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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실리콘밸리' 구미

대한인 2013. 12. 8. 06:38

경부고속도로 구미 IC에서 나와 좌회전해서 북서쪽으로 5~7분가량 가면 금오산(해발 976m)이다. 기암괴석과 수림이 절경을 이뤄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 도립공원이다. 경부선 구미역에서 2㎞ 남짓 떨어져 있다. 구미 도심과 인접해 있는, 구미의 지형적 랜드마크다. 다양한 동·식물을 품고 있는 생태계의 보고이자 예로부터 시인 묵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은 구미 역사와 문화의 중심이다. 첨단정보기술산업도시를 이룬 젊은 힘의 원천이기도 하다. 불교를 신라에 처음 전파한 아도화상이 당시 ‘대본산’으로 불렸던 이곳을 지나다가 저녁노을 속으로 황금빛 까마귀가 나는 것을 보고 ‘금오산(金烏山)’으로 이름 지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그래서 구미시는 구미의 역사문화브랜드를 최근 ‘삼족오의 땅 구미’로 정했다. 태양에서 산다는 세 발 달린 상상의 새, 삼족오(三足烏). 하늘과 땅을 연결하고 과거와 현재, 미래를 이어주는 길조로 풍요를 상징하는 삼족오가 구미의 역사문화적 정체성을 다져줄 것이란 뜻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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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빛 까마귀 나는 풍요로운 삼족오의 고장  

금오산은 암산이다. 경관이 빼어나고 기암괴석은 힘과 기백이 넘쳐난다. 곳곳에 명승지와 유서 깊은 고적, 사찰 등을 품고 있다. 천혜의 요새지로 산정에는 금오산성이 있다. 고려 시대에 축조된 이 산성은 조선 말엽까지 그 기능이 존속됐다. 성곽 터만 남아 있던 것을 성문과 성곽 일부를 복원했다. 정상 바로 아래에는 깎아지른 절벽 틈바구니에 간신히 발붙일 길이 있고 그 아래 약사암이 있다. 의상대사가 이곳에서 득도했다는 전설이 전해온다. 구미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산 중턱 해발 400m 지점에는 28m 높이에서 떨어지는 대혜폭포가 장관을 이룬다. 폭포에서 병풍처럼 펼쳐져 있는 벼랑을 끼고 북쪽으로 가다 보면 천연동굴이 나온다. 신라 말 풍수지리설의 대가인 도선이 이곳에서 도를 깨우쳤다고 해 도선굴로 불린다. 멀리 구미공단과 낙동강, 해평면의 냉산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정상 북편 아래 암벽에는 높이 5.5m의 석불입상이 조각돼 있다. 보물 제490호인 ‘금오산 마애보살입상’이다. 암벽의 돌출 부분을 이용해 입체적으로 조각한 점이 특이하다. 고려 시대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 1 금오산 일출. 금오산은 구미의 지형적 랜드마크다. <사진작가 한태덕 제공>
  • 2 해평면 도리사에 있는 아도화상 기념상. <구미시청 제공>
  • 3 대혜폭포는 28m 높이에서 떨어지는 물줄기가 장관을 이룬다. <사진작가 한태덕 제공>
  • 4 구미공단을 조망할 수 있는 4공단 해마루공원. <사진 작가 한태덕 제공>
  • 5 금오산 정상 암벽에 조각된 보물 제490호 금오산 마애보살입상. <구미시청 제공>

 

 

사람을 키우는 산, 금오산. 그 젊은 힘의 원천

금오산은 그 자락에도 많은 유적과 명승지를 품고 있다. 금오산도립공원 입구 오른쪽 산록에 채미정이 자리하고 있다. “신하는 두 임금을 섬길 수 없다”며 고향 구미로 낙향해 후학 양성에 매진한 고려의 충신 야은 길재 선생의 충절과 학덕을 추모하기 위해 조선 영조 때 건립한 정자다.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뤄 구미시민들이 즐겨 찾는 명소다. ‘오백 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산천은 의구하되 인걸은 간데없다/어즈버 태평연월이 꿈이런가 하노라’ 채미정으로 가는 길목에는 선생의 시조 ‘회고가’를 새긴 시비가 있다. 금오지 오른쪽 끝 지점에는 경북도환경연수원이 있다. 토속·약용·수생 식물원과 자연관찰로, 곤충생태관, 자연사전시관, 모험시설 등의 심신단련장 등을 갖추고 있다. 자연의 소중함을 체험하고 대자연 속에서의 단체활동을 통해 늠름한 기상을 키우는 곳이다. 시민들의 휴식 및 생태탐방 명소이자 해마다 2만여명의 교육생을 배출하는 자연환경교육기관이다. 금오산에는 이 밖에도 고찰 해운사와 한말 의병대장 왕산 허위 선생 유허비 등 수많은 유적과 명승이 보석 처럼 박혀 있다. 금오산공원관리사무소와 상가 주차장 일대에는 잔디 및 분수광장, 놀이시설, 야영장 등이 조성돼 있어 구미시민들의 대표적 나들이 장소로 사랑받고 있다. 금오산 인근에는 박정희 대통령 생가(상모동)와 왕산 기념관(임은동) 등이 있다.    

 

 

신라 불교 초전지로, 길이 열린 곳. 발 닿는 곳 마다 역사와 전통, 조상의 숨결

선산읍을 중심으로 한 고아읍, 해평면, 도개면 등 북부의 선산권은 구미의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잘 보여준다. 도개면 도개리는 ‘신라불교 초전지마을’로 불린다. 고구려 승려 아도화상이 신라에 불교를 전파하기 위해 모례 장자의 집에 굴을 파고 살면서 낮에는 가축을 치고 밤에는 불법을 강론하며 숨어서 포교를 했다는 곳이다. 지금도 모례의 집에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우물(전모례가정·傳毛禮家井·경북도문화재자료 제296호)이 현존하고 있다. 불교가 처음 신라 땅에 뿌리내린 것을 기념하는 신라불교 초전기념관도 세워져 있다. ‘도개’란 지명은 ‘신라에 불교가 처음 전해져 길(道)이 열린(開) 곳’이란 뜻을 담고 있다.

 

인근 해평면 도리사는 아도화상이 세운 것으로 전해지는, 신라 최초의 가람이다. 아도화상이 포교를 위해 경주에 갔다 오다가 겨울인데도 복숭아꽃과 오얏꽃이 만발한 것을 보고 이 곳에 절을 짓고 도리사(桃李寺)라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오고 있다. 극락전 마당 왼쪽 입구에는 아도화상이 도를 닦았다는 좌선대가 있고 그 옆에는 아도화상 사적비가 있다. 화엄석탑으로도 불리는 경내의 석탑(도리사 석탑)은 모전석탑 형식을 띤 특이한 형태의 석탑으로 보물 제470호다. 1987년 임하댐 건설로 안동에서 옮겨온 해평 일선리 문화재마을, 가야 및 원삼국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205기의 고분이 분포돼 있는 선산 낙산리 고분군(사적 제336호) 등이 멀지 않은 곳에 있다.

 

선산읍내에서 2㎞ 가량 떨어진 죽장사에서는 국보 제130호인 선산죽장동오층 석탑을 볼 수 있다. 통일신라시대의 석탑으로, 높이가 10m에 이른다. 남매가 서로 재주를 자랑하다 누이가 이 오층 석탑을 먼저 세워 이겼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해평면 금호리에 있는 금호연지는 8월쯤이면 홍련으로 장관을 이룬다. 아도화상이 “이 못에 연꽃이 길이 피거든 나의 정신이 살아 있음을 알아 달라”고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온다. 멸종위기동식물 2급인 가시연꽃 자생지로도 유명하다.

 

 

통일신라시대 지어진 선산죽장사5층석탑(국보 제130호)은 높이가 10m로 우리나라 5층 석탑 가운데 가장 크다. /사진작가 한태덕 제공

 

 

젊음, 전자, 만족이 어우러진 희망의 도시 ‘예스 구미’

구미는 젊음이 넘치는 역동적인 도시다. 그 중심에는 구미공단이 있다. 지난 40년간 국내 전자·섬유공업을 이끌어온 1~4공단에 이어 5공단, 경제자유구역 등이 조성되고 있다. 2000여 개의 입주 업체에서 8만여 명의 숙련된 근로자들이 일하고 있다. 반도체, 휴대전화, 액정디스플레이(LCD) 등 첨단 전자·정보기술 제품 등이 생산되는 ‘한국의 실리콘밸리’다. 공단 내 번화가인 인동동 상가지역에는 공단 근로자들로 북적인다. 이들 근로자들로 구미는 늘 활기가 넘친다. 금오공대 안에 있는 구미 유비쿼터스체험관은 구미를 상징하는 ‘체험관광명소’다. 우리나라를 정보기술(IT) 강국으로 부상시킨 기술의 집적지 답게 구미시민의 미래 생활상을 가상한 아이템들이 다양하게 꾸며져 있다. 학생·시민은 물론 외국인 바이어도 많이 찾는다.

 

4공단에는 공단을 조망할 수 있는 해마루공원이 있다. 1공단과 3공단 사이에는 낙동강을 따라 수변공원인 동락공원이 조성돼 있다. 야구장, 축구장, 야외무대, 피크닉장, 국궁장, 인라인스케이트장, 민속정원, 호국기림터, 에밀레 종소리를 재현한 전자신종 등 다양한 운동시설과 볼거리, 즐길 거리 등을 갖춰 구미시민들의 가족 단위 휴식처로 사랑받고 있다. 젊음(Young), 전자(Electronic), 만족(Satisfaction)의 영문 글자 한 자씩을 딴 ‘예스(Yes) 구미’란 구미의 브랜드 슬로건이 어색하지 않게 느껴진다.

 

 

아름다운 자연, 문화예술의 향기까지  

금오산이 낙동강 서편에서 구미를 지키고 있다면, 금오산 정동 쪽 낙동강 건너에는 천생산이 우뚝 솟아 있다. 해발 407m의 높지 않은 산이지만 지형이 험난해 역사적으로 천혜의 요새 역할을 했으며 산세와 풍광이 빼어나다. 지금도 산 정상 부근에 산성의 흔적과 당시의 유적이 남아 있다. 임진왜란 때 곽재우 장군이 활약한 곳이다. 천생산 입구에서 왼쪽으로 들어가면 가벼운 산책과 등산을 즐길 수 있는 산림욕장이 있다. 구미지역 곳곳에 난 임도는 호젓하게 자연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다. 선산 뒷골에서 시작해 주아리 덕촌마을로 이어지는 13.3㎞의 옥성면 주아 임도는 굽이굽이 이어진 숲길이 한 폭의 그림 같다. 해평면 낙산리에서 창림리까지 이어지는 25.7㎞의 산길인 냉산 임도 주위에는 산악자전거코스, 오리엔티어링장, 천연암벽등반장 등을 갖춘 산악레포츠공원이 조성되고 있다. 이들 임도는 산림청의 ‘행복으로 가는 길 아름다운 임도 100선’에 선정됐다.

 

주아 임도 인근에는 옥성자연휴양림이 있어 구미시민의 휴양공간으로 사랑받고 있다. 산동면 백현리 지방도로변에는 ‘무인 주막’이 있어 지나던 사람들이 냉장고 등에 채워진 고기와 채소, 쌀 등으로 음식을 해먹고 양심껏 돈을 장독에 넣고 간다. 이 곳 토박이 박계수씨가 “사람들이 어울려 즐기는 게 좋아서” 10년째 운영하고 있다. 시내 구미시청 인근에는 벽돌을 산처럼 보이게 쌓은 형태의 건축물이 있다. 구미 문화예술의 상징인 구미문화예술회관이다. 금오산을 본따 지었다. 이곳에서는 품격 높은 공연, 전시 등 각종 문화행사가 연중 펼쳐진다. 한여름 밤에는 무더위를 씻는 록페스티벌이 야외광장에서 열린다. 여름철에는 금오산에서도 피서객들을 위한 국악공연, 조명 설치 미술전, 시낭송회 등이 마련된다. 가을에는 옥성화훼단지에서 낙동강국화축제가 펼쳐진다. 지역 곳곳에 들어선 5개의 도서관과 구미예술창작스튜디오 등 해마다 보강되는 문화시설, 마을 공원 등은 삭막한 공단도시란 이미지를 빠르게 지워가고 있다.

 

 

 

가는길
경부고속도로 구미, 남구미IC를 통해 구미시내로 들어간다. 중부내륙고속도로 선산IC에서 빠지면 구미 선산읍내로 들어가게 된다. 서울에서 차량으로 약 3시간, 대구에서 40여분 정도 걸린다. 경부선 고속철(KTX)도 하루에 상·하행 각 4 차례씩 운행된다. 고속철 소요 시간은 서울~구미간 2시간 안팎이다. 서울 강남고속버스터미널과 동서울종합터미널 등에서 고속버스가 운행된다.             

 

대통령배 전국 아마추어 e-스포츠대회 
오는 10월22일부터 24일까지 3일간 구미디지털산업관에서 ‘제2회 대통령배 전국 아마추어 e-스포츠대회’가 열린다. 구미시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e스포츠협회 등이 주관하는 전국 단위의 게임대회다. 1회 대회는 안동에서 열렸다. 구미시는 ‘구미가 당기는 e-스포츠! 대한민국이 즐거운 利(이)-스포츠! 축제’란 슬로건 아래 전시(exhibition), 체험(experience), 교육(education) 등 ‘3e’를 컨셉으로 잡았다. 개막식 프로그램과 볼 거리, 체험 거리를 풍성하게 편성해 시민들이 다 함께 참여하는 범시민축제로 만들고 관광객 유치에도 힘을 기울일 계획이다. 기업 최강전, 지역 대항전, 학교 최강전 등 다양한 경연대회를 동시에 추진하고 30개 기업이 참여하는 ‘정보기술(IT) 전자전’ 등 다양한 기업 참여 프로그램도 마련한다. 구미시는 이 대회를 통해 모바일, 디스플레이, 반도체 등 국내 최대 ‘IT도시’로서의 이미지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