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걸리도 브랜드를 따져라 |
위스키나 와인에만 유명 브랜드가 있는 것이 아니다. 주류 시장 한가운데 우뚝 선 우리 고유의 막걸리도 이제는 호기심의 차원을 넘어 정착화, 브랜드화되기 시작했다. 당당하게 라벨을 걸고 나온 막걸리들, 이제는 막걸리도 브랜드를 따지며 마시자. |
막걸리 브랜드의 춘추전국시대 |
막걸리만큼 굴곡진 이력을 가진 술이 또 있을까. 막걸리는 본래 지역 색이 강한 술이다. 각 지역에서 나는 쌀과 물을 이용해 그 지역 양조장과 가정에서 빚어 주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술이었다. 그러나, 제아무리 맛있어도 막걸리가 지닌 특성 때문에 전국으로 널리 전파되기는 어려웠다. 누룩을 사용한 막걸리는 유효기간이 4~5일을 넘지 못해 많은 양을 만들지 못했던 것. 게다가 굶주리는 사람들을 위해 국가에서 쌀로 술을 빚는 것을 금지하면서 싸구려 막걸리가 그 자리를 채웠다. 여전히 숨어서 좋은 막걸리를 빚는 사람도 많았지만, 대량 생산되는 소주와 맥주에 밀리고, ‘카바이트’ 때문에 머리가 아프다는 누명에 가려 진짜배기 막걸리들은 빛도 제대로 보지 못한 채 밀려나는 듯했다. 세월이 흘러 숨어서 그 명맥을 유지하던 막걸리들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올 수 있게 되었지만, 이때의 막걸리는 마니아들이 조용히 찾는 정도였다. 지금과 같은 막걸리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한 것은, 2009년 웰빙 열풍과 맞물려 막걸리가 지닌 장점들이 속속들이 들어나면서부터다. 결정적으로, 생막걸리의 유통기한을 늘리는 기술이 개발되고 체계적인 유통망을 통해 막걸리가 전국 각지로 배달되면서 진열대 위 막걸리의 종류가 하루하루 눈에 띄게 늘어났다. 특허청에 따르면 막걸리 관련 상표 출원이 2010년 사상 최고 수준을 달성했다니, 이제 막걸리를 마실 때 소주나 와인, 위스키처럼 브랜드를 두고 고민하는 행복한 선택만 남았다. |
우리 쌀로 빚은 명품 막걸리 |
6년근 인삼의 힘, 정헌배 인삼탁주 ‘진이(眞伊)’ 일반 막걸리보다 30배가 비싼 이 막걸리는 만드는 과정을 알고 나면 가격에 수긍이 갈 수 밖에 없다. 정헌배 교수가 30년간 연구해서 만들었다는 ‘진이’는, 인삼주와 발효 공정을 동일하게 거치며 일체의 첨가물도 넣지 않고 6년근 인삼과 경기도 안성의 햅쌀만 사용한다. 원료와 생산자, 생산 지역, 추수 시기까지 표기한 꼼꼼함도 신뢰를 높이는 이유. 고려시대 왕족의 술, ‘이화주’ 배꽃이 필 무렵에 담근다고 해서 붙여진 ‘이화주(梨花酒)’. 옛 문헌에 나온 이화주의 방식 그대로 만들고 일체의 첨가물을 넣지 않아 영양 성분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요구르트처럼 걸쭉한 농도에 신맛과 단맛이 풍부하게 어우러져 외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주요 백화점과 식당에만 사전 주문을 통해 한정적으로 생산, 판매하기 때문에 서둘러야 한다. 국내산 친환경 쌀로 만든, ‘참살이 탁주’ 전통주품평회에서 금상을 받은 참살이 탁주는 국내산 친환경 무농약 쌀로 만들어 잔류 농약 걱정이 없다. 전통주 인간문화재인 강석필 장인이 최고의 막걸리를 위해 손수 농사를 지으며 방부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는 쌀로 술을 빚는다. 그야말로 믿고 마실 수 있는 몇 안 되는 친환경 막걸리다. |
막걸리 대중화의 양대 산맥 |
국민 막걸리 등극, ‘장수 막걸리’ 현재 막걸리 판매율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장수막걸리는 막걸리 열풍의 주역이자 막걸리 르네상스 시대의 첫 포문을 열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막걸리에 무심했던 사람조차 무심코 한잔 마셨다가 달짝지근하면서 톡 쏘는 그 맛에 반해 막걸리 세계에 발을 들여놓게 하는 저력을 가졌다. 국내 인기에 힘입어 일본에도 진출한다니, 일본 사람들의 ‘마코리’ 열풍에 태극기를 꽂을 일만 남았다. 다크호스, ‘국순당 생막걸리’ 국순당 생막걸리는 얼마 전 국제 와인 대회에서 동메달을 딴 막걸리계의 재원으로 첫 출시 1백 일 만에 전국 판매 1백만 병을 돌파한 놀라운 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일반 생막걸리의 유통기한이 10일인데 반해 업계 최초로 ‘콜드 체인 시스템’을 실현, 막걸리의 고질적인 문제인 짧은 유통기한을 30일까지 늘려 마실 때까지 신선함이 유지되는 것이 특징. 톡 쏘는 탄산 맛은 자연적인 발효 과정에서 일어나는 것으로 새콤한 맛과 특유의 청량감이 조화를 이룬다. |
진정한 고수, 지역 대표 막걸리 |
장인의 정성, 전북 정읍 ‘송명섭 막걸리’ 송명섭 장인은 좋은 재료를 얻기 위해 직접 쌀농사를 지어 막걸리를 빚는다. 맛을 내기 위한 감미료를 일체 첨가하지 않아 담백하고 쌉싸래한 맛이 특징. 어느 술 품평가는 송명섭 막걸리를 일컬어 우리 고유의 막걸리와 가장 흡사하다고 말했다. 문화유산이 된 양조장의 술, 충북 진천 ‘덕산 막걸리’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양조가인 세왕주조는 올해로 3대에 걸쳐 81년째 전통 기법을 고집하며 막걸리를 빚고 있다.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 양조장에서 만드는 덕산막걸리는 깔끔하고 깊은 맛으로 정평이 나 있는데, 1대째부터 전해 내려온 1백10개 항목의 꼼꼼한 체크 리스트가 변함없는 술맛의 비밀이라고. 대한민국 민속주 1호, 부산 ‘산성막걸리’ 故박정희 대통령이 인정한 대한민국 민속주 1호. 술도가의 할머니들이 전통 누룩과 국내산 쌀로 정성껏 막걸리를 빚는다. 누룩을 빚어 생계를 유지한 부산 금정산성 마을의 역사와 함께해 부산 지역 전통 누룩의 맥을 잇는 의미 있는 막걸리다. 박정희 대통령의 막걸리, 고양 ‘배다리 쌀막걸리’ 박정희 대통령이 14년간 청와대로 꾸준히 공수해서 마셨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유명세를 탔다. 5대째 술을 빚는 배다리 술도가의 이 막걸리는 200m 천연 암반수와 누룩, 쌀을 자연 발효해 청량감과 감칠맛이 살아 있다. 트림이나 두통 등의 숙취가 없는 것으로 유명하다. 청와대 만찬주, 소백산 ‘대강 오곡 막걸리’ 노무현 대통령이 연거푸 6잔을 마시면서 유명해졌다. 그 이후 임기나 정상회담 등 청와대 만찬용으로 자주 등장했다. 소백산 천연 탄산수로 빚어 톡 쏘면서 알싸한 맛과 밀, 옥수수, 조, 보리, 콩을 넣어 달짝지근하고 부드러운 오곡의 맛이 일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