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척박한 성문화에 단비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세 사람을 만났다. 지난 1년간 ‘섹스&헬스’ 칼럼에 주옥 같은 코멘트를 날려준 스폐셜리스트 김경희, 조성완, 배정원. 이들이 수년간 현장에서 보고 느낀 섹스에 관한 리얼한 이야기들, 진료실에서도 듣기 힘든 명쾌한 어드바이스를 쏟아냈다.
[프로필] 김경희 (비뇨기과 전문의)
남성 전용이라고 생각했던 비뇨기과에 당당히 도전장을 내고 비뇨기과 전문의가 된 김경희 원장. 비뇨기과에서 진료를 보는 틈틈이 한국성과학연구소의 스태프로 활동하고 있다. 성칼럼니스트로도 활발하게 활동하며 지난해 '맘에 드는 구두가 섹스보다 낫다면'이란 책을 발간하기도 했다. 지난해 여성비뇨기과 개원의 1호로 코넬여성비뇨기과를 개원해 여성들의 비뇨기계 문제뿐 아니라 성에 관한 탈출구도 제시해주고 있다.
[프로필] 조성완 (비뇨기과 전문의)
수없이 쏟아지는 성 고민 게시판에 수년째 답변을 해주고 있는 비뇨기과 전문의 조성완 원장. 명동에 위치한 이윤수?조성완 비뇨기과의 원장인 동시에 한국성과학연구소의 스태프로도 활발히 활동 중이다. 단순히 남자의 성기에 대한 문제만 해결해주는 의사가 아닌 대한민국의 성 문제를 두 어깨에 짊어지고 있는 조성완 원장은 오늘도 성에 대한 유쾌하고 건강한 시선으로 많은 남성들의 구세주가 되고 있다.
[프로필] 배정원 (성교육상담 전문가)
지난 10여년간 성교육상담 전문가로 누구보다 바쁘게 대한민국 곳곳을 누빈 배정원 소장.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성 고민 게시판을 운영하고, 일간지에 성 칼럼을 연재하고, 청소년은 물론 군인과 성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계층에 성교육을 하느라 불철주야 바쁘다. 연세성건강센터의 소장과 제주도 '건강과 성 박물관'의 초대 관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행복한 성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배정원 소장은 앞으로도 갈 길이 멀다며 이화여자대학원에서 보건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열정파다.
즐겨라!
성에 대한 기본 상식을 갖추는 공부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바로 성을 즐기는 것이다. 특히 너무나 익숙해서 지루해진 부부 사이에서는 섹스를 즐기려고 하는 마인드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지난 1년간 다뤘던 섹스에 대한 수많은 주제 중에 독자들이 가장 뜨거운 반응을 보였던 것이 바로 ‘영화 속 체위의 진실’과 ‘섹스 토이와 윤활제의 활용’에 관한 기사였다. 그만큼 독자들도 이제는 섹스에 있어 부끄러워하고 있지만은 않다는 반증인 셈이다.
헬스조선: 섹스도 즐길 줄 알아야 한다는 차원에서 섹스 토이와 윤활제를 소개했더니 독자들의 구입 문의가 잇따랐다.
조성완: 여관에 성인용품 자판기가 있을 정도로 시장엔 이미 제품들이 많이 나와 있다. 섹스 토이의 키 포인트는 어디까지 즐기느냐, 상대도 좋아하느냐 하는 것이다. 섹스 토이는 워낙 자극이 강렬한 제품이 많아서 너무 탐닉하게 되면 평상시의 자극이 가벼워질 수 있다. 섹스 토이를 양성화시키는 것이 좋다는 생각을 한다. 사실 부부간에 매일 똑같이 하는 섹스는 재미없다.
배정원: 섹스 토이를 양성화시키면 제품의 질도 좋아지고 소비자들도 충분히 알고 골라 쓸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은 조잡한 물건이 많다. 윤활제도 무엇으로 만들었는지 모를 제품들도 많다. FDA 승인을 받은 아스트로글라이드 같은 제품들은 막상 어디서 사야 할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최근에 아스트로글라이드가 대형매장에 입점됐는데 굉장히 잘 팔린다. 이미 사람들은 필요로 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특히 노년의 성에서는 섹스 토이와 윤활제가 필요하다.
조성완: 중년들에게 윤활제는 생활용품이다. 이런 부분에서 윤활제는 꼭 양성화되어야 한다. 예전에는 바세린이나 베이비오일, 맨소래담을 윤활제로 쓴다는 사람도 있었을 정도로 이 분야에 무지한 사람이 많았다.
헬스조선: 헬스조선에서 강조한 것도 바로 그 점이다. 윤활제는 성인용품이 아닌 생활용품이라는 거다. 출산 후나 폐경기 이후의 여성들은 질 건조 때문에 윤활제가 필요하다고 알려주면서 제품을 선택할 때의 기준, 사용시 주의해야 할 점 등을 알려줬더니 독자들이 어디서 구입해야 할지 상당히 많이 문의했다.
김경희: 여자들이 섹스 토이를 써봐야 하는 중요한 이유는 여자들이 자기 섹스의 패턴, 어느 시점에 오르가슴에 오르는지를 자기 통제 하에 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에 대해 알게 되면 성에 대한 자신감도 많이 얻는다.
배정원: 어느 섬나라에서는 혼전 섹스를 권장해서 그곳 여자들은 대부분 오르가슴을 느낀다고 한다. 결국 여자들도 성감 개발이 되고 오르가슴이 뭔지 알면 얼마든지 즐길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자들은 성감 개발을 위해 노력하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성감 개발에는 섹스 토이가 큰 역할을 할 것으로 본다.
헬스조선: 독자들에게 가장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기사가 바로 ‘영화 속 체위’에 대한 기사였다. 여러 가지 체위를 시도해봐야 자신이 어떤 걸 가장 좋아하는지도 알 수 있고, 성감 개발 차원에서도 가끔은 평소와 다른 체위를 시도해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성완: 둘이서 매번 하던 것만 하지 말고 가끔씩 다른 체위를 시도해보는 것은 백번 권장할만한 일이다. 영화 속 체위를 보고 판타지를 갖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다만 중요한 것은 그것들을 한번에 다, 꼭 해봐야 한다는 생각은 무리가 있다는 것이다. ‘오늘은 이거 한번 해볼까?’하는 건 좋은데, ‘오늘 친구에게 이런 체위를 들었는데 집에 가서 꼭 해봐야지’ 하는 강박적인 생각을 갖는 건 좋지 않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서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기가 어떤 체위를 제일 좋아하는지 말해주는 것이다. 색다른 것들을 시도해보면서 어떤 점이 좋았는지 얘기해주는 것, 그리고 평소에 자기가 좋아하는 체위를 얼마나 잘 하고 즐기느냐 하는 것이다.
헬스조선: 부부든 연인이든 자신의 섹스에 대해 서로에게 이야기를 해준다는 것이 참 쉽지 않은 문제다.
배정원: 성적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해 지려면 평상시 모든 대화를 솔직하게 해야 한다. 섹스는 나의 밑바닥에 있는 것까지 모든 것을 보여주는 문제기 때문에 더 어려운 것이다. 섹스를 할 때 남자는 눈을 뜨고, 여자는 눈을 감고 하는 경우가 많은데, 남자가 눈을 뜨고 하는 이유는 여자의 반응을 읽기 위해서다. 그럴 때 여자들은 상대에게 자신의 느낌을 말하기 힘들면 최대한 짧게 얘기하거나 최소한의 반응이라도 보여주면 큰 도움이 된다. 물론 말로 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말이다.
조성완: 여자들은 제발 말로 해줬으면 좋겠다. 남자들이 ‘자기 좋아?’하고 안 물어보고 할 수 있음 얼마나 좋을까! 하하~ 남자가 발기나 사정에 문제가 있을 때는 여성상위를 많이 권하는 편이다. 여성들이 자신의 감각을 찾아가는데도 유리하고 남자들도 버티기가 좋다. 부부간의 위기가 오거나 여자가 재미없어 할 때는 여성상위를 권한다.
김경희: 여자들도 위에서 한번씩 해봐야 남자들이 얼마나 힘든지 안다. 하하~
배정원: 여자들이 섹스를 서비스라고 생각하는 게 제일 큰 문제다. 자기는 받아야 된다고 생각하니까 노력을 안 하는 거다.
김경희: 여자도 섹스에 있어 책임감을 가질 필요가 있다. 여자들이 자기의 성에 대해 얘기하지 못하던 시대에서 이제는 나도 성욕이 있다고 드러내는 시대가 왔다. 그런데 이에 대한 책임감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여자들이 마인드를 바꿀 필요가 있다.
조성완: 남자들도 그 부분에서 마인드가 바뀌고 있다. 내가 주도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같이 나눈다는 생각으로. 지금 젊은 세대들은 섹스를 할 때 불을 켜고 하는 사람이 많더라. 우리 세대만 해도 17커플 중 불을 켜고 섹스하는 건 한 커플 밖에 없었다. 불을 켜고 섹스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건 섹스에 대한 관심과 자신감이 올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배정원: 우리 때는 섹스는 아침에 못하는 줄 알았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밤에 해야지 날이 밝을 때 한다는 건 생각하기 힘들었다. 이제는 여자가 리드해주길 원하는 남자들도 많다. ‘당신이 좀 해봐~’ 이러고 싶은데 차마 말을 못하거나, 평소 실력을 봐서는 못할 거라고 생각하는 거다. 하하~
김경희: 여자가 해주길 바라면서도 여자가 너무 적극적으로 나오면 주춤하는 남자도 많기 때문에 여자들은 섹스 리드에 있어 밀고 당기기를 잘 해야 한다.
<출처:헬스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