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을 찾아 떠난 길 - 서울 근교
과거에는 누군가 매일 살던 집인데, 이제는 우리의 일상에서 벗어난 한옥을 찾아 떠났다. 분명 한옥으로 향하는 길인데 들꽃을 보았고,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서울 근교, 새로운 옷을 입은 한옥
굳이 한옥을 찾아 떠나는 것이 오히려 1회성 기획에 그치는 것 같아 망설여졌다. 하지만 영화 <사랑니>를 보고 품은 한옥에 대한 로망은 여전히 유효했다. 돌이켜보면 고택에서 보낸 하룻밤도 오래 마음에 남았다. 서울에서 멀리 떠나지 않고도 한옥의 정서를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았다. 오래된 것의 특성을 해치지 않고 현재와 어우러지게 만들어내는 일이야말로 어려울 테니까.
궁에 머문 듯,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
송도에 자리한 경원재 앰배서더 인천은 수도권에 처음 문을 연 본격 한옥 호텔이다. 온돌방이 있는 딜럭스 룸부터 독채를 쓰는 로열 스위트룸까지 객실은 단 30개. 수익을 우위에 두지 않고 단층인 한옥의 멋을 최대한 살린 결과다. 최기영 대목장을 비롯해 국내를 대표하는 여러 장인이 참여해 고려·조선 시대의 건축양식에 충실했다. 객실로 연결되는 두꺼운 나무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시원하게 트인 마당이 먼저 반긴다. 경원재는 분명 호텔인데,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산책하고 싶게 한다. 널찍하고 검박한 분위기의 온돌방에서 조용하고 아늑한 하룻밤을 보냈다. 잠자리에 들기 전, 깊고 큰 욕조에서 즐긴 반신욕은 경원재의 백미. 며칠 더 묵어도 좋겠다는 마음이니, 이만 하면 성공적이다.
주소인천시 연수구 테크노파크로 200문의032-729-1101
한옥에도 최신이 있다, 대학로 독일주택
이미 인기 높은 대학로의 카페 겸 바, 독일주택. 마당에 들어서는 순간 오래전 친구 집에 놀러온 듯한 기분이 든다. 사람이 많은 저녁에도 나름의 멋이 있지만 한낮의 햇볕이 마당과 집 안으로 들어오는 오후에 가기를 권한다. 여유로운 마당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안해진다. SNS에서는 혼자 가기 좋은 술집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이 곳에 올 때마다 살고 싶다는 마음이 생긴다. 한옥의 매력을 잘 지니고 있다는 뜻일 테다.
주소서울시 종로구 대명1길 16-4문의02-742-1933
모던보이의 아지트 팔러
잘 만든 신발을 볼 줄 아는 남자들의 응접실 같은 공간, 통의동 슈즈 편집숍 팔러. 이탈리아, 독일 등에서 엄선한 네 개의 슈즈 브랜드와 양말, 벨트, 슈케어 제품 등을 판매한다. 이곳은
1930년대 지은 한옥을 지붕과 뼈대만 남기고 스칸디나비아 가구를 채워 실내를 모던하게 변신시켰다. 굵은 나무 기둥과 짙게 드러난 서까래 덕에 공간의 남성성이 더욱 두드러진다. 붐비는 서촌에서도 외진 골목 안쪽에 있고, 취급 품목도 대중적이지 않으니 그야말로 충분히 가치를 아는 사람들이 찾아오길 바라는 것이다. 좋은 구두를 고르는 노하우를 배우고 싶다면 들러보길 권한다.
주소서울시 종로구 효자로7길 22-16문의02-730-9774
마당에서 놀자, 한상수자수박물관
한옥이 밀집한 북촌에서도 언덕 높이 자리한 한상수자수박물관. 관람료 2천원을 내야 하지만 가을의 마당을 즐기기에 아깝지 않다. 시간의 흔적이 느껴지는 자수 작품도 좋지만,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넓은 마당, 줄지어 선 장독대, 담벼락 건너편으로 보이는 풍경까지 잠시 머물러도 마음이 평온해진다.
주소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12길 29-1문의02-744-1545
치유의 찻집 솔가헌
힐링은 지루한 단어가 된 지 오래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월급쟁이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임에 분명하다. ‘힐링 카페’라는 수식이 붙은 통의동 솔가헌의 주인은 현직 약사. 자연 약재로 만든 한약의 힘을 발견하고, 자연 친화적 힐링을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 카페를 열었다. 인삼, 한약재 등을 이용한 건강 음료와 달지 않은 다과가 주메뉴. 족욕, 쑥뜸을 체험할 수 있고, 따뜻하게 데운 온돌방에서 쉬어 갈 수도 있다. 카페인에서 멀어진 한옥 카페에서 잠시 쉬어만 가도 좋겠다.
주소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54문의02-738-33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