숭례문이 무너진 날
어느 날
그 숱한 전쟁과 혁명
임란과 동란 중에도 끄떡없이 버텨온
우리의 자존심 국보 1호 숭례문이
어떤 넋나간 사람의 방화로
천인공노할 어이없는 화재로
하늘이 무너지듯 무너져 내렸네.
6백년의 유구한 역사와
민족의 온갖 애환과 영광을 안고
한강을 핏줄 삼아 남산은 품에 안고
면면이 이어온 나라의 중심
한민족의 본향(本鄕) 수도 한양이라네.
그런데
어느 지혜롭지 못한 위정자들이
얄팍한 포퓰리즘식 표심(票心)에 기대어
천도(遷都)라는 달랑 한마디 공약으로
감히 유서깊은 6백년 도읍지를
단 5년만에 파혜쳐 옮기겠다고
대다수 국민들이 반대함에도
위헌이라 부당함을 꾸짖었음에도
통일을 대비해 좀 더 신중해야 함에도
굳이 행복도시란 희안한 이름으로
수도 서울의 자존심을 허물어
북한산 산신령이 진노하셨나 보네.
잘못된 권위와 전통은
하루라도 빨리 고쳐야 되겠지만
모두가 우러러 보는 권위와
우리의 아름다운 전통은
더 높이 세우고 기려야 함에도
언제부터인지 우리는
서구화와 물질만능주의 앞에
그동안 쌓아온 권위와 전통이
무시되고 천시되어 땅에 떨어져
어른이 없고 스승이 없는
영혼과 뿌리가 메말라 가는
꿈이 없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네.
보게나
이제 진정한 우리의 적은
휴전선을 맞대고 있는 저들이 아닐세
상식과 법을 무시하고
도덕과 인륜을 배척하며
부모 형제와 이웃과 나라야 어찌되던
유아독존식 사고(思考)와 행동으로
기업과 국가의 기밀을 훔쳐 팔고
단 한 번의 무지막지한 행동으로
온 나라와 모든 국민들을
분노케 하고 절망케 하는
눈에 보이지 않는 수많은 적을
우리 안에 우리 가슴 속에
멍에처럼 안고 살아가고 있다네.
우리 모두
더 늦기 전에
이웃과 더불어 살고
어른과 스승을 공경하며
권위와 전통을 우러러는
우리의 아름다운 미풍양속을
기리고 바로 세우세.
2008년 2월 11일
'남대문이 무너져 억장무너지는 아침에’
푸른 돌(靑石)
* 참으로 통탄할 일이고 슬픈 일입니다.
몇 날 몇 달, 아니 몇 년이 흘러도
우리 국민들의 이 허망한 마음을 어디에서
무엇으로 위로받고 보상받겠습니까?
그래도 어쩌겠습니까? 마음을 달래고 추스려
정신차리어 정말 이런 일이 다시는 생기지 않도록
모두가 힘과 지혜를 모아야 되겠지요..
'2008년 2월 11일 아침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