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도, 이제 문화적 정체성을 찾아라!
영토분쟁 대상 넘어 문화콘텐츠로 접근해야…
‘독도에 스토리 입혀라’ 좌담회
[울릉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섬인 제주도와 울릉도, 독도 중에서 가장 오래된 섬은 어디일까? 그 생성연대에 따라 순서대로 나열해보면 독도, 울릉도, 제주도라고 한다. 나이로 따져보면 독도는 약 460만 년 전에 해저에서 분출한 용암이 굳어져 다져졌으니 약 250만 년 전에 형성된 울릉도나 120만 년 전에 형성된 제주도보다 할아버지의 할아버지도 훨씬 거슬러 올라간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울릉도와 제주도가 지난 세월을 거쳐 고유의 문화를 일궈온 것에 반해 최고령 섬인 독도에는 그렇다할 문화적 정체성이 아직까지 자리잡지 못하고 있다. 생태환경적, 경제적, 군사안보적 가치를 지닌 귀중한 우리 민족의 섬임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분쟁 지역으로 인식되는 등 몸살을 앓고 있을 뿐이다.
이에 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에서(이하 경북문화콘텐츠진흥원)는 독도에 스토리텔링을 적용해 문화의 옷을 입혀 보려는 취지에서 지난 10월 1일 ‘동해의 진주 독도에 스토리의 옷을 입혀라’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대한민국 대표 캐릭터들과 함께 울릉도를 방문한 국내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들도 참석했다.
지난 10월 초 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이 주최한 독도 홍보를 위한 애니메이션 제작사 팸투어의 일정 중 하나로 ‘동해의 진주 독도에 스토리의 옷을 입혀라’는 주제의 좌담회가 열렸다. (사진=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 |
울릉도의 문화를 알고 독도를 대표할 수 있는 콘텐츠를 찾기 위해 마련된 이번 자리는 경북문화콘텐츠진흥원의 김윤희 팀장의 발제로 시작됐다. 그는 “독도를 논의할 때 오직 영토 분쟁과 관련된 담론들만 있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며 “과연 독도에는 정말 문화가 없는 것인지, 그리고 어떤 콘텐츠를 통해 어떤 문화를 심어볼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해보길 원한다.”고 덧붙였다.
다음 순서로 푸른울릉독도가꾸기모임의 정장호 회장이 울릉도와 독도의 문화와 관련된 이야기를 전했다. 푸른울릉독도가꾸기모임은 독도의 해양 및 자연 생태계 보존을 위해 설립된 단체로, 2013년 현재 정장호 회장을 비롯해 70여 명의 회원이 활동하고 있으며 독도 유인도화 사업, 독도 생태계 보존 및 관리, 독도 식·육림 사업, 독도의용수비대 정신 계승 사업 등과 관련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푸른울릉독도가꾸기모임의 정장호 회장은 나무가 없고 사람이 살지 못하면 그야말로 암초라는 생각에서 독도에 나무를 심는 활동을 전개하기 시작했다며 관련 사진을 보여줬다. (사진=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 |
정 회장은 “사람들이 독도를 일본과 대치하는 공간으로 인식하면서 정치에 독도가 많이 희생되고 있다.”며 “오늘 이곳에 참석한 분들이 ‘문화’를 가지고 독도에 접근하려는 시도를 하는 것 자체가 매우 의미 있고, 감사해야 할 일”이라고 좌담회의 의의를 밝혔다.
정 회장은 이어 “독도를 이야기하려면 울릉도를 먼저 알아야 할 것”이라며 “울창한 산림 속에서 이웃 간의 소통도 많이 없었고 먹고 사는 일이 급해 교육이나 문화적 수준이 높지 않아 사실 울릉도에조차도 문화가 제대로 형성될 겨를이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산국의 전설 등을 비롯한 독도의 역사이야기, 우산문화제의 이모저모, 독도에서의 생활상 등 독도와 관련된 다양한 내용의 이야기들을 풀어나갔다.
울릉도와 독도의 문화콘텐츠 아이디어와 소재 발굴을 위해 울릉도의 현장답사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
정 회장의 독도 관련 설명을 경청하던 애니메이션 기획 전문 회사인 DPS의 남진규 대표는 “생각했던 것보다 독도에 재미있는 스토리가 꽤 있는 것 같다.”며 “굳이 독도는 우리 땅이라고 외치지 않아도 그러한 스토리를 기반으로 자연스럽게 공연 등을 제작해 울릉도를 찾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콘텐츠화 해도 좋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남 대표는 또 “정 회장님이 해주신 이야기 중 우산국의 마지막 왕 우해왕이 대마도 왕의 셋째 딸인 공주와 사랑에 빠진 내용이 하나의 멋진 아이디어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정치적 문제를 배제하고 그러한 역사적 사건들을 스토리텔링으로 엮어 울릉도에서 정기적으로 공연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하나의 문화 콘텐츠가 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정 회장은 남진규 대표의 말에 찬성하며 “그렇게 스토리가 개발되고 실제로 공연할 수 있다면 상당히 뜻 깊고 환영할 일”이라며 “이제 울릉도는 관광이 새로운 먹거리가 되었고, 이와 관련된 다양한 상품과 콘텐츠가 필요한 상황이다. 그런 의미에서 독도에 기반한 스토리와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이 의미 있는 작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리브 스튜디오에서 참석한 이규호 PD(좌)와 최광호 감독(우)이 나란히 앉아 독도 관련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 |
한편, 올리브스튜디오의 최광호 감독은 “예전에 우산국 시대부터 이어져 이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는 독도가 바로 눈앞에 보이는 곳인 것 같다.”며 “주민들의 생활터전으로서의 독도를 알릴 수 있다면 정치적 담론을 벗어나 우리의 삶의 공간, 우리의 땅이라는 스토리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덧붙여 그는 지금까지 독도가 정치적, 지리적인 측면에서만 논의돼 왔다면 이제 그 한계에서 벗어나 울릉도 도민들의 정서를 담아 한국인들의 삶의 터전으로서의 독도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시도가 중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참여한 이들에게 독도는 더 이상 영토분쟁의 대상이 아니었다. 우리의 유구한 역사가 그대로 묻어나는 삶의 터전이자 생활공간으로서의 가치를 지닌 대한민국 동쪽 끝의 섬이었다. 좌담회에 참석한 이들은 대부분 이제 독도에 ‘문화’의 옷을 입혀줄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고, 그를 위해 울릉도 도민들의 정서를 반영한 스토리와 콘텐츠가 속히 발굴돼야 함에 동의했다.
김윤희 팀장은 이에 대해 “그동안 독도를 교육적, 정치적으로만 접근해왔기에 독도에 대한 아이들의 인식도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며 “미래세대인 어린이들이 진정한 우리 영토로서의 독도를 제대로 알고 더 나아가 사랑할 수 있으려면 우리도 이제 문화 등을 통해 방법론을 바꿔야할 때”라고 덧붙였다.
이날 진행된 좌담회에는 푸른울릉독도가꾸기모임의 정장호 회장을 비롯해 경북문화콘텐츠진흥원의 직원 및 국내 유명 애니메이션 제작사의 관계자 등 약 15명의 인원이 참여해 독도에 어울리는 문화콘텐츠를 찾기 위한 다양한 논의를 펼쳤다(사진=경상북도문화콘텐츠진흥원) |
푸른울릉독도가꾸기모임의 정 회장에 따르면, 현재 울릉도에서는 독도의 문화적 정체성을 찾기 위한 움직임이 조금씩 보이고 있다고 한다. 한복 패션쇼가 진행되고 콘서트가 열리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독도를 이야기하기 위해서는 울릉도를 먼저 알아야 함을 주장했다. 울릉도의 문화가 곧 독도의 문화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오징어축제, 10월 초에 개최되는 우산문화제 등과 더불어 공연이나 문화행사와 같은 시도가 이뤄지며 울릉도와 독도의 문화 형성을 위한 기반이 마련되고 있다. 이런 시도가 성공적으로 자리잡고 또 하나의 온전한 ‘문화’로 인식될 수 있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애정 또한 필요하다.
10월은 문화의 달이다. 문화융성을 통해 행복한 대한민국이 실현될 수 있도록 전국 각지에서 일반인들이 보고, 느끼고, 참여할 수 있는 문화행사가 폭넓게 마련되고 있다. 이에 더해 독도에 대한 온 국민의 염원과 사랑에 힘입어 하루빨리 우리나라 동쪽 끝의 섬에까지 ‘문화가 있는 삶’이 닿을 수 있기를 기원해 본다.
정책기자 한아름(프리랜서) hanrg2@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