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화 거촌리 쌍벽당 ②
인체 공학적으로 지어진 한옥, 한옥의 구조
한옥에 대한 기사나 설명을 듣다 보면 99칸 건물이라느니, 또는 세 칸 구조로 되어있다느니 하며 간과 칸 이라는 단어가 많이 나온다. 막연하게 들리는 간과 칸은 무엇을 말하는 것일까?
우선 한옥에서 말하는 간과 칸은 동일한 말이다. 보통 3칸, 6칸과 같이 수를 표시할 때에는 칸을 쓰고, 툇간, 정간과 같이 기능적 명칭을 말할 때는 간을 사용한다. 칸의 정의는 기둥과 기둥 사이의 공간을 말한다. 즉, 3개의 기둥이 있다면 2칸이 되는 것이고, 4개 기둥이 있다면 3칸이 되는 것이다. 만약 6칸 건물이라고 한다면 이런 칸이 6개가 있는 건물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한옥은 왜 집의 구성이나 규모를 칸으로 표시했던 것일까? 여기에는 한옥의 구조에 최적화된 설계 방식과 사람의 행동반경에 적합한 인체공학적인 수치가 들어 있다.
1칸 길이와 창호의 분할 및 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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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한옥의 구조에 최적화된 설계 방식으로서의 칸을 살펴보자.
한옥은 기본적으로 위로 올라가는 기둥과, 정면 기둥을 가로지르는 도리, 그리고 정면과 후면 기둥을 연결하는 보로 구성된다. 한옥을 지을 때는 이 기둥 배열을 중심으로 도리와 보를 설계하며 이에 따라 지붕의 모양과 방의 배치도 결정된다. 이는 한옥을 지을 때 집에 들어가는 목재의 규모를 무시하고 지을 수 없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집 주인이 10m가 넘는 긴 목재로 대들보를 세우고 싶다라고 하면 이는 불가능하다. 그 이유는 이를 충족하는 목재 찾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중간에 기둥을 놓는다면 5미터짜리 들보 2개를 놓으면 되니 그나마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런 현실적인 이유로 한옥의 기본 구조는 기둥과 기둥을 한 칸으로 하는 가상의 공간을 기본으로 세우게 되는 것이다.
인체공학적 수치로서의 칸은 우리의 행동반경을 반영해 그 길이를 정하고 있다. 보통 기둥과 기둥 사이인 1칸의 길이는 8자(尺)로 정하는데 미터로 환산하면 약 2.5m 가량 된다. 조선 세종 때의 영조척(營造尺) 기준으로 1자는 약 31cm 그러나 여기서 좌우 겹쳐지는 기둥의 폭을 빼야 하니 1칸의 실제 길이는 7자(2.1m)라 할 수 있다. 이 길이는 1칸에 창호나 문을 낼 때 문이 열리는 것을 고려해 4등분한다면 각 부분은 1.8자(54cm)가 되어 성인 한 사람의 어깨 넓이와 비슷하여 사람이 불편함 없이 활동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 구성을 할 수 있는 길이가 된다.
한옥이 갖는 인체공학적 수치는 1칸의 길이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방의 높이 역시 사람의 키를 바탕으로 앉거나 서서 활동하는데 위화감이 없도록 치수되어 있다. 보통 방 높이는 7.5자(2.3m)로 만드는데, 이는 조선시대 사람의 평균 신장인 5자(1.5~1.6m)에 앉은키인 2.5자(77cm)를 더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이 정도의 높이가 사람이 앉아 생활할 때 편안함을 느끼는 높이라는 것이다. 이에 반해 대청의 높이는 보통 10자3.1m인데 이는 대청이라는 공간은 제사나 가족의 행사를 지내던 공간으로 주로 서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 외에도 한옥에 담긴 인체공학적 치수는 방에서 몸을 기대고 밖을 볼 수 있는 머름의 높이나 마루의 높이, 그리고 창호와 방문의 길이와 대문의 높이 등 한옥 곳곳에서 살펴볼 수 있어 한옥이 그냥 지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전통과학과 지혜가 담겨 있는 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한국과학창의재단 <고택 속 숨은 이야기와 전통과학>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