성널오름과 논고악, 동수악을 비롯한 제주 동부지역의 오름이 한 눈에 잡힐 만큼 전망이 시원스럽다.

수평선 맑은 날에는 성산 일출봉과 우도가 아련하게 다가온다. 호수 맞은편엔 새색시 볼처럼 불그레한 흙붉은오름이 수면 위로 머리를 빼꼼 내민 개구리처럼 하늘금을 그리고 있다.

사라오름은 본래 ‘신성한 곳’을 뜻하는 고어(古語) ‘솔’에서 왔다. 깊은 산 고요한 곳에 자리한 산정호수에 걸맞은 작명일 듯싶다. 탐라왕국의 도읍지 제주의 진산(鎭山)도 그래서 사라봉(紗羅峰)이다. 풍수학에서도 사라오름은 제주의 6대 명혈 가운데 으뜸으로 쳤다. 개미목과 영실(靈室)이 사라오름의 뒤를 잇는다. 그래서인지 호수 사면의 양지바른 숲에 묘지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다.

 

▲ 산불 속에서도 살아 남은 참빗살나무.

 

 

▲ 마가목 나무 열매

 

사라오름의 전망대 남동사면은 제주조릿대로 무성하다. 인근의 숲과는 대비되는 모습은 바로 이십 년 전 발생한 산불 때문이다. 사라오름 남사면에 자연 방화선을 이루는 수악계곡 상류가 불길을 막아 오름의 허리 일부만을 태웠고 그 생채기만 남아 있다. 조릿대 무성한 사면 한가운데 불길 속에서도 살아남은 참빗살나무의 빨간 열매가 햇살 속에서 빛을 발한다. 시련 속에서도 스스로를 치유하는 자연, 그 속에 깃든 생명의 뿌리는 열매처럼 찬연(燦然)하다.

수악계곡의 원류 중 하나인 사라오름 남쪽 사면에는 사시사철 맑은 물이 흘러나오는 샘이 있다. 이 샘에서 물을 끌어다 만든 것이 바로 성판악 등산로의 사라샘물이다. 샘물에서 계곡까지는 무려 4km를 흘러도 시원함이 고스란히 남아 산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 찾아가는 길

 

▲ 오름이 개방되면서 들어선 분화구의 목책길.

 

사라오름 들머리는 제주와 서귀포를 잇는 5·16도로 한가운데 지점인 성판악이다. 이곳에서 사라오름까지 거리는 6km, 왕복 4-5시간 정도 걸린다. 사라오름까지는 고도차가 완만한 숲길이어서 걷기에는 큰 무리가 없으나 산행 초보자들에게는 그래도 버거운 산길임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계절이 바뀌는 11월의 사라오름은 한겨울 못지 않게 추운 날씨를 보인다. 따뜻한 겨울옷과 장갑, 귀막이 모자를 꼭 준비해야 한다. 샘은 5km 지점 한 군데만 있다. 성판악휴게소에서 김밥과 간식, 등산장비도 구입이 가능하다.

※ 교통편

제주시와 서귀포에서 아침 6시부터 시외버스가 오간다. 제주와 서귀포에서 성판악까지 30-40분 걸린다. 평소에도 한라산 정상을 찾는 관광객들로 붐비는 성판악은 11월 1일 사라오름이 개방된 후 이곳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 성판악 주차장은 매일 초만원을 이룬다. 심지어 도로 양편에 길게 늘어선 차량 때문에 교통 혼잡이 극에 달하는 주말에는 승용차 대신 버스를 타고 가는 편이 훨씬 낫다. <출처:제주도정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