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이 섹스의 전과정 중에서 제일 좋다고 느끼는 부분을 고르라고 한다면 직접적인 성기의 결합이나 오르가슴이라는 상식적인 답보다는 은근한 성적 흥분의 도입부를 꼽는 경우가 많다. 섹스의 가장 즐거운 측면을 남성과의 친밀감에 둔다는 뜻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삽입성교 자체에 그다지 후한 점수를 주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섹스라는 과정을 전희, 삽입, 성교, 사정의 4단계로 이해하고 있는 대부분의 남성들에게는 오르가슴이 곧 섹스의 목표요, 완성이다. 삽입하고 오르가슴을 느끼고 사정하는 것처럼 여자도 삽입하고 오르가슴을 느끼며 그 반응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기를 고대한다.
그래서 남성들이 여성과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유난히 '물이 펑펑 쏟아져 나오느냐, 아니면 잘 안 나오느냐'하는 표현을 하며 결과물에 연연해하는 것이다. 여성의 사정에 대한 '시오후키'란 용어가 있다. 이것은 성행위 때 여성으로부터 나오는 윤활액이 펑펑 쏟아져 마치 고래 등줄기에 있는 분수구(噴水口)를 통해 물을 뿜어내듯 한다는 뜻의 일본어다.
성교 도중에 일어나는 여러 접촉이 여성의 성적 쾌감의 주된 원천이라면 남성의 경우는 여성의 쾌감을 확인함으로써 반사적으로 얻는 정신적 만족을 중시한다. 여성이 섹스에 만족하면 남성도 흐뭇하고, 그렇지 않으면 우울해지는 것이 섹스의 특성이다. 남성의 경우는 삽입과 성교운동 그리고 사정이라는 단순한 메커니즘이지만 그것을 되도록 오래 끌려는 이유는 바로 그런 정신적 이유, 즉 성취감 때문이다. 여성이 사정을 하나 안 하나 하는 것을 자꾸 눈으로 확인하고자 하는 것은 여성의 만족을 꼭 눈으로 직접 보고자 하는 남성들의 이상한 행동과 정신작용의 결과다.
최근에 '시오후키, 손가락으로 여성을 사정시키는 기술'을 보여주는 강의형식의 인터넷 야동 동영상이 인기라 한다. 이 영상을 보여주며 과연 손가락만으로 여성이 오르가슴을 느끼게 할 수 있는지 전문가적 소견을 자문해오는 상담이 있었다. 영상에서는 20년간 손가락으로만 여성을 사정시키는 기술을 터득한 한 달인(?)이 기술을 보여주고 선구자적인 모습으로 전문적인 기술을 설명하며 질문도 받아가면서 무지한 초보자들을 훈련시키고 동작을 수정해주며 여성을 사정시키도록 한다. 상담의 요지는 손가락 기술 같은 것이 얼마나 대단하겠냐고, 결국 섹스는 성기의 결합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냐 하는 것이었다.
손가락만으로 여성을 오르가슴에 도달하게 할수 있는가?
여성의 일반적인 자위과정을 살펴보자. 한 손은 유두 주위를 애무하고 성적공상을 하며 한 손은 음부의 털에 대고 원을 그리듯이 압박하면서 문질러준다. 이렇게 하면 치골을 압박해 간접적으로 클리토리스를 자극할 수 있다. 직접 클리토리스를 힘차게 반복적으로 문질러주면 오르가슴에 도달할 수있다. 몇 번 성의 없이 문지른다고 오르가슴이 쉽게 오는 것이 아니니 인내심을 가지고 집중해 팔이 빠지도록 문지른다. 이때 유두와 가슴을 애무하던 손가락을 살며시 질 안으로 밀어 넣는다. 손가락을 둥글게 말아 질전벽의 자극점을 찾아 마치 페니스가 움직이듯 부드럽게 마찰하며 속도를 더한다. 극도의 오르가슴에 몸을 떤다.
이런 과정을 남성의 손으로 못할 것이 없다. 손톱으로 상처를 내거나 잘못된 자극으로 불쾌한 통증이나 질염을 유발하지 않고 능수능란하게 자극하기만 한다면 엉뚱한 방향으로 힘차게 펌프질하는 남성의 페니스보다는 지능적이고 예민한 손가락이 백번 나을 때도 있다.
오르가슴 by finger vs 오르가슴 by penis
"그래도 여자들이 결정적인 순간에는 '이제 넣어줘'라고 하잖아요? 그건 결국 최고의 자극은 페니스이고 삽입성교가 제일 자극적이라는 이야기 아닌가요?"라고 반박이 되돌아 왔다.
그녀의 '넣어줘'에는 내포된 다른 의미들이 있음을 먼저 이해시킬 필요가 있겠다. 말 그대로 준비가 되었다는 의미일 뿐일 수 있다. 윤활되었으니 들어와도 된다는 의미로 페니스든, 손가락이든 뭐든 들어올 수 있다는 신호일 뿐이다. 나에게 전희는 할 만큼 했으니 이제 너 좋을 대로 하라는 의미도 될 수 있겠고. 손으로 자극하면 너무 오르가슴이 빨리 오므로 흥분의 수위를 조절해(절정에 도달하기 직전 삽입을 하면 흥분이 급감되는 여성들이 의외로많다) 삽입을 유도하기도 한다. 손으로 하는 그의 스킬이 너무 한심하고 실망스러워 도저히 더 흥분 하는 척 연기하기 힘드니 차라리 그냥 빨리 하고 끝내라는 의미일 수도 있다.
'넣어줘'의 의미가 오르가슴을 느낄 수 있는 최상의 선택이 삽입성교라는 의미가 아님을 이해하자. 여성이 자신의 질에 사랑하는 사람의 페니스를 받아들이는 것만으로 환희를 느끼던 시대는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 이야기다.
시오후키, 가능한가?
남성이 성적으로 흥분하면 성기로 피가 몰리듯이 여성도 성적 흥분의 초기단계에는 음부 주변 혈류가 평상시의 10배 가량 증가한다. 여기에 섹스에의한 흥분의 다음 단계인 신경성 흥분의 차례가 되면 누적되는 긴장에 비례해 성기에서도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기 시작하고 곧이어 진짜 땀이 질 벽으로부터 펑펑 쏟아져 나온다. 이른바 흥분성 발한이란 생리현상이다.
체질적으로 땀을 잘 흘리는 여성이 있는 것처럼 가벼운 성적 자극에도 즉시 성기충혈과 발한생리를 보여주는 여성이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성적 자극량이 많을수록 성기에 피가 몰리는 시간이 길어지고 그 시간에 비례해 질 분비물이 나온다. 이것은 운동이나 노동 후에 흘리는 땀과 거의 생리가 비슷하다. 그런데 여기서 흘리는 땀(질 분비물)이 몸에서 분비되는 땀과 다른 점은 그 속에 염분보다 약간의 당단백(糖蛋白)을 내포하는 점액질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피스톤 운동에서 일어나는 마찰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한 윤활의 목적이 고려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여기서 남성들이 꼭 알아두어야 할 사항은 여성은 질 벽을 통해 땀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오르가슴에 도달하면 전신에서 땀을 흘려 피부가 마치 수막(水膜)에 덮인 듯한 형상이 된다는 사실이다. 생리학자들은 이를 인간의 성중추가 시상하부에서 발한중추 바로 옆에 존재하는 까닭에 그 공명효과에 의한 발한현상이라고 해석한다. 대다수의 여성들이 아무리 흥분해도 소변이 아닌 다음에야 야동의 여성들처럼 족히 400~500cc는 되어 보이는 양을 뿜어내지는 못한다. 야동의 여성들은 그렇게 윤활액을 뿌려대도 몸은 하나도 젖어있지 않아서 더더욱 연출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Good Sex
사람은 자기가 아는 만큼만 보이는 법이고 아는 만큼 느끼는 법이다. 홍어의 썩은 냄새에 눈살을 찌푸리며 저걸 왜 먹느냐고 역겨워하는 사람도 있고, 홍어라면 환장을 하는 사람들도 있다. 처음에는 냄새도 못 맡던 사람이 조금씩 시도해보니 어느새 홍어 마니아가 되어 홍어라면 사족을 못 쓰는 사람도있다. 섹스의 다양한 터부와 시도를 대하는 태도가 꼭 이와 같지 않을까 한다.
섹스는 아는 만큼 즐기고 느낄 수 있다. 진정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나를 기쁘게 만드는 것이 무엇인가를 묻고 이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실천하는 섹스의 시대가 온 것이다. 현대 섹스는 어떻게든 잘하는 게 선(善)이다.
섹스를 잘 하려면 두 사람 모두 상대가 좋다고 느끼며 만족하면 가능한 한 강렬한 즐거움을 진심으로 공유하는 것이다.
섹스는 파트너의 만족으로 자신의 만족을 얻는 거래가 아니다. 충족된다는 것은 육체의 환희다. 내속을 무엇으로 가득 채우고 싶다는 것이 반드시 페니스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