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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쇼핑가 탈바꿈, 부산 중구

대한인 2013. 12. 7. 15:58

부산 중구는 한마디로 한국의 근대·현대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곳이다. 일제강점기 대륙침탈의 전초기지로 도시화가 진행됐고 강제징용 등 생이별의 현장이었다. 광복 직후엔 생환 동포의, 한국전쟁 때는 피란민의 삶의 터전이었다. 군사독재정부 시절에는 민주화운동의 역사적 현장이었다. 현재는 세계 최고의 유통, 숙박, 문화건설 등 21세기 도시개발계획에 따라 부산 제2롯데월드 건립과 자갈치시장 현대화 추진으로 해양친수공간과 연계한 세계적인 관광명소로 거듭 태어나고 있다.

부산 중구 보기

근현대사의 역사가 고스란히

조선시대 왜구를 회유하기 위해 설치한 왜관을 1678년 동구 수정동에서 용두산공원 일대로 옮기면서 중구는 한일교류의 중심으로 성장한다. 이후 1876년 강화도 조약체결 이후 부산항이 개항되고 중구 일대는 전관거류지로 바뀌면서 서구문물을 받아들이는 관문이 됐다. 19세기 말 전국 각지에서 모인 상인들은 영주동 터널 위에 정착했고 새로운 마을이 생기면서 용두산을 중심으로 도시화가 진행됐다.

 

1950년 한국전쟁과 함께 대청동, 보수동, 영수동 일대는 피란민의 판자촌으로 발 디딜 틈이 없게 된다. 물밀듯이 모여든 피란민들은 생계를 위해 암거래 군수물자를 내다 파는 ‘얌생이꾼’으로 둔갑하고 자연스럽게 자갈치시장과 국제시장이 형성된다. 피란민들은 닥치는 대로 뛰어들어 밥벌이에 나섰다. 부두 노동자, 공사장 목도꾼, 지게꾼, 노점상뿐 아니라 미군 부대에서 버리는 음식 찌꺼기를 끌어 모아다가 끓여 파는 ‘꿀꿀이죽(일명 유엔탕)장사’, 미제 깡통을 펴서 판잣집 지붕을 이어주는 ‘깡깡이장사’, 바다에 떠다니는 나무를 주워 다가 땔감으로 파는 전마선업(傳馬船業), 철길에 버려진 해탄(骸炭·코크스)를 주워 파는 일, 골목을 다니며 머리를 깎아 주는 떠돌이 이발사 등이 피란민의 밥벌이였다. 영도다리 근처는 막연한 만남을 기다리는 이산가족을 겨냥한 점쟁이들의 골목으로 변한다.

 

70~80년대 산업화 과정에서는 민주주의의 중심에 선다. 특히 천주교 부산교구청이 있던 대청동 부산가톨릭센터는 서울의 명동성당처럼 민주주의의 성지라는 시대적 사명을 다한 곳. 87년 6월16일 명동성당의 농성종료로 전국적 소강상태에 빠진 상태에서 대학생과 시민 350여 명이 철야농성을 재개, 민주항쟁의 불씨를 재점화한 역사적 현장이었다. 수많은 부산시민이 거리로 나와 ‘독재타도’를 외치면서 민주화와 대통령 직선제 개헌 요구를 받아들이는 6·29선언을 끌어내는 계기를 만들었다.

 

  • 1 바다에서 바라본 부산 중구. 용두산타워와 자갈치시장이 보인다. <부산 중구청 제공>
  • 2 부산국제영화제의 중심 무대가 있는 남포동 피프광장. <부산 중구청 제공>
  • 3 보수동 책방골목에서는 9월마다 책방골목 축제가 열린다. <부산 중구청 제공>
  • 4 부평시장 팥죽골목. 뭍에서 난 것이면 무엇으로라도 죽을 쑤어 파는 곳이다. <부산 중구청 제공>

 

 

광복로, 중앙로, 남포동...멋쟁이, 쇼핑, 영화의 거리

용두산 남쪽에 위치한 광복동. 옛 시청 입구~옛 미화당백화점 일대는 일본인이 가장 많이 살고 있던 곳이다. 8·15광복 후 ‘조국의 광복을 맞는다’는 뜻에서 광복동이라고 이름 지어졌다. 70년대까지 일본의 최신 패션을 한국에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던 곳으로 한국의 최고 멋쟁이들이 활보하던 거리다. 부산시청 이전(1998년) 이후 패션전문점은 상당수 철수한 상태지만 토요거리이벤트, 중구민축제, 광복로 축제 등을 통해 재도약을 꿈꾸고 있다.

 

중앙로는 국제페리부두와 연안 여객부두, 제1부두와 제2부두가 있는 곳. 19세기까지는 바다였다. 일제강점기 때 바다를 매립한 곳으로 ‘새마당’으로 불렸고 1947년 부산역을 가진 중심부라는 뜻으로 중앙동으로 개칭됐다. 부산시청을 포함해 국립수산물검사소 부산지소, 법무부 부산출입국 관리사무소, 부산국제전화국, 부산본부세관, 부산보훈청, 부산체신청 등 관공서가 몰려있었다. 최근 부산시청 자리에 롯데백화점 광복점이 개점하고 부산 제2롯데월드가 신축 중이다.

 

남포동은 부산국제영화제(매년 10월)의 중심무대인 PIFF광장이 있는 곳. 남포동 부영극장~충무동 육교에 이르는 400여 미터 구간의 ‘스타의 거리’와 ‘영화제의 거리’는 부산국제영화제 수상자의 손, 발을 찍은 동판과 참가작품의 이름을 새긴 동판이 광장 바닥을 장식하고 있다. 아시아는 물론 유럽에서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개봉극장이 한 곳에 밀집되어 있어 새로운 영화를 즐기려는 젊은이들로 넘쳐난다.

 

 

연중 내내 펼쳐지는 전국 규모의 축제가

‘오이소!보이소!노이소!’ 매년 10월이면 ‘자갈치 아지매’의 억척스런 삶의 터전인 자갈치시장이 전국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1992년부터 개최된 부산자갈치축제는 국가가 지정·육성하는 문화관광축제. 길놀이, 용신제 등 풍성한 문화예술 공연과 각종 퍼포먼스, 관람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수산물 깜짝경매, 맨손으로 물고기잡기, 어린이 낚시터, 슛 멍게등 다양한 체험행사와 자갈치시장 친수공간 앞 남항 바다 위에서의 불꽃쇼 등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또 이 기간 용두산공원에서 ‘코리아 푸드페스티벌’, ‘광복로 아트·패션 페스티벌’이 열려 사실상 중구 전체가 축제의 공간으로 변신한다.

 

매년 9월 광복로에서는 17~19세기 우리 문화를 일본에 전파한 조선통신사의 대장정을 재현하는 조선통신사 한·일문화교류축제가 열린다. 지난 2002년 광복로에서 처음 시작한 이 축제는 한국 5개 도시와 일본 2개 도시에서 총 20개 행사가 열리며 국내외 관광객 40만여 명이 참가한다. 용두산공원 광장에서 동래부사가 조선통신사 3사를 맞이하는 기념식을 한 뒤 통신사 행렬을 재현한다. 용두산공원~근대역사관~옛 미화당백화점~광복로 입구까지 이어지는 행렬에서 한국과 일본의 다양한 예술공연을 볼 수 있다.

 

40계단은 한국전쟁 당시 동광동, 영주동, 대청동 일대 판자촌 주민들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오가던 길목. 실향민의 피란살이의 애환이 깃든 곳. 40계단 문화축제는 각종 체험 프로그램을 통해 남북의 화합과 통일을 기원하고 있다. 1999년부터 시작한 이 축제에는 물동이 시연, 유랑극단 녹화, 주먹밥을 비롯한 전통음식 무료시식회 등을 통해 역사와 추억을 재조명,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부산의 근대역사와 문화의 태동지인 보수동 책방골목은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헌책방골목으로 헌책 뿐만 아니라 귀중한 고서가 묻혀 있는 곳. 보수동책방골목축제는 보수동 책방골목의 서점 50여 곳이 2005년부터 개최하고 있는 순수 민간 축제. 독서의 계절과 가을학기가 시작되는 9월에 ‘책은 살아야 한다’라는 주제로 사흘간 열린다. 중장년층은 학창시설로 되돌아가는 추억의 향수를 느끼고 새 책과 인터넷 문화에 익숙한 아이들에게는 책의 소중함과 흥미를 주는 축제다. 평상시에는 보기 어려운 희귀본과 고서를 전시하고 저렴한 가격에 책을 구입할 수 있다.

 

 

테마가 있는 골목

중구 일대는 오랜 세월 자리를 지켜가며 자연스럽게 형성된, 정감이 넘치는 골목이 가득하다. 우선 빼놓을 수 없는 곳이 국제시장. 초행자는 자칫 길을 잃기 쉬울 만큼 촘촘히 얽혀 있는 시장이다. 골목마다 특색 있는 상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해 관광객의 쇼핑 1번지로 불린다. 가장 대표적인 골목이 가방골목. 브랜드 제품을 제외한 거의 모든 가방을 갖추고 있다. 바로 옆으로는 주방용품의 모든 것은 완비한 그릇골목. 볼트에서 공구, 전동기에 이르기까지 각종 부속품을 판매하는 부속골목이 자리하고 있다. 이 밖에 갈비골목, 꽃골목, 먹자골목, 문구거리, 보세골목, 신발골목, 안경골목, 전자골목, 조명골목, 족발골목, 팥죽·팥빙수골목 등 모두 14개 골목이 밀집해 있다.

 

국제시장 옆 창선동 먹자골목은 40년 가까이 부산시민의 사랑을 받는 곳. 거리에 진열한 김밥, 충무김밥, 순대, 잡채, 국수를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주인도 손님도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서 먹거리를 즐긴다. 인근 깡통시장은 군용 물자와 함께 온갖 상품들이 밀수입되면서 형성된 시장. 한국전쟁 직후 미군부대에서 흘러나온 통조림 등 깡통제품을 많이 판매한 데서 붙여진 이름이다. 지금은 양주, 의류, 장식품, 액세서리, 잡화, 전자제품을 취급한다. 바로 옆 부평동시장의 죽집골목은 나이 지긋한 사람들의 명소다. 잣죽, 깨죽, 호박죽, 팥죽, 녹두죽, 콩죽, 수수죽, 흰죽 등 뭍에서 나는 것이라면 무엇으로라도 죽을 쑤어 파는 곳이다.

 

이밖에 100여 개 한복집이 들어선 부평동 한복거리, 영도다리에 이르는 도로 양쪽으로 늘어선 생약건재상거리, 50~60년대의 생활상을 주제로 각종 조형물과 쉼터를 조성한 40계단 테마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가는길
기차를 타고 부산역에서 내린다. 부산역에서 지하철을 타고 중앙역, 남포역, 자갈치역 등에서 내리면 부산 중구 명소를 훑을 수 있다.     

 

추천관광코스 
당일 코스로는 용두산공원~부산근대역사관~보수동책방골목~40계단문화관 및 40계단 테마거리~백산기념관~광복로~PIFF광장~국제,부평시장~자갈치시장 코스가 좋다. 걸어서 가능하다. 중구청은 ‘역사·문화테마 코스’로 40계단문화관 및 테마거리~백산기념관~근대역사관~용두산 공원~광복로~국제시장~PIFF광장~자갈치시장을 추천하고 있다. 쇼핑코스로는 자갈치시장~PIFF광장~광복로~국제시장~부평시장~근대역사관~용두산공원 코스가 제격이다.

 

크루즈관광 
부산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는 부산항을 일주하는 유람선이 운행한다. 19세기 네덜란드 범선을 재현한 ‘누리마루호’는 오륙도 일주, 태종대 일주, 광안대교 왕복 코스와 함께 부산항 야경 투어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또 카멜리아호도 해운대행, 태종대 왕복 코스, 광안리 야경투어 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바다에서 바라보는 부산항과 신선대, 오륙도, 이기대 등의 기암절벽 등 천혜의 풍광에 관광객은 누구나 탄성을 지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