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의학자 비버리 위플 박사가 제안하는 즐거운 … “여성의 성감대를 오감으로 자극하라” “정말 있긴 있는 건가요?” 지난 11월26일 오후 서울 대방동 서울여성플라자. G-스팟 연구의 권위자인 비버리 위플 박사의 공개 강좌에 모여든 청중들이 반짝반짝 눈을 빛냈다. 위플 박사는 19개국 언어로 번역된 성의학 베스트셀러
대학성학회(회장 김영회) 창립 총회를 기념해 성학회와 미디어칸 성문화센터(소장 배정원)의 초청으로 이뤄진 이번 내한 강연회에서 위플 박사는 강연 주제를 ‘G-스팟을 넘어서: 관계 안에서의 와 성감’으로 정했다. 지금껏 G-스팟을 찾지 못한 이들에겐 ‘…를 넘어서’란 말이 다소 ‘억울’했겠지만, 그는 강의 내내 성기 중심의 보다는 오감으로 느끼는 가 더 많은 쾌감을 준다는 ‘올바른 견해’를 강조했다. 위플 박사의 강연을 뼈대로 G-스팟을 비롯한 여성의 성감대에 대한 궁금함을 풀어본다.
개인별 차이 있는 요도 주변 분비샘 G-스팟이 알려진 것은 1940년대 중반 독일 출신 산부인과 의사 그라펜베르크(Grafenberg)에 의해서다. 그는 여성의 질 입구 앞 1~2cm쪽 작은 콩만한 부분이 자극에 특히 민감하다는 것을 밝혔다. 또한 이 부분을 자극하면 많은 여성들이 절정에 오르는 과정에서 오줌과는 다른 액체를 ‘사정’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의학계에서 처음엔 “G-스팟이라는 버튼을 누르면 60초 이내로 환상적인 절정에 도달한다니 말도 안 된다”라는 빈정거림 속에 소수 의견으로만 취급받았다. 1960년대 저명한 성학자인 킨제이나 마스터스와 존슨 등은 “질 오르가슴이라는 것은 물리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그러나 비버리 위플 등 다른 연구자들이 계속된 임상실험과 연구를 통해 G-스팟의 존재를 입증하는 결과를 발표하면서 공신력을 얻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G-스팟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멈추지 않고 있다. 산부인과 의사인 김영회(대한성학회 회장)씨는 “성 혐오증이 없다면 대부분 모든 여성이 반응하는 클리토리스와 달리 G-스팟은 개인별
차가 크다는 데서 논란이 있다”고 설명한다. “여성에게는 요도 주변에 몰려 있는 분비샘이 있는데 이것을 질쪽에서 자극하면 민감하게 반응하는 여성들이 있다. 이를 두고 G-스팟이라 부르는 것이다. 이 분비샘은 누구에게나 존재한다. 문제는 G-스팟을 자극한다고 해서 모든 여성들이 쾌감을 느끼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사람에 따라 쾌감을 느끼는 경우도 있지만 별 자극을 못 받는 이도 있고, 어떤 이는 배뇨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G-스팟은 클리토리스처럼 누구나 느낄 수 있는 보편적인 성감대가 아니기 때문에 G-스팟을 두고 ‘쾌감의 성지’라며 환상을 품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여성도 소량 사정… 남성 G-스팟 있다 위플 박사는 “G-스팟을 자극해 오르가슴을 느낀 400여명의 여성들을 직접 검사한 결과 요도에서 우윳빛 땀과 비슷한 액체가 4∼5cc 정도 검출됐다”면서 “이는 오르가슴 이전에는 전혀 나오지 않았던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최근 30여 차례의 후속 연구 결과에서도 동일한 성분의 액체가 발견됐다. 따라서 여성의 사정 여부는 명백히 입증됐다. 다만 사정 양이 너무 적고 이후 몸에 머물러 있다가 소변과 함께 배출되기 때문에 누구도 알지 못했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여성의 사정에 지나친 의미를 두는 것은 옳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비뇨기과 의사인 이윤수(이윤수비뇨기의원 원장)씨는 “여성들이 오르가슴에 도달했을 때 질벽이 흥건하게 젖어드는 것을 두고 여성의 사정이라 부를 뿐”이라고 말한다. 김영회씨는 “흥분하면 요도 주변 분비샘에서 물질이 나오는데, 다만 남성처럼 그 양이 많지 않아 뚜렷이 드러나지 않지만 원활한 를 도와준다”고 설명한다.
위플 박사는 또한 “남성에게도 G-스팟이 존재한다”며 고환 바로 아래 회음부 위쪽 부분을 지목했다. 이 부분을 누르면 전립선에 자극을 주어 사정과는 다른, 색다른 쾌감을 준다는 것이다. 비뇨기과 의사들 또한 어떤 환자들은 이 부분을 자극해 좋은 느낌을 받는 경우가 있다고 인정한다. 하지만 이 부분을 ‘남자의 G-스팟’이라고 부르는 데는 회의적이다. 본래 G-스팟이 여성의 성감대를 지칭하는 개념이기 때문에 일부 남성들이 쾌감을 느끼는 지점을 부르는 데는 어폐가 있다는 지적이다. 배아는 세포분열을 하면서 위치는 같지만 성별에 따라 달리 발달하는 상동기관을 가진다. 여자의 음핵(클리토리스)과 남자의 음경(페니스)이 상동기관인
것처럼, 여성의 요도 주변에 몰려 있는 분비샘은 을 만드는 전립선과 상동기관이다. 여성에게 G-스팟이 쾌감을 준다면 남성도 전립선 자극이 도움은 되지만 정확히 G-스팟이라 볼 수는 없다는 설명이다.
꼭 G-스팟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에 더 큰 즐거움을 주는 훈련법은 있다.
1940~50년대 미국에서 산부인과 병원을 열었던 아널드 케겔이라는 산부인과 의사 이름에서 따온 케겔운동은 골반 근육을 강화시키는 방법이다. 케겔 박사는 ‘치골미골근’이라고 불리는 근육을 반복적으로 수축시키는 훈련을 개발했다. 위플 박사는 “튼튼한 치골미골근을 지닌 여성은 G-스팟이 더 발달돼 있기 때문에 더 쉽게 절정에 오를 수 있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케겔운동은 G-스팟뿐 아니라 요도·질·항문 근육을 전반적으로 강화해주기 때문에 케겔운동이 G-스팟에만 도움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도 있다. 그럼에도 케겔운동은 남녀 모두에게 유익한 훈련방법이다. 최근 발행된 <성의학사전>(스티븐 벡텔·로렌스 로이 스테인스 지음, 정진희·장혜정·조희정 옮김, 이채 펴냄)에 따르면 “케겔운동을 하는 남성은 더 격렬한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고 조루를 막아주며 오르가슴 사이의 회복 시간을 짧게 해준다”.
케겔운동의 효과를 아시나요 위플 박사는 박하사탕을 예로 들며 성기 삽입만이 의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고 말한다. “박하사탕의 어느 곳을 빨아도 그 맛이 똑같듯, 여성들은 개인의 차이에 따라 다르지만 젖가슴, 목덜미, 귀를 만지거나 시각·청각의 자극을 통해서도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심지어 척추 신경이 완전히 끊어진 한 여성이 정신적인 자극만으로도 오르가슴을 느꼈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면서 “오르가슴은 말초 신경 자극에 의한 결과물일 수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뇌의 활동에 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키스-애무-삽입’을 오르가슴에 오르기 위한 과정으로 보는 ‘목표지향적 ’ 대신 매순간 기쁨의 정거장에 도착하는 ‘즐거운 ’를 느껴야 한다고 강조한다. “‘즐거운 ’는 애정을 표현하는 각 과정을 의미 있는 것으로 보기 때문에 남녀가 ‘즐거운 ’에 익숙해진다면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고 해서 실망하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에 충실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