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5년 12월 어느날, 아침 공기는 매우 찼고, 아직 어스름이 가시지 않은 상태였다. 서부전선의 보스게스 상공, 한대의 포커 아인데커기가 구름 위로 기수를 쳐들며 사냥 비행을 나서고 있었다. 조종석에는 아직 신참내기인 독일 파일롯이 앉아 있었다. 그의 얼굴은 매서운 겨울 바람으로 부터 피부를 보호하기 위해 기름을 잔뜩 비벼 묻힌 상태였고, 방한복을 여러겹 겹쳐 입었고 양털이 덮힌 부츠를 신고 있었다. 일차대전 전투기들은 조종석이 외기와 완전히 개방되어있고, 난방장치라는 것은 꿈도 꾸지 못할 실정이었으니, 이런 중무장은 겨울 비행 조종사들의 기본이라 할 수 있었다. 젊은 조종사, 에른스트 우데트의 눈은 주위 경계를 위해 번쩍이고 있었고, 넓게 펼펴진 하늘을 응시하고 있었다. 그때, 갑자기 서쪽 하늘에서 은빛으로 번쩍이는 점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것은 서쪽에서 곧바로 그를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적이었다. 항상 적보다 높은 고도를 유지하고 또 기회를 봐서 적의 뒤로 접근해야한다는 전투 수칙은 이미 이 신참 파일롯의 머리에서 까맣게 사라져 버렸다. 신참들은 언제나 그렇듯, 적을 만나면 긴장한 나머지 아주 기본적인 공중전 원칙도 생각나지 않게 되나 보다.
독일 조종사는 곧바로 적을 향해 직선으로 날아가고 있었다. 적기에 가까이 접근했을 때, 그것은 쌍발 엔진을 탑재한 프랑스의 2인승 코드론(Caudron G.IV)기라는 것을 알았다. 사정거리에 도달했을때, 우데트의 입은 바짝 바짝 말라갔고, 떨리는 손가락으로 방아쇠를 다시금 확인했다. 프랑스 조종사와 부조종사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로 거리가 가까와 오자, 우데트는 방아쇠를 힘껏 누르기 시작했다. 손가락 근육은 긴장으로 팽팽히 굳어질 정도였다. 죽느냐 죽이느냐하는 바로 그 순간이었다.... 그러나 너무 긴장한 탓일까. 기관총알은 허공으로 박히기 시작했고, 프랑스기는 아무 데미지도 입지 않은 채, 우데트를 스치듯 지나갔다. 첫 공격의 실패로 더욱 안절부절하게된 우데트는 두려움으로 거의 온몸이 마비되어 버렸다. 몇초가 지났을까... 갑자기 기관총의 맹렬한 사격 소음과 함께, 자신의 포커기의 심한 요동이 느껴지는가 싶더니, 이내 그의 고글(보안경)이 깨지면서 날아갔고, 고글의 유리 파편들이 우데트의 얼굴에 점점히 박혀, 그의 얼굴은 피투성이가 되었다. 프랑스기에선 계속 기총사격을 해대고 있었고, 우데트는 급강하를 시작했다. 다행히 구름속으로 은폐할 수 있었고, 그는 비행장으로 기수를 돌렸다. 상처가 아물기를 기다리는 몇날 밤 동안, 우데트는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자신의 비겁함과 바보같았던 비행의 생각으로..... 우데트는 처음에는 2인승 정찰기 비행대인 제 206 비행대에 소속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매우 공격적인 비행과 전투에 대한 갈망이 상급자들의 눈에 띄어, 빠른 진급을 할 수 있었다. 곧 상사로 진급한후 제 68 전투 비행대로 전속되어 최신예기인 포커 아인데커 III 기(Fokker E. III)에 탑승하게 되었다. 이 기종은 많이 생산되지는 않았지만, 하늘에선 적기에겐 죽음을 부르는 전투기였다. 비록 속도가 느리고, 민첩성이 떨어졌지만, 아인데커는 연합군 전투기가 가지고 있지 못한 최신 무기를 장착하고 있었다. 즉 싱크로나이즈 기관총이 바로 그것이었다. 이 덕분에 아인데커는 하늘의 테러라고 불리울 만한 연합군 전투기들을 제물로 격추행진을 이루어냈는데, 이것을 "포커의 징벌"이라고들 한다. 이때 희생양이된 연합군기들은 주로 뉴포트 11, D.H.2기들이었다. 프랑스의 항공기와 굴욕적인 1 대 1 공중전을 경험한 우데트는 고뇌를 거듭했고, 그래도 전투 조종사로서 복무를 지속하기로 결정했다. 우데트는 비행대 정비팀에게 부탁해 프랑스기 모형을 만들어냈고, 그것을 이용해 사격과 전투기술을 연마해 나갔다. (마치 무협영화에서 고수에게 초반에 당하고, 혼자서 무공연마를 끝낸후 다시 그를 찾아가 단 일격에 쓰러뜨리는 것 처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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