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족한 자생수종-
오구균(Oh,Koo-Kyoon)/ 호남대 도시·조경학부 교수
박석곤(Park,Seok-Gon)/호남대 대학원
우리 나라 조경수목의 생산은 1960년대까지만 하더라고 부업수준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나 70년대초 부터 빠른 경제발전과 더불어 각종 건설공사가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조경 및 녹화사업량이 크게 증가되었다. 조경사업량 증가에 따른 조경수목 수요가 점차 증가하면서 전국적으로 조경수목재배 붐이 일어나기 시작하였다.
과거에 조경수종 선정은 환경의 미화에 역점을 두어 관상수 위주로 선정하였다. 그러나 오늘날 조경식재는 미관과 기능위주외에 도시·공단 환경개선, 자연성 개선 및 자연미 재현 등이 중시되고 있다. 그리고 신 조경설계기준의 제정, 지방의제 21에 따른 지방도시 환경운동사업, 생태계복원 및 훼손지 복구 등에 필요한 자생수종와 폿트묘 수요가 증가하는 등 조경분야의 주변환경이 급변하고 있다.
한편, 지구온난화현상, 도시의 열섬효과, 국지적 미기후 등으로 우리 나라의 조경수식재 범위가 변하고 있다. 조경수생육에 영향을 미치는 겨울철의 최저온도가 상승함으로써 난대기후대 수종의 조경수 식재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난대기후대 수종인 붉가시나무, 종가시나무, 후박나무 등의 자생지역은 남해안 일부지역으로 국한되었지만, 최근에는 광주나 대구지역까지 난대기후대 식물의 식재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따라서 상록활엽수의 식재범위 확대로 다양한 난대기후대 조경수종의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
기존의 조경수생산업체자들은 여전히 특정종 중심으로 과다하게 생산함으로써 다양한 조경수 개발 및 생산이 안되고 있으며, 이는 조경분야 발전을 저해하는 주요요인이 되고 있다. 이에 필자들은 21세기 변모하고 있는 조경환경과 관련하여 앞으로 수요가 증대될 유망한 조경수종을 제시하고자 한다.
1. 조경수 생산의 문제점
⼈수종의 편중과 과잉생산
조경분야는 디자인적 요소가 강하기 때문에 조경설계나 조경수 선정 등에서 사회유행에 민감하게 변한다. 조경수도 유행을 타면서, 과거에 인기가 있었던 수종이 현재에는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20년 전에 조경식재에 널리 사용되었던 가이즈까향나무가 요즘은 거의 기피하고 있어 생산자들이 큰 피해를 보고 있다. 유행에 따라 식재하는 것도 문제지만, 유행에 따라 조경수를 생산하는 것은 더욱 문제이다. 조경수 생산은 장기간 소요되는 농업으로서 일시적인 유행에 따라 수종을 잘못 선정한 경우 과잉생산에 따른 폭락외에도 사회적 수요가 없어 경영악화를 초래한다.
조경수생산자들은 조경수 소재개발 비용과 생산시 수요예측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새로운 조경수 수종생산을 기피하고 있다. 또한 조경식재 설계가들은 새로운 수종에 대한 지식부족과 안정성, 물량부족, 가격산정 등의 문제 때문에 설계를 회피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새로운 수종의 개발보다는 인지도가 높은 수종을 대량으로 재배·생산하는 경향이 있다.
특정 수종의 편중 및 과잉생산은 조경수의 가격 폭락을 초래하고, 결국에는 덤핑판매로 이어진다. 가격이 하락된 조경수는 대체적으로 관리부족으로 품질이 저하되고, 조경공사시 하자발생율이 높아 전체적으로 조경공사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
⼈중부권 위주의 조경수 생산
우리 나라의 조경산업은 1970년대부터 정부주도로 발전되면서 조경업체들이 대부분 수도권에 집중되었다. 조경수생산도 자연히 수도권을 중심으로 중부권 기후대의 수종 위주로 생산되었다. 수도권 조경설계자들은 다른지역의 조경설계시에도 익숙한 중부권 수종을 위주로 식재 또는 녹화설계를 해 오고 있다. 예를 들면, 온대 북부기후대 수종인 잣나무와 복자기나무, 한대기후대 수종인 주목 등이 남해안 지역까지 식재되고 있다.
우리 나라에 분포하는 식물은 난대, 온대남부, 온대중·북부, 한대기후대에 다양한 기후대에 서식하고 있다. 따라서 각 지방의 기후에 맞는 자생수종을 육묘·육종하여 조경수로서 활용할 수 있는 여지는 많다.
앞으로 조경수생산업자들은 각 지역의 기후대에 적합한 수종을 선정하되 장기적 수요예측을 통하여 장·단기 조경수생산 및 경영계획을 세우는 것이 필요하다. 특히 사회환경 변화를 사전에 예측하여 중·장기적으로 수요가 예측되는 조경수종을 선정, 생산이 필요하다.
⼈부족한 자생수종 생산
최근 들어 산업화, 도시화로 자연환경이 급속히 파괴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하여 많은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훼손된 자연환경 및 생태계에 대한 복원, 재현 등 환경·생태복원분야의 사업량이 증가되고 있다. 따라서 생태계 복원 및 훼손지 복구, 전통숲 조성, 도시내 완충녹지 조성시 필요한 자생수종과 자연미, 향토미를 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자생수종 생산이 필요하다.
아직까지도 조경수생산은 외국에서 개발된 관상용 품종이나 경제림 조성목적의 조림수종 위주로 생산하고 있어 변화하는 자생수종 수요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자생수종의 공급부족은 결국 조경수시장을 위축시키고 조경분야의 발전에 장애요인이 되고 있다.
최근 자생종에 관심이 커지면서 참나무류의 수요가 커지고 있으나, 신갈나무, 상수리나무, 종가시나무만이 재배되고 있으나, 평지나 습윤지에 사용되는 갈참나무나 졸참나무, 온대 남부지방까지 식재가 가능한 붉가시나무, 가시나무는 생산되지 않고 있다. 군식재나 군락식재에 필요한 국수나무나 병꽃나무, 악센트식재에 필요한 진달래, 철쭉꽃, 사람주나무, 함박꽃나무 등도 거의 생산되지 않는 실정이다.
2. 조경수 생산업의 활성화 방안
⼈정확한 학명 및 품종명 기재
1999년말에 건설교통부는 건설업 중 조경업의 비중 증가와 건설업의 시장개방에 따른 분쟁 등 문제점을 예방하기 위하여 새로운 조경설계기준을 제정하였다. 특히, 신 조경설계기준에서는 조경설계시 조경식물의 우리말(국명)과 함께 학명을 반드시 도면에 기재하도록 하고, 재배품종인 경우도 품종명 기재를 권장하고 있다.
과거 정확한 명칭(학명)이나 기록없이 외국에서 들어온 외래품종의 조경수 등은 식재설계나 시공의 정확도를 떨어뜨리게 되고 분쟁을 야기시킬 수 있다. 가장 많이 재배·생산되는 철쭉류, 벚나무류, 목련류, 동백나무 등은 앞으로 확실한 학명이나 품종명을 증명하지 못하는 경우 공공기관이나 대규모 조경공사에 사용되기 어려울 전망된다.
기존의 조경수생산업체들은 전문기관에 의해 품종에 대한 증명서를 첨부하지 않는 한 조경수품종 판매가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기존 조경수 생산업체에서는 학계나 조경수협회의 도움을 받아 기존 양묘한 수종의 정확한 수종명의 기록유지가 필요하고, 동시에 종명이 애매한 조경수의 판매대책을 세워야 한다.
⼈다양한 자생수종 생산
조경설계가들은 신 조경설계기준이 발효됨에 따라 수종명이나 품종명이 불확실한 종 등의 사용을 기피하게 되고 조경설계가들은 수종명을 정확히 구별하기 쉬운 자생수종 위주로 식재설계할 것이다. 또한 자연생태계에 대한 복원과 재현, 환경림(완충녹지), 등 환경·생태복원분야의 사업량이 증가하면서 자생수종에 대한 수요가 크게 증가하리라 예상된다.
예를 들어, 숲 조성시 숲의 내부를 구성하는 수종으로 온대 남부지방의 푸조나무, 중부지방의 느티나무와 갈참나무, 북부지방의 느릅나무, 신갈나무, 들메나무 등의 수종이 필요하다. 국수나무, 조록싸리, 병꽃나무 등도 생태계 복원이나 숲을 조성할 경우 숲주연부에 대량으로 필요한 수종들이다.
⼈각 지방의 향토·자생종 생산
1992년 전세계 150여개국의 참가한 리우회의에서의 채택된 지방의제 21은 지역의 환경과 자생종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키고 있다. 지방의제 21이란 지속가능한 지역공동체의 발전을 위하여 지방정부가 그 지역의 주요단체 및 지역주민과 협의하여 작성한 구체적인 환경보전 실천계획이다. 지방의제 21에서는 자연생태계 보전차원에서 지역별 향토·자생수종 식재를 권장하고 있다.
자생수종이란 넓은 의미로 어떤 지역에서 인공적인 보호를 받지 않고 자연상태 그대로 생활하는 식물이고, 좁은 의미로는 어떤 지역에서 원래부터 살고 있던 식물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향토수종이란 전통적으로 생활문화공간에 사용되는 종 개념이며, 특정지방에서 즐겨 식재해 온 종으로서 국내·외종을 구분하지 않는다. 예를 들면, 서울지방의 전통공간에 즐겨 식재한 소나무, 은행나무, 회화나무, 향나무, 백송 등과 광주지방의 전통공간에 많이 사용한 소나무, 배롱나무, 왕버들 등은 서울, 광주지방의 향토수종이라 할 수 있다.
우리 나라의 기후대는 한대, 온대중·북부, 온대남부, 난대 기후대로 세분화되며, 일부 종은 특정 기후대에만 분포하기도 한다. 조경가들은 각 지방의 기후대에 맞는 향토·자생종은 식재함으로서 지방의 향토경관을 창출할 수 있다. 따라서 지방의 조경생산업자들은 그 지방의 자생·향토수종을 중심으로 생산함으로서 물류비용을 절감하고, 과잉생산에 따른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며 지역 조경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다.
표1. 식물기후대별 생산이 필요한 조경수종 예
기후대별 |
수 종 명 |
온 대 중·북부 |
물오리나무, 오리나무, 박달나무, 가침박달, 풀또기, 귀룽나무, 붉은인가목, 개느삼, 당단풍나무, 시닥나무, 산겨릅나무, 부게꽃나무, 산목련, 만병초, 철쭉꽃, 느릅나무, 백당나무 등 |
온대 남부 |
히어리, 이나무, 합다리나무, 나도밤나무, 사람주나무, 노각나무, 푸조나무, 팽나무, 왕버들 등 |
난 대 |
붉가시나무, 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천선과, 모람, 멀꿀, 녹나무, 육박나무, 가마귀쪽나무, 장구밥나무, 사스레피나무, 황칠나무, 감탕나무, 순비기, 굴거리나무, 예덕나무, 황근, 팥꽃나무, 말오줌때나무, 아왜나무 등 |
조경수요에 비하여 공급이 부족하거나 생산되지 않는 수종들을 대략 살펴보면 , 온대중·북부 수종으로 외국에서 보편화되어 식재되고 있지만 우리 나라에서 미개발된 만병초, 꽃을 보기가 어려운 5∼6월에 피는 철쭉꽃, 녹색수피가 독특한 시닥나무, 속성녹화용인 물오리나무, 오리나무 등이 있다. 온대남부 수종으로 봄철 노란꽃이 피는 히어리, 흰 수피와 단풍이 아름다운 사람주나무도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난대기후대 수종으로 붉가시나무, 육박나무, 녹나무, 감탕나무, 사스레피, 아왜나무 등이 상록활엽수종은 식재범위가 온대 남부기후대까지 확대되고 있어 앞으로 수요가 크게 증가하리라 예상된다. 붉은색 새잎이 아름다운 굴거리나무, 장구모양의 주황색 열매가 아름다운 장구밥나무, 숲을 구성하는 종으로는 우수한 붉가시나무, 가시나무, 구실잣밤나무 등, 염해에 강해 해안가에 식재가능한 예덕나무, 순비기 등 다양한 난내기후대 수종이 생산, 공급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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