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임형 인간, 고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
현대그룹 창업주인 정주영 회장에 관한 일화 중 하나입니다.
정주영은 쌀가게를 인수해 장사에 재미를 붙여가던 중 당시 최대의 자동차 수리공장인 경성서비스의 엔지니어 이을학을 만나면서 자동차 수리업에 눈을 떠 아도서비스라는 정비공장을 인수하게 됐습니다.
그러나 잔금을 치른 지 닷새되던 날 아도서비스는 대형 화재에 휩싸였고 공장 시설과 부속품뿐만 아니라 고객들이 맡겨둔 자동차 10여대가 거의 전소됐답니다. 모두가 망연자실했고 다른 사람들의 자본을 끌여들여 공장을 인수한 정주영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었겠지요. 한마디로 빚더미에 오르게 된 거죠.
그러나 정주영은 드라마에서처럼 자동차 소유주들을 일일이 찾아가 변상을 약속했습니다. 그리고 당대의 재력가인 오윤근을 찾아가 “제 몸이 담보입니다”라면서 변상금과 새로운 사업자금을 융통해냈습니다. 어려운 상황을 회피하지 않은 `책임형 인간’의 전형을 보여준 것입니다.
정주영 회장이 사업가로서의 책임감을 보여줬다면 1971년 대연각 화재사건 때 당시 선경직물(현 SK그룹의 모기업)의 손길승 경리과장은 책임형 인간의 모델을 보여줍니다.
당시로서는 수습하기 조차 힘든 대형 화재가 나고 1차 진화가 끝난 뒤 빌딩내 여기 저기에서 여전히 불꽃이 타오르는 상황에서 손길승 과장은 다른 사람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대연각 빌딩에 입주해있던 선경직물 사무실로 뛰어들어 갑니다. 금고와 경리장부가 소실되지나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고 합니다. 여러분이 잘 알다시피 손과장은 오늘의 SK그룹을 일군 전문경영인 손길승 회장입니다.
외환 위기 이후 평생 고용 개념이 사라지면서 조직 구성원들의 책임감이 급속히 떨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많습니다. `책임감 상실의 시대’라는 표현까지 등장하더군요. 이런 점에서 정주영과 손길승의 일화는 우리들에게 심기일전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회사는 나를 책임지지 않는다” 평생고용 신화 붕괴
회사는 회사, 나는 나 … 책임감 상실의 시대
저는 오늘의 책임감이 과거와 같을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주로 상사나 윗사람이 시키는 일을 잘 수행해내는 사람을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고 칭찬해왔습니다. 그러나 오늘에 있어 책임감은 보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책임감으로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윗사람이 시키는 일만 하기에는 세상이 너무 복잡하거든요. 고유의 업무 영역만 하라고 하기에는 변수가 너무나 많습니다.
개개인이 현장에서 스스로 판단하고 문제 해결 방안을 스스로 강구해야 할 상황이 하루에도 몇 번씩 발생하는 상황에서 시키는 일만 잘 해내는 책임감으로는 부족합니다. 능동적 책임형 인간들은 모든 일을 스스로 찾아서 합니다. 그리고 주변 사람에게 이런 책임감을 전파하는 역할도 합니다. 책임형 인간의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도 모르게 그 사람에게 전염돼 같은 성격의 책임형 인간으로 바뀌어 갑니다.
그리고 책임형 인간은 이유와 변명을 대지 않습니다. 모든 문제 해결의 가운데에 자신을 놓습니다. 이 문제가 누구의 책임일까 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이 문제를 내가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사람들입니다. 이렇게 때문에 타인의 잘못을 먼저 비판하는 시간에 스스로 문제해결 방안을 강구하고 실행해낼 수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