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식물 중 가장 큰 잎을 가진 ‘개병풍’
한국의 멸종위기식물 (10)
‘개병풍’은 환경부가 야생생물보호법에 의해 멸종위기야생생물로 지정해 보호하고 있는 북방계 여러해살이풀로 남한에서는 금대봉 등 강원도 몇몇 고산에서만 생육한다. 세계적으로도 만주와 우리나라에만 자라는 희귀식물로서 보전 가치가 크다. 우리나라에 생육하는 육상식물 가운데 가장 큰 잎을 가진 식물로서 관상가치 또한 크다.
식물의 잎은 이산화탄소와 수분을 원료로 유기물과 산소를 만들어내는 기관이다. 잎에 있는 엽록소를 통해 빛을 흡수하고 그 에너지를 이용해 광합성을 한다. 이를 통해 식물은 지구 생태계 최초로 유기물질을 생산함으로써 독립영양생물로서의 지위를 분명히 하고 있다. 줄기에 달린 여러 장의 잎들이 햇빛을 골고루 받을 수 있게 배열되는 것은 광합성을 극대화하기 위함이며, 어떤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큰 잎을 내어 광합성 효율을 높이기도 한다.
우리나리 식물 가운데 가장 큰 잎을 가진 식물은 가시연꽃이다. 물 위에 뜨는 둥근 잎을 가졌는데, 최대로 큰 것은 지름 120센티미터에 이른다. 놀랍게도 가장 큰 잎을 가진 이 식물은 물풀로서, 높이가 크고 줄기가 굵게 자라는 나무에서 큰 잎이 달릴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는다. 또한, 육지에 사는 식물이 아니라 물속에 사는 수생식물이라는 점, 그리고 여러 해를 사는 식물이 아니라 한해살이 일년초라는 것도 예상 밖의 일이다.
동북아시아에만 분포하는 세계적인 희귀종
육지, 뭍에 사는 식물 중에서는 개병풍(Astilboides tabularis (Hemsl.) Engl.; 범의귀과)이 가장 큰 잎을 가진 식물이다. 가시연꽃과 마찬가지로 나무가 아니라 풀이라는 게 신기하다. 잎은 둥글고, 큰 것은 지름 100센티미터까지 자라며 보통 잎들도 50~60센티미터에 이른다. 잎 뒷면 가운데에 방패 모양으로 붙은 잎자루도 길이가 무려 1~2미터에 이르므로, 잎몸에 잎자루가 붙은 전체 모습은 작은 우산이 펼쳐진 것과 흡사하다. 꽃은 7월 중순부터 하순 사이에 뿌리에서 굵은 꽃줄기가 땅 위로 2미터쯤 올라와 그 끝에 희고 작은 꽃이 덩어리로 핀다.
북쪽에 고향을 둔 식물이기 때문에 따뜻한 남쪽 나라에서는 사는 곳을 무척 가린다. 남한에서는 강원도 몇몇 곳에서만 발견되는데, 아직까지 알려진 자생지로는 금대봉을 비롯하여 각희산, 계방산, 덕항산, 동강, 방태산 등에 불과하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지린성, 랴오닝성에만 분포하는 세계적인 희귀식물이며, 개병풍 한 종이 속(屬)을 이루므로 학술적으로도 흥미로운 식물이다.
남한의 자생지는 높은 산의 습기가 많은 곳인데, 대부분은 긴 계곡이 시작되는 능선 부근이다. 자생지에서는 보통 군락을 이루어 자라며, 100여 개체가 모여 자라는 큰 군락도 발견된다. 한 군락에 자라는 개체들은 씨가 떨어져서 번식한 것이 아니라, 뿌리를 통해 무성적으로 번식한 것들이다.
둥근 잎이 워낙 크고 꽃줄기와 꽃도 독특하기 때문에 관상자원으로서 가치가 높다. 중국 지린성 백두산 자락의 마을인 얼도바이허(二道白河)에는 강변을 따라 500여 미터에 걸쳐 잔디밭 군데군데 화단을 만들어 이 식물을 심었는데 어떤 원예식물보다 돋보인다. 강원도 정선의 어느 계곡 공공화단에서도 한 무리가 심겨진 것을 보았는데 역시 독특한 모습이었다.
지난 1998년부터 환경부가 보호종으로 지정해 보호하기 시작한 이래, 현재 야생생물보호법에 의해 멸종위기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돼 관리되고 있다. 이처럼 법적인 보호 장치는 마련되어 있는 셈이지만 워낙 개체군 수가 적기 때문에 멸종위기에 놓여 있다.
- 현진오 동북아식물연구소장megalamen@daum.net
- 저작권자 2013.08.06 ⓒ ScienceTimes