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공군 비행사 1호' 김경오씨, 극동 여성비행사 총재로
"6·25 때 공군 입대… 출격 직전마다 유서 써 여자라서 내가 못했던 것 후배들은 도전하기를"
"언젠가 누가 그러더군요. '김경오? 6·25 때 비행했던 그 여자가 여태 살아 있어? 죽지 않았어?'라고요. 하긴 제가 60년 전 열여섯살에 입대해서 6·25에 참전했던 여성 최초 비행사니…. 벌써 죽었을 거라고 여기는 게 당연할지 모르죠."
김경오(76) 국제항공연맹 부총재가 최근 극동지구 여성비행사기구 총재에 임명됐다. 올해 8년 된 이 단체는 한국·중국·일본·대만 등 4개국 여성 비행사들의 교류단체다. 3대 총재로 3년간 이끌게 된 김씨의 목표는 극동뿐 아니라 동남아 지역으로도 활동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그는 1949년 입대해 1957년 대위로 예편했다. 1999~2008년 10년간은 국내 42만 민간항공인을 대표하는 항공회 총재였다.
김경오(76) 국제항공연맹 부총재가 최근 극동지구 여성비행사기구 총재에 임명됐다. 올해 8년 된 이 단체는 한국·중국·일본·대만 등 4개국 여성 비행사들의 교류단체다. 3대 총재로 3년간 이끌게 된 김씨의 목표는 극동뿐 아니라 동남아 지역으로도 활동 범위를 넓히는 것이다. 그는 1949년 입대해 1957년 대위로 예편했다. 1999~2008년 10년간은 국내 42만 민간항공인을 대표하는 항공회 총재였다.
- ▲ 그는 외출할 때마다 검은색 항공복을 개조한 원피스를 입는다. 목에는‘빨간 마후라’를 연상시키는 스카프를 두른다. 대위 예편 뒤 40년간 입은 옷이다. 오랜 친구인 디자이너 앙드레 김이 직접 만들었다고 한다. /이태경 기자 ecaro@chosun.com
'여성 1호'의 삶이 화려한 것만은 아니었다. 출격 직전마다 유서를 쓰고, 첫딸(영어강사 이보영)을 임신한 채 탑승하기도 했다. 비행 후 집에 오면 쉴 틈도 없이 밥과 빨래를 했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60년이다. 작년에야 조종간을 놓았기 때문이다.
"후회는 없어요. 아버지는 극렬히 반대하셨지만 남들과 똑같이 사는 게 싫어 선택한 군대였으니까. 하늘을 날며 느끼는 '삶의 긴장' 때문에 남보다 젊게 살아왔다 싶기도 하고…. 지금도 시력이 1.2에 0.8이에요. 노안(老眼)도 안 왔어요."
6·25 전쟁 60주년인 올해 그는 공군에 함께 입대했던 15명의 여자 동기들을 수소문했다. 하지만 대부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전쟁 중에 모두 군을 떠났다는 것이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대한민국은 독립국가'임을 세계에 알리려고, 일종의 홍보대사로 여성을 뽑은 겁니다. 용모가 중요한 기준이었죠. 나중에 군은 혼자 남은 날 귀찮아했어요. 난 폭탄 싣고 전투하고 싶은데 안 된다니…. 연락기나 정찰 비행을 주로 했어요. 너무 외롭고 고돼 내무반 구석에서 울곤 했지요."
그는 1990년대 중반, 김영삼 전 대통령과 당시 대선 후보들을 찾아가 '공군사관학교도 여성 생도를 선발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했다고 한다. 2007년, 공군사관학교에 20명의 여성이 입학했다.
"매년 졸업식을 보러 갑니다. 60년 전 여자라는 이유로 내가 못했던 것들, 거기에 도전하고 성취하라고 마음으로 응원하지요."
"후회는 없어요. 아버지는 극렬히 반대하셨지만 남들과 똑같이 사는 게 싫어 선택한 군대였으니까. 하늘을 날며 느끼는 '삶의 긴장' 때문에 남보다 젊게 살아왔다 싶기도 하고…. 지금도 시력이 1.2에 0.8이에요. 노안(老眼)도 안 왔어요."
6·25 전쟁 60주년인 올해 그는 공군에 함께 입대했던 15명의 여자 동기들을 수소문했다. 하지만 대부분 연락이 닿지 않았다. 전쟁 중에 모두 군을 떠났다는 것이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대한민국은 독립국가'임을 세계에 알리려고, 일종의 홍보대사로 여성을 뽑은 겁니다. 용모가 중요한 기준이었죠. 나중에 군은 혼자 남은 날 귀찮아했어요. 난 폭탄 싣고 전투하고 싶은데 안 된다니…. 연락기나 정찰 비행을 주로 했어요. 너무 외롭고 고돼 내무반 구석에서 울곤 했지요."
그는 1990년대 중반, 김영삼 전 대통령과 당시 대선 후보들을 찾아가 '공군사관학교도 여성 생도를 선발해야 한다'고 강력하게 요구했다고 한다. 2007년, 공군사관학교에 20명의 여성이 입학했다.
"매년 졸업식을 보러 갑니다. 60년 전 여자라는 이유로 내가 못했던 것들, 거기에 도전하고 성취하라고 마음으로 응원하지요."
<출처: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