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서 활약… 환경 분야 차세대 리더 심무정씨
"한국은 어딜 가나 실내가 너무 추워요."
지난 29일 오후 6시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 그랜드 힐튼 호텔의 한 회의실에서 심무정(38)씨가 추운 듯 어깨를 웅크린 채 양손으로 팔을 매만지며 들어왔다. 그는 "스위스도 여름에 온도가 30도를 훌쩍 넘지만 실내에 에어컨이 없어요. 실내외 온도가 5도 이상 차이 나면 건강에 안 좋은데…"라고 했다.
5살 때 부모님과 함께 독일에 이민을 가 독일과 스위스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심씨는 '2010 세계 한인 차세대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26일 한국을 찾았다. 재외동포재단이 주최하고 외교통상부가 후원하는 이번 행사에는 미국·러시아·호주 등 23개국에서 정치·법률·언론 등 각 분야를 대표하는 90명의 차세대 한인 리더들이 모였다. 심씨는 스위스 취리히의 탄소자산거래회사 '퍼스트 클라이밋 AG(First Climate AG)'에서 탄소배출시장 관련 투자담당 선임펀드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이번에 '환경' 분야의 차세대 전문가로 뽑혔다.
- ▲ 심무정씨. /이준헌 객원기자
심씨는 "우리 회사는 환경을 파괴하는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해 탄소 배출권을 시장에서 사고파는 일을 한다"고 소개했다. 심씨는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도 함께하고 있다. 그는 "신재생 에너지 기술이 부족한 개발도상국들이 탄소배출을 줄일 수 있도록 펀드를 만들어 투자하고 있다"고 말했다.
심씨는 서구 사회가 한국·인도·중국 등 개발도상국에 똑같은 환경 기준을 요구하는 것은 이기적이라는 지적에 동의했다. 그는 그러나 "과거의 서구식 개발 방식이 환경적으로 악영향을 끼치는 것이 판명 난 이상 그 길을 그대로 따르는 것은 옳지 못하다"며 "유럽의 기술을 전수받아 친환경적으로 발전하는 길을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심씨는 "탄소배출권과 관련해 한국에서 가장 먼저 이뤄져야 할 것은 법제화"라며 "한국은 시작 단계이므로 유럽의 5년 정도 앞선 규제를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2001년부터 탄소 배출권 분야를 연구해온 심씨는 "제가 노하우와 경험을 전수해 한국과 유럽 사이의 가교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이 한국 방문 여섯 번째인 심씨는 "한국에 오면 공기가 안 좋은 게 확 느껴진다"며 "한국 사람들의 인식도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오후 85명의 다른 한인 교포들과 함께 판문점을 방문했던 그는 도시락이 플라스틱 용기에 담겨 나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그는 "한국 사람들은 자원을 너무 낭비한다"며 "사람들이 잘 먹고 잘사는 데만 관심 있고 환경이나 후손 세대에 대한 고려는 하지 않는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스위스 취리히에 사는 심씨는 늘 자연과 가까이하고 있다. 심씨는 아침마다 자전거를 타고 집에서 5~10분 거리에 있는 취리히호(湖)를 찾는다고 한다. 30분 정도 호수에서 수영을 하고 바로 다시 자전거를 타고 사무실로 출근한다. 심씨는 "앞으로는 선진국이든 개도국이든 자연친화적인 개발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자연과 천연 에너지 없이는 인간이 오래 살 수 없다"고 했다.
<출처: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