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씬한 몸매이면서도 위엄에 가득 찬 엘리자베스 1세는 헨리 8세와 두 번째 왕비인 앤 불린 사이에서 태어났다. 앤은 첫 번째 왕비인 캐서린의 시녀였는데, 엘리자베스를 낳은 후 1536년 5월 19일 참수당했다. 간통을 스물 두 차례나 저질렀다는 죄목으로 헨리 8세가 참수를 지시했다. 이어, 엘리자베스는 사생아로 취급 받았다. 하지만 헨리 8세가 엘리자베스의 교육에 까지 무관심한 것은 아니었다. 엘리자베스는 여섯 살 때부터 군주로서의 자질을 개발하기 위해 당대 최고의 학자들로부터 교육을 받았으며 그녀 스스로도 ‘그리스, 로마의 내로라하는 학자들을 뛰어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있었다. 그 결과 그녀는 라틴어, 프랑스어, 그리스어, 에스파냐어, 이탈리아어, 웨일스어를 자유롭게 쓰고 읽고 대화할 수 있게 되었다. 특히 철학과 역사에 관심이 많아서 매일 세 시간씩 역사책을 읽었다.
엘리자베스에게는 헨리 8세의 뒤를 이어 왕이 되었던 배다른 동생 에드워드가 있었는데, 헨리 8세의 세 번째 부인 제인 시모어가 낳은 아이였다. 그러나 병약한 에드워드가 열다섯 살에 죽어버리자 역시 배다른 언니 메리가 여왕이 된다. 메리는 헨리8세와 캐서린 왕비 사이에 태어났으며, 신앙심에 극도로 의존한 결과 신교도를 마구 탄압해 '블러디 메리(피의 메리)'라 불렸다. 메리는 엘리자베스가 신교를 믿는 게 아닌가 의심해 석 달간 런던 탑에 가둬버린다. 엘리자베스는 런던 탑에서 우여곡절 끝에 풀려나는데, 정쟁에 휘말려 들지 않으려 시골에 콕 박혀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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