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해넘이는 싱싱한 바다의 맛과 함께
[김형우 기자의 다시 찾고 싶은 여행지] 통영·거제 일몰 미식여행
연말이다. 한해를 마감하는 즈음 여행테마로는 어떤 나들이가 제격일까.
겨울 여정으로 빼놓을 수 없는 게 일몰 미식기행이다. 별미에 대한 기대와 해넘이의 낭만이 함께 있어 더 매력 있다.
특히 장엄한 낙조 감상은 천지를 온통 붉게 물들이는 낙조의 황홀경 속에 여기 된 연말 분위기를 억누르고 침잠의 시간을 갖게 해준다.
국내 대표적 일몰 미식 기행지로는 한려수도의 중심 통영-거제를 꼽을 수 있다.
통영 일대에 일몰 포인트가 많지만 통영대교의 일몰도 볼만하다. |
한려수도 최고의 낙조 포인트 달아공원과 그 주변 포구가 대표 해넘이 명소로 학림도, 비진도, 연대도, 욕지도 등 금빛 물결 속에 점점이 박힌 섬 위로 쏟아지는 붉은 기운이 장관을 이룬다.
게다가 이웃 거제도 또한 일몰-일출의 장관을 감상하기에 더할 나위 없어 연계관광코스로도 제격이다.
통영은 관광지로서 뿐만 아니라 황금어장을 형성하고 있어 철마다 싱싱한 미식거리가 넘쳐난다.
봄에는 도다리쑥국, 여름엔 멸치-장어, 가을은 전어-방어, 겨울엔 굴과 물매기 등 계절을 대표하는 별밋거리가 줄을 잇는다.
여기에 싱싱한 해물 안주가 한상 가득 오르는 ‘다찌’, 시장 통에서 말아주는 시락국과 충무할매김밥 등 여느 지방에서 맛볼 수 없는 독특한 별미와 식문화가 도시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특히 이즈음은 싱싱한 통영굴이 제철이다. 전국 굴 생산의 70%가 통영 앞바다에서 건져 올린 것이다.
◆ 통영의 아름다운 겨울바다 풍광 속으로
▶한려수도에 펼쳐진 황홀경 겨울 낙조
겨울철 통영 여행에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바로 낙조다.
통영 최고의 해넘이 포인트로는 미륵도를 꼽을 수 있다. 그중 달아공원과 그 주변이 압권이다.
흔히들 일몰 감상을 위해 달아공원으로 향한다. 한려수도에 바둑돌처럼 놓인 섬들 사이로 내려앉는 낙조의 붉은 기운이 황홀경을 빚어내는 곳이다.
통영 연명포구의 일몰. 해질녘 한려수도가 황금빛으로 물들며 몽환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
하지만 통영의 낙조를 사진으로 담고자 한다면 달아 공원 인근 연명포구를 추천한다. 포구의 정취와 주미도, 학림도, 비진도, 연대도, 욕지도 등 올망졸망 섬 사이로 지는 해가 더 정감 있다.
둥그런 붉은 해만 잡아내기보다는 주변 포구와 양식장, 고깃배 등 바다를 지키는 테마들이 앵글을 더 풍성하게 채워준다. 통영대교의 일몰도 볼만하다.
통영의 진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포인트가 더 있다. 통영시 산양읍 미남리 수산과학관 주변과 그 위쪽에 자리 잡은 이에스리조트다.
리조트 위쪽 수영장에서 바라본 한려수도는 그야말로 장관이다. 바닷물과 맞닿은 듯 한 수영장 위로 짧은 겨울 오후 해가 쉬어 가고, 그 속에 투영된 소나무의 자태도 멋스럽다.
시선을 바다로 돌리면 비진도, 욕지도, 거제도 등 한려수도의 섬 풍광이 시원스레 펼쳐져 절로 탄성이 터져 나온다.
몇 년 전 통영에 지중해풍의 이에스리조트 가 문을 열었다. 이에스 리조트의 최고 자랑은 조망이다.
객실의 창문 밖으로 한려수도의 섬들이 파노라마로 펼쳐진다. 일출과 일몰 감상이 리조트 내에서 가능하다.
이에스리조트에서 바라본 한려수도. |
이른 아침 일출은 마치 한려수도 섬들이 구름처럼 바다에서 피어오르는 듯 한 느낌을 맛볼 수 있다.
건물도 독특하다. 직선이 없다. “자연에는 직선이 없다”는 이에스리조트 이종용 대표의 디자인 철학이 빚은 건물이다.
지붕도 조망을 가리지 않기 위해 최대한 구부렸고, 창문은 물론 실내 벽 모서리도 둥글게 처리해 모가 나지 않는다. 테라스에 설치된 휘어진 통나무 난간도 곡선에 대한 고집스러움을 보여준다.
◆ 싱싱하고 푸짐한 미식천국 통영
▶통영굴이 제철을 만났다
이즈음 통영의 최고 미식거리는 단연 굴이다. 통영만의 푸른 바다 속에서 막 건져 올린 싱싱한 굴을 횟감, 찜 등으로 맛보기에 제철이다.
굴은 보통 10월에서 이듬해 4월까지 채취하는데 한겨울 추위가 더할수록 제 맛을 낸다. 통영 앞바다는 대한민국의 대표적 천혜 어장이다.
150여 개의 크고 작은 섬들이 바다를 에워싸 수면이 늘 고요하다. 게다가 바둑돌처럼 놓인 섬에서 흘러나오는 다양한 미네랄이 바닷물에 사철 자양분을 제공해 굴 씨알이 굵고 맛도 좋다.
통영의 굴은 수하식으로 길러낸다. 물속에 길게 늘어뜨린 줄에 굴 포자를 붙여 키우는 방식이다. 수하식은 물속에 그대로 잠긴 채 성장해 바닷물의 천연 양분을 듬뿍 먹고 자라는 것도 특징이다.
생굴 |
올해 굴 작황은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다. 여름 적조현상에 태풍마저 없었던 탓이다. 게다가 비도 적게 내려 수산물 생육에 지장을 받았다.
그래서 초겨울엔 좀 비쌌다. 하지만 김장철이 지나며 가격이 내려 지금은 1kg에 1만원 선이다.
생굴은 미륵도 입구인 통영여객선터미널 1층에 자리한 생굴유통센터 등지에서 맛볼 수 있다. 생굴, 껍데기째 찐 각굴 등 굴에 관한 다양한 별미들을 맛보고 구입할 수 있다.
먼저 생굴은 도시에서 먹는 것과는 그 맛이 다르다. 짭쪼름 쫄깃한 게 굴 한 점에 싱싱한 남해 바다가 통째로 담긴 듯 한 느낌이다. 이게 바로 제철 미식기행의 묘미다.
바다생굴 1만 원짜리 한 접시에 1만원이니 쉽게 소주잔을 기울일 만하다. 껍질째 찐 굴도 별미다.
쫄깃한 게 바닷물로 간이 되어 굴이 이처럼 맛나다는 것을 새삼 실감케 한다. 굴찜 한 솥단지에 1만원. 2~3명이 먹을 만하다.
▶신선한 해물안주가 한상가득 다찌
통영의 또 다른 명물은 ‘다찌’. 다찌란 술 한 병을 시키면 안주가 무제한 따라 나오는 통영식 술집이다.
일제 강점기 일본의 선술집을 뜻하는 다찌노미에서 비롯됐다는 게 통영사람들의 추정이다.
싱싱한 해물요리가 푸짐한 다찌집. |
‘통영을 제대로 알려면 다찌 집을 들러야 한다’는 말이 있을 만큼 통영의 식문화, 나이트 문화의 상징쯤으로 통한다. 통영에는 무전동 호두나무 실비 등 곳곳에서 다찌 집이 성업 중이다.
6만원(2인 기준)이면 소주(한 병에 1만원)와 맥주(한 병에 6000원)를 얼음이 담긴 파란 플라스틱 통에 섞어 담아 내온다.
굴, 멍게, 호래기, 방어회, 볼락, 전갱이 등 생선구이, 가자미 튀김 등 한상 가득 채워진 해산물 안주가 기본으로 나온다.
▶충무김밥
통영에 가서 충무김밥을 맛보지 않으면 섭섭하다. 충무김밥은 한입에 쏙 들어갈 만한 크기의 담백한 김밥에 조선무로 담근 김치, 어묵을 섞어 무쳐낸 오징어를 곁들이면 그 맛이 일품이다.
충무김밥 |
현재 충무김밥집은 여객선 터미널 앞 등 통영에만 70여 곳이 성업 중이다. 그중 중앙동 문화마당 앞 ‘뚱보할매김밥’이 원조 격이다.
60년 전통으로 지금은 어두리 할머니의 며느리가 손맛을 잇고 있다. 4500원(1인분 기준). 한편 통영시내 18곳의 충무김밥 전문점에서는 최근 김밥 가격을 4500원에서 4000원으로 자율 인하했다.
▶시락국
통영의 새벽 맛을 느낄 수 있는 미식거리다. 활기 넘치는 서호시장의 새벽을 구경하고 ‘시락국’을 맛보면 딱 좋다.
서호시장 대장간 골목(여객선 터미널앞)에서 반세기가 넘게 시락국을 끓여 내는 ‘원조 시락국’집이 맛집으로 통한다.
시락국 |
12시간 넘게 푹 고은 장어 육수로 시래깃국을 끓여 내 국물 맛이 추어탕에 가깝다. 시락국에 제피(산초가루), 부추, 다진 양념을 넣어 먹는 맛이 부드럽고도 고소하다. 시락국밥 5000원
▶꿀빵
팥고물을 넣어 튀기는 한국식 도넛이다. 팥을 소로 넣고 튀겨낸 동글동글한 도넛에 물엿을 발라 만드는데, 달달한 게 그 맛이 ‘꿀맛’이다.
그래서 ‘꿀빵’이라는 이름을 얻었다. 통영 어머니들이 군대 간 아들 면회 시 꼭 챙겨 간다는 별밋거리 품목이다.
오미사 빵집이 원조로 통한다. 통영시내 곳곳에 꿀빵집이 성업 중이다. 10개들이 한 상자 8000원.
◆ 일몰-일출을 한꺼번에 거제도
풍광이 수려한 거제도는 근자에 거가대교의 개통으로 부산에서의 접근이 빨라졌다. 따라서 남동해안의 관광 중심지로 거듭나며 내방객들로 넘쳐난다.
통영과는 연육교로 맞닿아 있어 통영~거제 연계관광코스로 제격이다. 특히 거제도는 일몰과 일출을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대표 명소로, 연말연시 여정으로는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거제도 남단의 여차-홍포 해안도로는 바다를 감상하며 드라이브의 묘미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아침저녁으로는 장엄한 일출과 환상적인 일몰의 풍경까지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거제도 홍포-여차 일몰. |
여차마을에서 홍포항 입구까지의 거리는 4km 남짓. 하지만 비포장 길이 남아있어 걷기나 MTB를 즐기기에도 좋다.
가왕도, 어유도, 소병대도, 가왕도, 대매물도, 소매물도 등 거제 앞바다에 바둑돌처럼 떠 있는 섬들을 감상할 수 있다.
거제 사람들은 이곳이 동해와 남해의 정기가 만나는 곳이라 여긴다. 따라서 여차~홍포 해안도로를 거쳐 해돋이 해넘이를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새해의 힘찬 원기를 듬뿍 받을 수 있다고 자랑이다.
거제도는 가히 ‘동백섬’이라 칭할만하다. 지심도 등 동백군락지에서는 한겨울에도 초록의 싱싱함과 선홍빛 붉은 꽃잎이 어우러진 동백의 자태를 만날 수 있다.
한편 거제도는 제주 다음으로 큰 섬이다. 하지만 해안선의 굴곡이 심해 그 길이(387km)가 제주(263km) 보다 길다.
섬의 북쪽과 서쪽은 양식장이 지천이다. 반면 장승포에서 저구에 이르는 남동쪽 해안이 관광명소로절경을 이룬다. 해안 드라이브는 장승포~지세포~와현~구조라~학동몽돌해수욕장~여차-홍포로 이어진다.
▶겨울철 거제의 별미 대구탕
거제도는 또 겨울철 먹을거리도 풍성하다. 그중 권할만한 게 외포의 대구다.
회유성 어족인 대구가 최근 10여년 사이 거제 앞바다, 진해만 수역에서 많이 잡혀 싱싱한 대구의 참맛을 볼 수 있다.
이른 아침 외포항에서는 대구 경매가 이뤄지고 부둣가 식당가에서는 갓잡은 대구로 시원한 대구탕을 끓여 낸다.
◆ 여행메모
▶가는 길
대전-통영간 고속도로 통영IC~통영시~통영대교~미륵도(통영 시내로 진입하려면 통영IC)/ 통영시~거제
◆ 김형우 여행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