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마다 겪어 보지만 장마철 찜통 더위는 정말 싫다 싫어.
그렇지만 우야겠노.
뭐 시원한 기라도 구경하마 좀 덜 할라나...
옷을 확 벗어 던지고 눈 쌓인 저 장독대 옆에서 딩굴고 싶다.
저 눈 내리던 날에는 그런 생각이 추호도 없었건만 ...
여름은 더워야 제 맛이제.
폭염은 그늘에서 피하면 되지만 습도는 고스란히 몸을 휘감으니
땀이 잘 마르지 않아서 기분을 찝찝하게 만드는 원인이다.
그래도 이 더위가 고마운 것은
곡식과 열매를 제대로 익게 해주는 역할 때문이라.
굳이 따지자면 고마운 것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돈이 귀해서 목욕탕 자주 가기 어렵던 시절에는
더운 날씨 덕분에 강에 나가 자주 몸을 씻을 수 있어서 좋았다.
피~융, 배치기 일보 직전.
우리가 멱 감으러 자주 갔던 금호강에서 사람들이 멱 감는 모습을
본 지도 오래 됐다.
장마의 큰 물이 흘러가고 나면 상수도가 없었던 변두리 사람들은
이전 보다 깨끗해진 금호강에서 멱도 감고 빨래도 하였는데
세탁한 빨래감을 널어 말리던 넓은 금빛 모랫사장의 풍경은
전설이 되었다.
지루한 장마 사이로 짱짱한 햇빛이 넘나 드는 날에는 공기가 맑아서
습기로 눅눅해진 옷가지나 침구류를 일광욕으로 소독하고 말리기에
아주 좋다.
더위에 지치면 입맛이 달아나기 쉽다.
음식의 메뉴를 변화하는 계절에 맞추지 못했을 때
그것은 더욱 악화된다.
그럴 때 계절에 따라 쉽게 구할 수 있는 싱싱한 재료로서
식단을 꾸려보면 식욕을 당기게 할 수 있다.
열무김치 보리비빔밥이
이 장마철에 달아나기 쉬운 입맛을 붙들어 줄 것이니
혼자 따로 덜어 먹는 것 보다 큰 양푼에다 비벼서
온 식구가 둘러앉아 함께 먹을 때 더욱 제 맛을 느끼는 음식이다.
식구가 없으면 이웃들을 불러다 같이 먹기에도 정이 난다.
이럴 때 동치미 국물은 금상첨화다.
하지가 지났으니
간식으론 토실토실하게 쪄지는 햇감자가 좋겠다.
밥먹기가 괜히 싫어질 땐
감자만 쪄 먹어도 훌륭한 한끼 웰빙식사가 된다.
그것만으로 조금 허전할 것 같으면 우유를 한 잔 마시든지 ...
여름철 과일의 여왕이라면 단연 수박이 아닐까.
수박은 '시트룰린' 이란 성분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것이 체내에서
특정 효소에 의해 산화질소를 증가시켜 혈관을 확장시키는
역할을 하는 아르기닌으로 변하면서 비아그라와 같은 효과를
가져다 줄 수 있다고 미국 텍사스 A&M 대학의 비무 파틸 박사가
수박을 연구하여 발표하였다.
아무쪼록 이 무더운 장마철에
모두들 잘 먹고 건강을 튼튼히 유지토록 하자.
우짜노 ? ! 촛불 때문에 답답해서 더 덥다고 물만 자꾸 들이키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