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도 만족하지 못했던 아내를 위해

얼마 전 평범한 중년 남성이 상담을 받고 싶다며 쭈뼛하고 병원을 찾았다. 최근 들어 아내가 부쩍 부부관계를 피하며 짜증을 내는 일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주변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아내가 오히려 적극적이라 부담스럽다던데, 자신은 오히려 정반대라며 얼굴에 수심이 가득했다. 참다 못한 그는 며칠 전 아내와 대화를 나누고 나서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결혼 15년 만에 처음으로 아내와 성관계에 대한 진지한 대화를 나눈 그는 아내가 자신을 피하는 원인이 성관계가 너무 짧기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 더욱이 아내는 결혼 이후 한번도 오르가슴을 느껴본 적도 없다고 했다.

그에 대한 진단은 말할 것도 없이 조루증이었다. 성관계 시간은 5분이 넘는다며 조루증이 아니라고 자신했던 그는, 정작 질 내 삽입 후 1분을 겨우 넘기는 조루증 환자였다. 설사 5분을 넘는 것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파트너가 관계를 거부할 정도로 불만족하고 있다면 조루증으로 진단할 수 있다. 부작용 없이 간편하고 빠른 효과를 원한 그에게 내린 처방은 최근 선풍적인 관심을 받고 있는 경구용 치료제였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약을 복용한 첫째 날 밤, 별다른 부작용 없이 10분을 넘기는 역대 최고기록을 세웠다고 했다. 실제로 10분이 된 것인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무엇보다도 아내가 처음으로 관계 후 웃는 모습을 봤다며 환자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리고 이후 3일만에 처방 받은 1팩(3정)을 모두 사용했고, 더 처방 받으라는 아내의 말에 당장 달려왔다고 했다.

남성과 여성은 성적반응의 과정이나 시간에 차이가 크다. 남성은 작은 자극에 빠르고 강하게 반응하는 반면, 여성이 반응을 느끼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데 조루증 남성은 여성을 위한 노력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성적반응 단계를 모두 거쳐 사정하게 된다. 때문에 조루증인 남성과의 관계가 여성에게 만족감을 줄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음경의 귀두와 요도 주위의 주요 성감대를 통한 성 정보, 그리고 시청각 및 상상에 의한 성 정보가 모두 사정중추로 입력되면 사정과 성적쾌감을 담당하는 신경물질인 세로토닌이 분비된다. 그리고 세로토닌이 고갈되는 순간, 오르가슴을 느껴 사정에 이른다. 조루증은 이 과정(자극에서 사정에 이르는 과정)이 지나치게 빠르며, 이를 스스로 조절할 수 없는 것을 말한다.

남녀 모두 만족한 성 생할을 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남성의 성적반응과정 시간을 연장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 세로토닌 분비를 조절함으로써 조루가 개선될 수 있다는 연구가 최근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연구결과에서 경구용 조루증치료제가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여 조루증을 개선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수면, 성적 쾌감, 사정, 우울증 등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으로 알려진 세로토닌은 이 조루증 약물에 의해 보다 오랫동안 사정중추 내에 머물며 사정이 이루어지는 순간을 지연시켜, 조루증의 근본적 개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전까진 단순히 남성의 가장 민감한 음경부위 성감대에 자극이 덜 가해지도록 하여 시간을 연장시키는 방법이 사용되었다. 하지만 이는 의학적으로 인정되지 받지 못한 임시방편으로 뚜렷한 효과를 볼 수 없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조루치료제의 개발로, 이젠 간단한 방법으로 남성과 여성 모두에게 만족감을 줄 수 있게 된 것이다. 한국 사람들은 빠른 것이 좋다 하지만 역시 부부의 성(成)은 긴장을 풀고 유유자적, 여유만만하게 쌓는 것이 제 맛이 아닐까?

비뇨기과 전문의 송병주 <출처:조인스헬스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