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오늘 자기 배반의 서글픈 시대를 살고 있다. 유구한 조선왕조가 무너지면서 모든 정통성은 하루아침에 끊어지고 고스란히 이민족인 일본 제국주의에 민족과 강토가 넘어가고 말았다. 오늘 세계화된 정보통신 사회에서 민족과 강토의 무의미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오늘 우리 개개인의 존재 사유가 20세기 전반 일제 식민지 시절 이민족 앞에 무릎을 꿇은 채, 개 돼지처럼 살면서 일본식으로 생각하고 말하던 사람들의 생활 방식이었음을 돌아본다면, 식민지로부터 지금까지 이 땅의 모든 생명들은 자기 변명으로 스스로 존재의 존귀함을 잃어 버린 것이다. 슬프다 우리, 낙인처럼 치욕을 쓸어 안고 살면서 아직도 우리 정신의 곳곳에 살아 움직이는 이 못된 망령이 문명의 이기만을 내세워 은밀히 자신의 치부를 포장하고 있다. 그리하여 우리가 한없이 넓고 깊은 정신으로 가야할 길을 막고, 우리가 온전히 누려야 할 우리의 문화를 비웃고 있다. <죽을 병은 독(毒)으로 고친다.>는 생각으로 이 방에서는 그 때의 자료들을 펼쳐보면서 비틀거리는 민족정기와 나를 바로 세우는 회초리가 되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