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포드대의 제프리 페퍼 교수는 권력에 대해
여러 권의 저서를 낸 학자입니다. 그의 이야기는 생생하고
남들이 쉽게 이야기하고 싶어하지 않는 주제를 다루곤 합니다.
그가 보는 아부 혹은 아첨은 무엇일까요?
1. 실제로 권력자들의 기분을 좋게 만드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첨(flatter)이다. 영향력을 획득하는 하나의 전략으로서 아첨이 얼마나
효과적인지는 여러 연구 결과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2. 사람들은 대부분 본인에게 아첨하는 사람을 좋아하게 되고,
아첨을 받으면 자신과 자신이 한 일에 대해 기분이 좋아진다.
좋은 기분이 들면 자신의 영향력도 아울러 강화되기 때문에
아첨의 효과는 결코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또한 아첨은 호혜성을 바탕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효과가 있다.
아첨도 칭찬과 마찬가지로 일종의 선물이다.
누군가를 칭찬해주면 당사자는 식사라도 대접해야 할 것 같은 부담감을
갖게 되듯 아첨도 그런 기분을 갖게 한다.
3. 게다가 아첨은 누구에게나 있는 자기고양 동기(self-enhancement motive)와
일치하기 때문에 효력을 발휘한다.
4.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38년 동안이나 미국영화협회의 회장직을
맡았던 잭 발렌티는 린든 존슨 대통령의 보좌관을 역임한 바 있다.
그 시절부터 발렌티는 아첨의 위력을 알고 요령을 터득하고 있었다.
1965년 존슨 대통령에게 보낸 글에서 발렌티는 이렇게 조언했다.
"각하께서 측근의 지지를 얻으려면 변함없이 사람들의 감성에 호소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그들이 각하에게 꼭 필요한 사람이라든가
존중받고 있다는 느낌을 들게 하는 것이죠."
5. 발렌티 자신도 변함없은 충성으로 존슨 대통령의 의견에
맞장구를 첨으로써 그에게 아첨했다.
1965년 6월 미연방광고협의회에서 행한 연설에서 발렌티는 이렇게 말했다.
"나는 매일 밤 좀 더 나은 기분으로, 좀 더 자신감을 갖고
잠자리에 든다. 린든 존슨이 나의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6. 마찬가지로 발렌티는 30년이 넘도록 그가 일한 스튜디어의 책임자에게
아첨했다. 그는 끊임없이 아첨의 힘을 이해하고 적절하게 활용했다.
한번은 발렌티가 내 강의실을 방문한 적이 있어
그에게 감사의 글을 보냈는데, 그는 내 글에 대한 칭찬 메시지를 친필로
써서 답장해주었다.
7. 80세가 넘어 집필한, 그의 사후 출간된 자서전에서
그는 관련 인물이 누구든 좋게 말했고 험담은 일체 하지 않았다.
발렌티는 일찍이 권력을 향해 가는 길을 밟기 시작할 때부터
죽을 때까지 몇 십 년 동안 한결같이 아첨했다.
그의 자서전 전반적으로 따뜻한 호감 일색이고,
그가 목격한 중요 사건에 대해 냉철한 분석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에
평론가들로부터 좋은 평을 얻지는 못했다.
하지만 자서전을 읽은 어느 누구도 그가 등장시킨 인물로 인해
발렌티 자체를 나쁘게 생각하는 경우는 없었다.
8. 사람들은 아첨의 효과를 과소평가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하여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부정적인 아첨도 있지만, 믿을 만한 아첨이 가져다주는 긍정적인
판단을 받는 입장에 서면, 스스로에 대한 감정도 좋아지고 대인관계에
능숙한 상대방의 수완 덕분에 그 사람에게도 좋은 느낌을 갖게 된다.
사람들은 아첨을 진심이라고 믿고 싶은 욕구가 강하기 때문에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 쉽다.
일단 그렇게 받아들이면 아첨의 영향력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그러니 아첨이란 전략을 과소 평가하거나 소홀히 여겨서는 는 안 된다.
"직급을 높이려면 업적도 필요하지만 그 업적이 당신의 정치적 역량과 맞물려야 한다.
업적 자체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심지어 어떤 경우에는 업적이 전혀 불필요할 때도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출처: 제프리 페퍼, (권력의 기술), 청림출판, pp.56-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