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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 유럽까지 대륙철도 꿈꾼다”

대한인 2013. 11. 17. 06:28

“부산에서 유럽까지 대륙철도 꿈꾼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114년 역사 첫 여성 CEO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2015년까지 영업흑자 전환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최연혜 코레일 사장은 “2015년까지 영업흑자 전환을 이루겠다”고 말했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 114년 역사에서 최초 여성 CEO가 탄생했다. 주인공은 지난 10월 2일 취임한 최연혜(57) 사장. 야간 취임식, 휴일 업무보고, 취임 일주일여 만의 쇄신 인사, 현장방문 등 쉼없는 일정을 소화하다 보니 벌써 취임 한 달이 지났다. 헤르만 헤세를 읽던 문학소녀에서 철도최고경영자로 변신한 최사장에게 한국철도의 현재와 미래를 들어봤다.

- 첫 여성 수장으로서 소감이 어떤가요?

“1899년 시속 20킬로미터에서 시작한 한국철도는 국가 기간산업으로서 국가 발전과 국민 삶의 질 향상에 헌신해 왔습니다.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가진 대한민국 최고 공기업을 이끌게 돼 개인적으로 무한한 영광이기도 하지만, 막중한 책임에 어깨가 무겁습니다. 국민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철도와 인연을 맺게 된 사연이 궁금합니다.

“철도 관련 일을 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독일에 유학하는 동안 기차를 자주 이용하면서 철도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독일은 자동차 왕국이면서도 전국의 구석구석까지 철도망이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고, 친환경 교통수단으로서 철도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고 있었습니다. 또 독일 통일 과정에서 철도가 중대한 역할을 하는 것을 지켜보면서 철도의 무한한 가능성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귀국 후 산업연구원(KIET)에 재직하던 중 한국철도대학 교수 공모 공고를 보고 응모하게 되면서 본격적으로 철도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이제 철도공사 사장까지 맡게 돼 철도를 제 숙명인 것처럼 느낍니다.”

- 유라시아 실크로드 익스프레스(SRX)를 어떻게 전망하시나요?

“최근 박근혜 대통령께서 유라시아 구상을 발표하면서 새삼 대륙철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습니다. ‘유라시아 이니셔티브’는 평화와 안정을 기반으로 세계 최대 단일시장을 만들자는 제안이며 그 핵심이 바로 SRX입니다. 유라시아 대륙은 이미 철도를 통해 다 연결돼 있으며, 정치적 합의만 이뤄지면 언제든 운행이 가능합니다. 최근 반가운 소식들이 들리고 있습니다. 철도 연결의 변수였던 북한의 태도가 전향적으로 바뀌고 있다고 합니다. 또 대륙철도 운행을 위해 필요한 철도운송협의회(OSJD : 구소련 국가 철도협의체) 가입도 이번에 승인을 받아 12월 가입 예정입니다. 철도 연결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고 생각합니다.”

- 사회·경제적 영향도 클 것 같습니다.

“정치·경제·사회적으로 막대한 파급효과를 몰고 올 것입니다. 우리의 경우 대륙과 해양을 연결하는 지리적 장점을 살려 새로운 성장 동력을 찾을 수 있을 것입니다. 물류만 보더라도 해상 수송에 비해 일주일 이상 운송시간이 단축되고 연간 수천억원의 물류비 절감이 기대됩니다. 이는 곧 국내 제품의 해외 경쟁력 강화로 연결될 수 있습니다. 또 독일의 통일 과정에서도 입증됐듯이 철도 연결은 국토의 물리적 분단을 극복하고 민족의 협력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실질적 통일에 이르는 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

최연혜 사장의 저서 <시베리아 횡단철도-잊혀진 대륙의 길을 찾아서>(나무와숲.2006)
최연혜 사장의 저서 <시베리아 횡단철도-잊혀진 대륙의 길을 찾아서>(나무와숲.2006)
- 철도 연결, 준비도 철저히 해야겠네요.


“철도인으로서 오랜 기간 대륙철도를 동경했습니다. 그동안 남북분단으로 섬 아닌 섬에 갇혀 있다 보니 대륙을 지나 유럽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염원이 더 간절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시각각 변하는 시장에서 우호적 여건만 믿고 미리 준비하지 않으면 낭패를 볼 가능성이 큽니다. 대륙철도 시대에 대비해 필요한 사항들을 꼼꼼히 체크하고 철저하게 준비해 나가겠습니다.”

- ‘안전은 비용절감 대상이 아니다’라는 말씀을 늘 하신 걸로 압니다.

“철도는 대량수송 교통수단으로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합니다. 이런 점에서 안전은 최상의 고객 서비스이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절대가치이며, 단 0.01퍼센트의 실수도 절대 용납될 수 없습니다. 취임 이후 직원 안전의식 제고를 위해 ‘원 스트라이크 아웃제’를 도입하는 등 고강도 개혁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안전이 위협받지 않도록 안전설비를 충분히 확충하고 휴먼 에러에 대해서도 이중, 삼중의 안전장치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안전만큼은 비용절감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게 제 신념입니다. 코레일은 국민이 안심하고 편안하게 철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첨단 기술을 바탕으로 한 선진 안전시스템과 안전제일 문화를 정착시켜 나가겠습니다.”

- 철도고객 서비스, 어떻게 변화하고 있습니까?

“환승도우미, 미니도서관 등 고객서비스 향상을 체감하는 고객분들이 많습니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끊임없는 서비스 혁신을 해나갈 생각입니다. 먼저 빅데이터(Big-Data)를 활용한 맞춤형 서비스입니다. 하루 평균 350만명 이상의 고객이 철도를 이용하며, 연간으로는 11억명에 달합니다. 코레일은 고객 한 분 한 분의 여행정보부터 불편사항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정보를 축적하고 있습니다. 이런 빅데이터를 활용해 고객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다양한 할인 혜택과 상품 개발에 나설 생각입니다. 아울러 스마트폰 세대를 위한 다양한 IT서비스도 제공합니다. 기차표 예매 전용앱 ‘코레일 톡’은 출시 3년 만에 전체 기차표 판매량의 35퍼센트를 차지하는 등 고객들로부터 높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관광열차의 인기는 어떤가요?

“O.V트레인은 지난 4월 운행을 시작한 이래 30만여 명이 이용할 정도로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습니다. O.V트레인을 운행하면서 석탄산업 쇠퇴로 생기를 잃었던 중부내륙 지역에도 새로운 활력이 넘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은 2017년까지 1천억원 이상의 생산유발 효과와 1천명 이상의 일자리창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중부내륙 관광열차는 코레일 수입 증가와 지역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한 창조경영의 대표 사례입니다. 올해 중부내륙과 남도해양벨트 구축을 시작으로 내년에 평화생명벨트, 서해골드벨트, 동남블루벨트까지 전국 5대 권역에 철도관광벨트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향후 지속적으로 연계 상품과 관광콘텐츠를 개발해 철도관광의 새 지평을 열어 나가겠습니다.”

[위클리공감]
2013.11.12 위클리공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