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는 어떻게 경제강국 만들었나
오원철 지음 | 동서문화사 | 672쪽 | 2만9800원
‘인구과잉, 자원부족, 공업 미발달, 군비압력, 졸렬한 정치, 취약한 민족자본, 행정능력 결여.’ 1961년 일본정부가 한국경제에 대해 내린 냉정한 판단이다. 한 마디로 가망이 없는 나라라는게 당시 대한민국에 대한 일본의 평가였다.
이런 나라를 이끌어 선진국 입구까지 갈 수 있는 산업혁명, 근대화 혁명을 이룬 장본인이 박정희 전대통령이었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그에 관한 찬반은 별개의 문제로 하더라도말이다.
그런데 여전히 의문이 남는 것은 ‘어떻게’이다. 이 또한 그를 반대하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찬성하는 사람들도 별로 관심을 갖지 않는다. 그저 강력한 지도력으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으며 나라를 바꿔놓았다는 정도가 대부분이다.
이 책은 바로 이 ‘어떻게’에 대한 정답에 가까운 답안을 보여주고 있다. 지은이는 5.16 직후 민간인에서 국가재건최고회의 기회조사위원회 조사과장으로 변신했다. 그후 상공부에서 공직경력을 쌓으며 부국강병을 향한 박정희 플랜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최측근으로 정확히 18년동안 맹활약했다. 박정희 전대통령과 공직생활을 거의 같이 한 셈이다.
이 책에는 가난한 농업국가를 강력한 중화학 공업국가로 탈바꿈시켜가는 비전과 실행계획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어쩌면 이런 내용은 오원철이라는 인물이 아니고서는 거의 불가능한 것이다.
최초의 경제개발 5개년계획이 마련된 계기, 서독방문에서 받은 충격으로 고속도로와 잘사는 농촌건설을 꿈꾸게 되는 박정희, 군사작전에 가까운 수출드라이브를 걸 수밖에 없었던 배경, 남북간의 중화학 공업을 둘러싼 경제전쟁, 방위산업 육성을 위한 피나는 노력, 박정희와 그의 주변 인물들이 꿈꾸었던 80년대 모습 등에 대해 생생한 수치로 뒷받침하며 한 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브리핑을 하고 있다. 그저 단편적으로 이해했던 월남전 참전과 근로자파견, 중동진출 등이 사실은 절박한 위기상황에서 어렵사리 이뤄진 결단 때문에 가능했었다는 이야기도 새삼 가슴에 와닿는다.
책의 후반부에는 ‘돌진적 근대화’의 기획자들이 꿈꿨던 2000년대의 미래상이 실려 있어 눈길을 끈다. 또한 산업혁명 이론가의 눈에 비친 IMF위기에 대한 진단과 처방은 학술적으로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 글이다. 저자는 섣부른 OECD가입이 IMF 외환위기를 부른 주범이라고 지적한다.
국민들에게 이미 선진국에 진입했다는 환상을 심어주었고 외환취득범위까지 확대하는 바람에 사치성 소비재의 소비급증, 해외여행 및 유학의 폭증 등으로 외화지출을 촉발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불과 2년만에 IMF사태를 해소시켰다는 사실은 애당초 우리가 당하지 않아도 될 재앙을 실책이나 정치적 과욕으로 인해 스스로 불러들였다는 것을 입증하고 있다고 덧붙인다.
앞으로도 박정희시대에 대한 증언은 이어질 것이고 또 이어져야 한다. 그러나 오원철의 이 증언만큼 그 시대의 ‘속’을 있는 그대로 보여줄 수 있는 증언을 만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자료출처: 조선일보 이한우기자 hwlee@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