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옴)= 내가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
인생을 다시 산다면 다음 번에는 더 많은 실수를 저지르리라. 긴장을 풀고 몸을 부드럽게 하리라.
[도심의 고궁= 경복궁 눈내리날]
이번 인생보다 더 우둔해지리라. 가능한 한 매사를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며 보다 많은 기회를 붙잡으리라.
여행을 더 많이 다니고 석양을 더 자주 구경하리라. 산에도 더욱 자주 가고 강물에서 수영도 많이 하리라. 아이스크림은 많이 먹되 콩요리는 덜 먹으리라. 실제적인 고통은 많이 겪을 것이나 상상 속의 고통은 가능한 한 피하리라.
[서울 북악산 아래 눈맞은 아기자기한 마을의 밤풍경]
보라, 나는 시간 시간을, 하루 하루를 의미있고 분별있게 살아온 사람 중의 하나이다. 아, 나는 많은 순간들을 맞았으나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 나의 순간들을 더 많이 가지리라. 사실은 그러한 순간들 외에는 다른 의미없는 시간들을 갖지 않도록 애쓰리라. 오랜 세월을 앞에 두고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대신 이 순간만을 맞으면서 살아가리라.
[서울 도심의 백색의 첼로]
나는 지금까지 체온계와 보온물병, 레인코트, 우산이 없이는 어느 곳에도 갈 수 없는 그런 무리 중의 하나였다. 이제 인생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이보다 장비를 간편하게 갖추고 여행길에 나서리라.
[인천 송도의 순백의 한얀 잔듸?]
내가 인생을 다시 시작한다면 초봄부터 신발을 벗어던지고 늦가을까지 맨발로 지내리라. 춤추는 장소에도 자주 나가리라. 회전목마도 자주 타리라. 데이지 꽃도 많이 꺾으리라.
=『지금 알고 있는 걸 그때도 알았더라면』류시화 지음
[남한강 여주 강변 겨울에만 자라는 힌 나무]
*내 맘데로 이리 이루어진다면~ 삶에서는 가정이 없습니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머머 한다면...은 없습니다. ~면의 가정이 아닌 지금 현재를 잘 사는 수밖에는요...
[눈이 잎처럼 자라나 봅니다. 진짜요!]
오늘은 순백의 눈으로 꾸며보았습니다. 설화 아시지요? 정말 하얀눈도 나무잎처럼 겨울에만 자라나 봅니다. 저리 나무 이파리마다 붙어 있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폭설 뒤에 맹추위가 이어져서 설경도 계속되고 있습니다. 눈을 이고 섰는 소나무들 무겁다고 무겁다고 할텐데 그저 묵묵히 잘 버티고 있습니다. 소나무들 눈 이고 서서 묵묵한 이웃에, 바람타는 대나무는 벌써 눈을 다 내려 놓았습니다. 인간이나 자연이나 사는 방법이 이렇게 다 다릅니다. 날씨가 너무 추우니 두둑한 옷 입으시고 다들 몸 잘 챙기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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