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순 맞은 재즈 1세대 김준, 16일 기념공연
'백구두'에 청바지, 산뜻하게 정리된 구레나룻, 양손 약지에 끼고 있는 알 굵은 반지와 팔찌까지. 올해 칠순을 맞은 재즈 가수 김준은 여전히 60년대의 청춘을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벌써 제 나이가 이렇게 됐다니…. 이제 겨우 재즈가 어떤 음악인지 감을 잡을 것 같은데 말입니다."
60년대 최고의 보컬 그룹이었던 '쟈니 브라더스' 멤버로 큰 인기를 얻었으며 80~90년대 한국의 대표적인 남성 재즈 가수로 통했던 그가 고희 기념 공연을 연다. 16일 오후 7시30분 서울 강남구 섬유센터 이벤트홀. 웅산, 임희숙, 재즈파크 빅밴드 등 후배 뮤지션들도 축하 무대를 갖는다. 김준은 "제 목소리의 힘은 리듬을 잘 타는 데 있는 것 같다"며 "과거에 비해 빼어난 실력을 가진 후배들도 많고 여건도 좋아져 흐뭇하다"고 했다. 그래도 아쉬운 점은 눈에 띄는 남성 재즈 가수의 부재(不在). "나윤선, 웅산, 말로 등 독특한 음색을 지닌 여성 재즈 가수는 많은데, 남성 재즈 가수는 찾기가 힘들어요. 이문세, 이광조, 유열 같은 친구들이 도전해주면 좋을 텐데. 사석에서 만나면 '저도 재즈 하고 싶다'고는 하는데 막상 실제로 덤비는 친구들이 없네요."
'쟈니 브라더스' 시절 최고의 히트곡은 '빨간 마후라'. 김준은 "지금도 무대에서 종종 이 노래를 부르는데 모든 관객들이 입을 모아 따라한다"며 "눈시울이 뜨거워질 때도 있다"고 했다. 김준이 본격적으로 재즈 가수로 변신한 것은 80년대 초. 30여년 한우물을 팠지만 그는 "아직도 재즈의 영감(靈感)을 완벽하게 이해하고 대중에게 전달하는 데 부족함이 많다"고 했다. '휘파람 하이킹', '내 마음은 풍선' 등 작곡도 많이 한 그는 갑자기 "'청바지 아가씨' 가사도 내가 쓴 걸 아느냐?"고 물었다. 요즘 세대들에게는 "청바지의 어여쁜 아가씨가 날 보고 윙크하네"로 시작되는 박상민의 히트곡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사랑과 평화의 노래. 김준은 "한동안 사랑과 평화의 기타리스트 최이철씨와 친하게 지냈는데 멜로디를 들려주면서 가사를 부탁해온 적이 있었다"며 "그때 명동 거리를 거니는 청춘들의 낭만을 떠올리며 가사를 썼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 평창동에서 자신의 재즈 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그는 "한국 재즈 1세대로서 책임감이 젊은 인생을 유지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출처: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