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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글을 꽃피우다’…한글날 문 연 국립한글박물관

대한인 2014. 10. 11. 02:10

‘한글을 꽃피우다’…한글날 문 연 국립한글박물관

[제568돌 한글날] ① ‘국립한글박물관’ 개관…9일부터 일반 공개

[서울]  정책기자로 활동한 지 2년 가까이 접어들고 있다. 누군가 가장 뿌듯한 순간을 꼽아보라고 한다면 긍정적으로 변화된 정책 현장을 다시 찾게 되거나, 그 성과를 지켜볼 때라고 말하고 싶다. 한글날을 하루 앞둔 8일, 공개를 하루 앞둔 ‘국립한글박물관’ 개관식에 다녀왔는데 이 현장 또한 그러한 곳들 중 하나였다.

지난해 5월경 필자는 국립한글박물관의 준비과정을 취재한 바 있다(관련기사=우리말 한글 제대로 쓰는 것도 애국). 당시 용산 부지에 공사 중인 현장을 찾아보기도 하고, 문화체육관광부 한글박물관 태스크포스팀의 학예연구사 인터뷰를 통해 기증된 몇몇 유물들을 살펴보면서 본격적으로 개관할 2014년이 기다려졌던 것이 사실이다.

그리고 지난 8일, 오랜 준비기간을 거쳐 국민들 앞에 그 모습을 공개한 국립한글박물관을 찾게 됐을 때 말 그대로 ‘기다린 보람’을 느낄 수 있었다. 간략하게 그 과정을 살펴보자면 국립한글박물관은 국가 대표 콘텐츠로서 한글문화 활성화를 위해 2010년 박물관 건립 기본계획을 수립한 후, 2013년 8월에 준공됐고, 올해 2월부터 개관을 위한 실무가 이뤄졌다.

 

국립한글박물관 전경. 국립한글박물관은 건축 연면적 1만 1,322㎡로 지하 1층 및 지상 3층 건물과 문화행사·전시·교육 등이 가능한 야외 잔디마당과 쉼터를 갖추고 있다.
국립한글박물관 전경. 국립한글박물관은 건축 연면적 1만 1,322㎡로 지하 1층 및 지상 3층 건물과 문화행사·전시·교육 등이 가능한 야외 잔디마당과 쉼터를 갖추고 있다.

 

이날 박물관 관람 전 진행된 개관식에는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문영호 초대 국립한글박물관장, 홍윤표 개관위원장을 비롯해 많은 내·외빈들이 참석해 국립한글박물관의 탄생을 축하해주는 시간을 가졌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우리는 고유의 문자를 통해 문화를 발전시켜 왔는데, 한글은 단순한 문자가 아니라 민족의 얼과 혼이 담긴 그릇과 마찬가지”라며, “자랑스러운 우리 한글의 568번째 돌 하루 전 이렇게 국립한글박물관이 개관하게 된 것을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축사를 전달하는 모습.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축사를 하는 모습

 

개관식에는 한글자료 기증자 대표로 정유열 선생도 자리했는데, 그는 “우리 민족 최고의 문화유산인 한글을 널리 알릴 수 있는 뜻 깊은 행사에 참석하게 돼 영광이다.”라며 “이번 기증을 통해 문화재는 개인 소장보다는 공공박물관에 맡기는 것이 더 안전하고 또 그 가치를 널리 확산시킬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됐다.”고 말했다.

제사 때 음식 차리는 법을 활용한 놀이판인 ‘습례국’을 기증한 정 선생은 기증을 결정하게 된 동기를 설명하며 “국립한글박물관의 홍윤표 개관위원장이 블로그에 소개했던 습례국에 대한 이야기를 읽고 감명 받았는데, 그 후 이곳 박물관의 건립 취지를 듣고 문중회의를 거쳐 기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덧붙여 “국립한글박물관에 한글 관련 유물을 기증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소감을 마쳤다.

그렇다면 우리 앞에 모습을 드러낸 국립한글박물관은 어떻게 구성돼 있을까. 박물관의 공간들을 같이 한번 살펴보기로 하자.

국립한글박물관은 지하 1층 및 지상 3층의 규모다. 1층에는 한글누리(도서관)와 사무동이 위치해있고 2층에는 상설전시실과 아름누리(한글 문화상품점, 찻집), 3층에는 기획전시실과 한글놀이터, 그리고 한글배움터가 들어서있다.

 

국립한글박물관 1층 상설전시실 내부
국립한글박물관 1층 상설전시실 내부

 

‘한글이 걸어온 길’을 주제로 마련된 상설전시실은 총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의 주제는 ‘새로 스물여덟 자를 만드니’로 1443년(세종25년) 한글이 그 모습을 드러내던 때를 살펴볼 수 있다. 5백여 년 전에 만들어졌지만 현대 언어학의 관점에서 보아도 손색없는 훌륭한 체계의 한글은 세계 언어학자들에게 찬사를 받고 있는 문자이다.

2부의 주제는 ‘쉽게 익혀서 편히 쓰니’이다. 한글 창제 이후 조선시대는 많은 변화를 겪게 되는데 배워서 쓰기 쉬운 한글로 더 많은 정보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공유됐기 때문이다. 2부에서는 앞서 정유열 선생이 기증한 ‘습례국’도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3부 주제는 ‘세상에 널리 퍼져 나아가니’인데, 1894년 드디어 조선의 공식문자로 선포된 한글의 이모저모에 대해 살펴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또 현대에 들어서 새로운 변화를 맞아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주목받는가 하면 디지털 정보화 시대에도 적합한 문자로 그 가치를 인정받는 한글의 자랑스러움도 느껴볼 수 있다.

상설전시실을 둘러본 후 2층으로 올라가니 어린이들을 위한 ‘한글놀이터’와 외국인 및 다문화 주민들을 위한 ‘한글배움터’, 그리고 특별전시실이 보였다. 먼저 한글놀이터는 어린이들이 즐겁게 놀면서 한글의 가치를 온몸으로 체감할 수 있는 체험전시 공간으로 구성돼 있다.

 

국립한글박물관 내 한글놀이터의 입구
국립한글박물관 내 ‘한글놀이터’의 입구

 

 

한글놀이터 내부 공간. ‘한글 쌓기’코너의 모습
한글놀이터 내부 공간. ‘한글 쌓기’코너의 모습

 

이곳은 ‘쉬운 한글’, ‘예쁜 한글’, ‘한글 문예동산’으로 크게 나눠져 있는데, 둘러보니 어린이들이 한글의 원리를 배우고 한글이 어떻게 사용되는지 다양한 놀이를 통해 경험해볼 수 있는 공간이었다.

특히 ‘한글 문예동산’은 한글과 관련된 문학이나 예술을 특별전처럼 만날 수 있는 코너인데 현재 진행되는 첫 번째 전시는 ‘자유로운 세상을 꿈꾼 영웅, 홍길동’이다. 전시실이라기보다는 말 그대로 놀이터 같았던 ‘한글놀이터’는 어린이들과 함께 방문하는 관람객들에게 추천해줄 만하다.

‘한글배움터’는 한글이 익숙지 않은 외국인과 다문화 주민 등이 한글을 쉽게 배울 수 있는 체험학습 공간이다. 한글 자음과 모음의 종류 및 구조, 자음과 모음의 합자 방법을 발음과 함께 살펴봄으로써 소리글자인 한글을 이해하게끔 설계돼 있다.

 

한글배움터 내부 공간
한글배움터 내부 공간

 

마지막으로 특별전시실을 찾아가봤다. 현재 국립한글박물관 개관기념 특별전 ‘세종대왕, 한글문화시대를 열다.’가 진행 중인데, 오는 2015년 3월 1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 개인적으로는 상설전시실과는 또 다른 볼거리로 흥미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았다.

‘비로소’, ‘더불어’, ‘누리다’의 3개 부분으로 이뤄진 이 특별전은 한글을 창제해 우리 민족을 지성으로 이끈 세종대왕의 업적을 ‘유물’과 ‘현대미술’이 함께 만나 새롭게 해석하는 장이다.

‘비로소’에서는 세종의 음악업적과 연결시킨 작품, 또 세종 시대의 화약무기를 연상시킬 수 있는 작품을 감상할 수 있었다. ‘더불어’ 공간에서는 성향이 달랐던 3명의 학자들의 심리적 묘사를 멀티영상으로 표현해낸 작품인 인상 깊었고, 마지막으로 ‘누리다’는 한글의 보급과 대중화 그리고 세종 시재의 가치에 관해 조명해볼 수 있도록 구성돼 있었다.

 

특별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는 박가진의 <타임머신-통로> 작품. 세종 시대의 화약 무기를 연상케 한다.
특별전시실에서 만나볼 수 있는 박가진의 작품 ‘타임머신-통로’. 세종 시대의 화약 무기를 연상케 한다.

 

국립한글박물관은 8일 개관식 이후, 이튿날인 9일 일반관람이 시작됐다. 상설전시실과 특별전시실, 그리고 다양한 체험공간까지 기대했던 만큼 ‘한글’을 주제로 풍부한 경험을 해볼 수 있다. 전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로 무료다. 단체관람은 사전예약제로 운영되며 휴관일은 매주 월요일, 1월 1일, 국립한글박물관이 지정한 날이다. 

이곳은 2011년부터 훈민정음 창제 전후에서부터 현재까지 한글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대표하는 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쌓인 자료가 총 1만여 점에 달한다. 국립한글박물관은 국가적 차원에서 한글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보존하고 있다는 데서 의의가 있으며, 나아가 미래 세대에도 그 가치를 훌륭하게 전승해줄 것이라고 믿는다.

한편, 박물관에서는 한글과 한글문화를 주제로 교육 프로그램을 함께 운영한다. 전시 소장 자료를 바탕으로 토론하고 표현하는 과정을 통해 참여자 스스로 한글문화를 읽어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대부분 무료로 운영되니 참석해 봐도 좋을 듯하다. 교육 신청은 국립한글박물관 홈페이지(www.hangeul.go.kr)에서 가능하다.



 

한아름
정책기자단|한아름hanrg2@naver.com
공공예술 프로젝트에서 활동하고 있으며,
주요 관심 분야는 예술교육, 문화정책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