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은 왜 섹스를 할까?”
전 세계 다양한 인종과 민족, 다양한 연령,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1000여 명에 이르는 여성들에게 물었다.
“당신은 왜 섹스를 하느냐?”라고.
1000여명의 여성들이 내놓은 대답은 무려 237가지나 되었다.
237가지 동기들은 “지루해서요”라는 세속적인 것에서 “신과 더 가까이 하고 싶었다”는 영적인 대답도 있었다.
“내 남자가 스스로에게 만족감을 느끼게 해 주고 싶었다”는 이타적인 동기에서부터 “나 몰래 바람을 피운 남편을 응징하고 싶었다”라는 복수심에 불타는 동기도 있었다.
어떤 여성들은 우월감과 힘을 느끼기 위해서 섹스를 했고, 자신의 품위를 떨어뜨리고 격하시키기 위해 섹스를 하는 여성들도 있었다. 또 어떤 여성들은 친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 주기 위해서 섹스를 했고, 적에게 피해를 입힐 목적으로 섹스를 하는 여성들도 있었다. 그녀는 “경쟁자의 남자친구와 섹스를 하면 그 관계를 찢어 놓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라고 답하기도 했다.
“누군가 다른 이에게 성병을 옮기고 싶었어요”라고 증오심을 표출하는 여성도 있었다.
237가지 이유 중 가장 빈번하게 언급된 동기는 “그 사람에게 성적으로 끌려서”, “섹스를 하면 기분이 좋아지니까”, “육체적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섹스가 즐거워서”, “내 애정을 증명하기 위해”, “성적으로 흥분된 것을 누그러뜨리고 싶어서”, “오르가슴을 느끼고 싶어서”, “파트너를 만족시키기 위해”, “그 사람의 외모에 반해서”, “성적 모험을 즐기고 싶어서”, “그 사람과 사랑에 빠져서”, “키스가 좋아서” 등이 있었다.
그리고 흥미로운 동기는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복수하기 위해”, “두통을 없애려고”, “스트레스를 완화시키기 위해”, “직업을 얻기 위해”, “다이어트를 위해”, “신께 다가가기 위해”, “관계를 끝장내려고”, “나 자신을 벌주기 위해”, “섹스를 하면 돈을 준다기에”, “다른 사람에게 상처를 주려고” 등이 있었다.
저자는 “여자들의 섹스는 여자만큼이나 복잡하다”고 결론을 짓는다.
오랫동안 ‘남자들은 쾌락을 얻기 위해 섹스를 하고, 여자들은 사랑해서 섹스를 한다’는 통념이 자리 잡아 왔다. 하지만 그녀들이 들려준 바에 따르면, 섹스를 하는 온갖 이유 중 “성적으로 끌려서”와 “몸의 즐거움을 경험하고 싶어서”, “섹스를 하면 기분이 좋아져서”가 상위 세 가지를 차지했다.
남자들 못지않게 여자들도 즐거움에 탐닉해서, 즉 성적으로 흥분하고 오르가슴을 느끼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성기와 심리 상태의 변화를 즐기기 위해 섹스를 한다는 것이다. 또한 여성 가운데 사랑하는 행위로 ‘섹스’를 꼽은 비율은 8%에 불과한 반면 남성은 32퍼센트가 섹스를 사랑하는 행위로 꼽았다는 사실도 놀라운 결과이다.
여성이 비록 좀 더 사랑을 섹스의 전제 조건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지만 섹스를 사랑의 결정적 특징으로 더 많이 보는 쪽은 남자라는 것이다. 섹스와 사랑이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은 통념과는 달리 여자이기보다는 오히려 남자였다.
사이언스북스 펴냄, 408쪽, 1만 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