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도심에서 맛보는 4색 별미 라면
만만하게, 열렬하게, 라면 열전
출출한데 뭐 먹을 거 없을까? 길든 짧든 고민의 해답은 라면이다. 냄비에 4분이면 끓여 먹는 만만한 국민 간식 라면이 인스턴트라는 선입견을 넘고 간식이라는 편견을 지나 야무진 한 끼 식사로 떠오르고 있다. 특별한 맛과 든든한 영양에 따뜻한 감성 수프까지 넣어 보글보글 끓여내는 서울 도심 속 4색 별미 라면집을 찾았다. |
2013년은 우리나라에 라면이 팔리기 시작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다. 1963년에 최초로 나온 라면은 시판 초기엔 쌀을 대체하는 분식이었지만, 이제는 주식 못지않은 간식으로 사랑받고 있다. 국민 1인당 평균 소비량 72.4개로 세계 1위를 차지한 우리의 라면 사랑은 100여 종의 라면 종류만 봐도 짐작할 수 있을 만큼 다채롭고 뜨겁다. 해물과 채소가 푸짐하게 올라간 라면 요리에서 추억이 담긴 냄비라면까지 삼청동과 홍대, 삼성동, 명동 등 서울의 핫 플레이스에서 잘나가는 라면집을 만나보자. |
한옥에 어울리는 아름다운 라면 밥상, 55번지라면 |
라면집은 왠지 좁은 골목길에 있어야 맛있을 것 같다. ‘55번지라면’도 삼청동 뒷길, 한옥 골목 끝에 있다. 종로구 화동 55-1번지 주소를 그대로 상호에 썼다. 작은 마당을 가로질러 안채로 들어서면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 앉아 라면을 먹고 있다. 점심시간이면 9개 테이블이 쉴 틈 없이 돌아간다. |
55번지라면엔 한국 전통의 불고기 맛을 살려낸 불고기라면, 된장소스와 들깨가루로 만든 토장라면, 해산물과 채소가 듬뿍 들어간 얼큰짬뽕라면, 소시지와 햄?볶음김치가 들어간 부대라면에 시원한 황태라면까지 한 끼 식사로 충분한 라면이 수두룩하다. 삼청동으로 구경 나온 외국인이나 아이들과 함께 외출한 가족들이 즐겨 찾는 메뉴는 불고기라면과 토장라면, 황태라면 등 우리 전통의 맛을 살린 부드러운 라면이다. 라면 스프를 쓰지 않고 직접 끓여놓은 육수를 사용하는 것이 특징. 사골국물에 고추씨를 갈아 넣어 얼큰하고 구수한 맛을 살린 짬뽕라면이 가장 인기 있다. 새우, 오징어, 홍합 등 그득한 해물과 면을 건져 먹고 밥 한 공기를 시켜 국물에 말아보면 진한 육수 맛이 일품이다. 김치나 단무지를 잊을 만큼 개운하고 깔끔하다. 주말에 손님이 많아서 월요일은 휴무. 짬뽕라면과 불고기라면이 각각 7,500원. |
1년 365일 24시간 라면을 먹는 곳, 일공육라면 |
하루 중 라면이 가장 맛있는 시각을 설문조사하니 밤 10시 6분이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래서 이 집의 상호가 ‘일공육‘인데, 다행히도 24시간 아무때나 맛있는 라면을 먹을 수 있다. 센스 있는 상호만큼 자판기에서 메뉴를 골라 계산하는 것도 특이하다. 메뉴에는 부대찌개라면, 장금이라면, 해물라면, 두반장라면이 있다. 주문한 라면이 맛있게 익는 동안 식탁 위에 다섯 가지 애피타이저가 서비스로 제공된다. 작은 바구니에 담긴 삶은 달걀과 앙증맞은 밥그릇에 담긴 문어밥을 먹고 토스터에 노릇하게 구운 식빵 한 조각에 땅콩버터를 발라 먹는 재미가 있다. 연어 한 조각이 올라간 샐러드를 빼면 음료까지 모두 무한 리필이다. |
장금이라면은 숙주의 아삭한 식감과 파채 향이 뜨거운 라면국물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자아낸다. 숙주의 비릿함과 파채의 매운맛은 말끔하게 사라지고 사골국물에 향긋한 매생이가 조화롭게 어우러지는 맛은 장금이도 감탄할 만하다. 새롭게 뜨는 메뉴인 두반장라면은 술 마신 다음날 해장용으로 탁월한 선택이다. 묵직한 사골육수에 두반장의 칼칼한 매운맛이 은근하게 맛깔스러워 쫄깃한 면을 건져 먹고 마지막 국물 한 방울까지 마시게 된다. 연중무휴. 장금이라면과 두반장라면 각각 6,000원. |
알싸한 추억 한 스푼으로 매콤하게 끓여내는 틈새라면 |
‘틈새라면’의 벽과 천장에 빼곡하게 붙은 포스트잇은 학창 시절 추억 속으로 들어가는 골목길처럼 아늑하고 정겹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다녀갔는지 수없이 많은 메모지에는 틈새라면의 변함없는 맛과 알싸한 추억들로 가득하다. 후루룩 라면을 먹으면서 누군가 남겨놓은 추억을 꺼내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1981년 명동 거리의 건물과 건물 사이 좁은 틈에서 출발한 틈새라면은 명실공히 라면 전문점의 원조라고 할 수 있다. 간판조차 없어 단골들만 찾곤 했던 그 옛날 틈새집에서 지금은 명동 골목의 건물 2층으로 자리를 옮겨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
틈새라면의 대표 메뉴는 빨계떡이다. 라면에 계란, 떡, 콩나물, 특제 매운 고춧가루가 들어간다. 지금까지도 물의 양과 화력, 정확한 타이밍을 지키는 레시피로 30년 전통의 맛을 지켜가고 있다. 틈새라면 단골이라면 화끈하게 매운맛에 중독된 이들이 대부분이다. 강렬한 어감의 빨계떡은 혀를 내두를 만큼 매운맛이라서 파인애플이라는 이름의 단무지와 오리방석이라 불리는 냉수를 빼놓고 먹을 수 없다. 특제소스를 가미해 만든다는 새콤달콤 단무지와 시원한 냉수가 그 어느 곳보다 시원하게 느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연중무휴. 빨계떡 4,000원. |
양은 냄비에 끓이는 참맛, 황토군토담면오다리 |
지하철 2호선 선릉역 8-1번 지하 통로는 구불구불 ‘황토군토담면오다리’로 가는 골목길이다. 1998년에 문을 열었으니 라면집 역사로 뒤지지 않는 곳이다. 군대 시절 라면을 맛있게 끓이는 병사로 이름을 날렸던 주인장은 군대 식기였던 반합에 라면을 끓이는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고 각종 채소를 6시간 이상 우려낸 야채수를 개발해 특허를 받았다. |
시원한 국물 맛을 내는 야채수뿐만 아니라 1년 동안 반찬으로 나갈 김치도 직접 담근다. 군대의 추억이 담긴 반합라면에는 콩나물밥과 새콤하게 익은 김치가 담겨 나온다. 직접 개발한 양념단무지도 빼놓을 수 없는 인기 반찬이다. 점심시간에는 20대부터 60대까지 자신만의 추억과 향수가 담긴 라면을 찾는 직장인들로 북적인다. 오다리의 메뉴는 냄비, 반합, 식판, 뚝배기, 유리 계량컵 등에 담겨 나오는데 식기마다 아이디어가 톡톡 튄다. 각기 다른 그릇에 순한맛, 중간맛, 매운맛, 해장맛 등 맛도 다른 라면을 담아 고유의 맛을 살려낸다. |
마른 면을 쓰기 때문에 건면이라고 불리는 오다리 라면은 계란, 떡, 만두, 치즈, 수제비 등 토핑은 기본 한 개 무료, 한 가지씩 추가될 때마다 300원씩 가격이 올라간다. 재미있는 건 3인분 큰 냄비에 주문 시 2,000원, 4인분에 3,000원 등 ‘모두가 함께 라면’을 나눠먹는 일행에게는 가격을 할인해준다. 직장인이 많은 지역이라 일요일 휴무. 냄비건면과 반합건면 각각 4,000원. |
여행정보 |
1.찾아가는길 55번지라면 : 광화문역 2번 출구에서 11번 버스를 타고 삼청파출소에서 하차. 카페베네 뒷골목 2.주변 음식점 55번지라면 : 짬뽕라면 / 종로구 북촌로5가길 44-6 / 02-722-2997 / www.55ramen.com 3.숙소 티마크호텔 : 중구 충무로 15 / 02-2098-2000 / korean.visitkorea.or.kr |
글, 사진 :민혜경(여행작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