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사진 / 기산들] |
떠나 보낸 아쉬움이
가신 그대 뒷 모습이 사무친 그리움이 되어
늘어진 실버들 가지마다 이리도 피멍으로 달려 있는줄 이제사 알았습니다.
떠나 보내는 마음뒤론 되돌아 올 기약이 언저리에 남아
날마다 귀 대며 기다리지만 한번 간 마음은 천년이 지나도 감감 무소식 입니다.
옛 사람 하나도 흔적없는 궁남지엔 님 그리는 마음만 하늘에 닿습니다.
서러운 그리움만 물위에 뜹니다.
궁남지는 부여군 부여읍 동안리 117번지에 소재한 사적 제135호로 지정된 인공조원이다.
삼국사기에 사비도성 별궁내 조성한 못으로 사방 20여리의 물을 끌여들이고 무왕 35년(634년)에 조성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적고 있다. 이웃 중국의 서태후 인공조원인 이화원에 비하면 협소하다고 느끼겠지만 멋으로 따지자면 이화원을 능가한다.
궁남지를 보면 당시 삼국중 주거 및 정원 문화가 가장 뛰어나지 않았을까 추정이 된다.
옛 선인들의 아름다운 노력에 미안해서일까?
벽제의 후예인 부여인들은 궁남지 주변엔 궁남지 보다 몇배나 더 큰 인공 연지(蓮池)를 조성해 벽제의 혼을 피우고 있다.
숨죽이며 가다리다 밤 부터 새벽 동이 터 오를때 까지 그들의 혼은 일제히 꽃으로 핀다.
피멍이 되어 환희로 설움 울분 그리고 희망으로 다시 핀다.
해마다 이 맘때면 궁남지엔 백제의 혼을 부여인의 마음을 담으려는 사람들이 모여든다.
밤에만 피는 연(蓮)이 있다는걸 이곳에 와서 처음 알았다.
그리고 새벽이 오기가 무섭게 달려갔다.
무슨 응어리가 그리도 많은지 아니면 한이 서린건지 대낮에는 모두 입 다물고 있더니 저렇듯 활짝 피어 뜬눈으로 지새며
종종 걸음으로 달려왔을 저 사람들을 기쁘게 한다.
궁남지는 길 떠나온 길손뿐만 아니라 연을 만나려온 전국 사방팔방 사진쟁이들 까지 불러모아 한바탕 잔치를 벌인다.
무리지어 도열한 값진 사진기와 렌즈에 주눅이 들어 단렌즈의 필자 손이 오그라든다.
그러나 자찬이지만 이쁘게 잘 나왔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