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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일기 (행복한 소경, 만월)

대한인 2013. 10. 26. 05:38

 

 

   ◆고향 일기 (행복한 소경, 만월)     
 

 

 

2013-10-18 14.01.13.jpg

 

 점심시간에

산책을 하다가 만난

농군 부부의 행복한 소경입니다.

 

부부란 무엇인지요.

 소소한 시골살이에서의 저런 소경은

바라보는 사람마져 흐믓한 미소가 떠오르게 합니다.

 

 

안해는 씨앗을 심궈가며 고랑 앞서고

매꼬모자 쓴 지아비는 끅쟁이로 고랑을 덮어가는

저 농군의 마음자리가 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한 것임을요.

 

 

늙으막에는

저렇게 살아갈 일입니다.

 

저렇게 욕심없는 마음으로

 

아마도 

 리아카를 새로 장만했나봅니다.

베니다 판떼기로 막 짐칸을

만들 요량인가 봅니다.

 

 

그 어떤 고급 승용차를 뽑는다손치더라도

저 농군의 리아카를 장만한 기쁨에

어떻게 견주려는지요.

 

 

 

 

 

국민핵교 3학년 무렵이었지요.

 

책보를 옆구리에 끼고설라므네

조합장 아저씨가 일본 다녀오시며 사다주신

멋지고 튼실한 필통소리 딸그락거리며

집 마당을 들어서는데

 

저렇게 쌤삥이 리아카를 마당에 세워놓고

아부지는 반떼기를 톱으로 잘라

짐칸을 만들고 계셨습니다.

 

 

책보를 마루에 던져놓고는 밥먹는 일도 잊고는

내 몽당연필을 귓바퀴에 꽂으시고는

이리저리 톱질을 하시는 아부지.

 

높은봉우리 3동네에서

단 한 대뿐이었던

저 리아카.

 

짐칸에다 꺼치떼기를 깔아놓고는

그 아늑한 공간에서

숙제를 하고 

팔베개를 하고는 누워 뭉게구름을 올려다보며

음악시간에 배운 동요를 부르다가

하늘 중앙을 가로질러 오동산으로 너울너울 날아가는

황새들에게 손가락 총질도 해대다가

졸음에 겨워 깜빡 자고 일어나면

소박하고도 행복하게 마음밭 일궈 살아갈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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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떼기로 우둘두툴하던

께치떼기 자국.

 

엿장수 폼새로 동네 한길로 끌고 나가면

동무들이 부러워서 따라오던

희뽀얗던 동네 안길.

 

 

리아카 들여오던 날.

그 행복하신 짐칸작업에 몰두하시던

젊은 아부지의 상기되신 그날의 표정을 기억합니다.

 

 

아마도 저 농군의 행복에 찬

그런 마음과 매 한가지셨지 싶습니다.

 

 

  

 

 

 요즈음 절기가 참 좋은 때입니다.

 

저녁마다 노을이 아름답게

서녘하늘을 물들이는데 매일 퇴근 직전에

창 아래에 서서 과수원 너머로 저무는

아름다운 저녁풍경에 드는 쏠쏠함이 그만입니다.

 

 

 저녁노을은

마음을 끝없는 옛생각으로 이끌곤 하는데

그 순간에 수많은 얼굴들이 노을속에 붉게 물들곤 합니다.

 

 

 

노을따라 저세상으로 먼저 간 초동친구.

 

불효만 남겨놓고 영영 멀리 떠가가신 어머니.

 

천리 밖으로 먼 하늘 저편으로 뿔뿔히 흩어져 살아가는 천륜들.

 

  

 

 보고싶은 얼굴

  보고싶은 저녁때.

 

 

 

 

 

 

 

 

 

집으로 가는 길

동편으로 떠오르는 달이

너무도 밝고 교교하여

차를 세우고는 언덕에 앉아

열 나흘 만월이 두둥!~ 동산으로

떠오르는 모양을 넋없이 바라봅니다.

 

 

 이렇게

바람따라 구름따라

이러저러 살아가는

소소한 시골살이의 행복자리에다가

 

안해가 살가운 붓글씨 교실 친구님과 종일내

배낭을 채워온 산초 튀각의 고소함에다가

탁배기 한 잔의 어릿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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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을 여기에다 보태려오?

 

 

 

대장부 살림살이 이만하면 되얏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